지난 7일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박희태 전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형오 전반기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 맹철영 기자] photo@dailypot.co.kr

유머와 여유, 그리고 노련미. 상당수 정치권 인사들이 박희태 한나라당 의원을 평가하는 키워드다. 6선의 관록을 자랑하는 ‘화합형 정치인’인 그가 지난 8일 신임 국회의장으로 선출됐다. 박희태 신임 의장의 취임은 변화보다 안정을 중시한 여당의 선택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지난 2008년 촛불정국 속에 대통령 지지도가 10%대로 내려앉았던 당시에도 박 의장은 당 대표로 나서 관리형·화합형 리더로 호평을 얻은 바 있다. 여당의 지방선거 참패 이후 여당 내 ‘정풍’이 매서운 가운데 박 의장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세종시, 4대강 등 산적한 쟁점이 수두룩한 가운데 당 안팎을 조율하는 데 있어 역할론에 무게가 실리는 까닭이다.

경남 남해 출신인 박희태 의장은 법무부장관을 거쳐 1988년 13대 국회 때 정치권에 입문한 베테랑이다. 검사시절부터 입에 벤 촌철살인의 달변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집권여당 사상 최장수 대변인’이라는 기록이 말해주듯 소통 전문가로서의 자질도 충분하다는 평이다.

국회의원으로 6선을 지내는 동안 ‘튀지 않는’ 무난한 정치인으로 신망을 얻은 박 의장이 내홍에 시달리고 있는 국회 내 ‘구원투수’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내 모든 계파와 화합

박 의장은 특유의 유머가 돋보이는 화합주의자다. 1988년 13대부터 내리 5선을 기록한 관록의 정치인이지만 지난 18대 공천에서 탈락하는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친박vs친이가 맞붙은 공천 파동 와중에 당시 ‘친박 좌장’으로 꼽히던 김무성 현 원내대표와 나란히 낙천 희생양이 된 것이다.

그러나 총선 3개월 만에 여당 대표로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박 의장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공고해졌다. 더구나 재보선 당선으로 금배지를 재탈환해 보이며 여당 내 강력한 ‘파워인사’로 등극했다.

‘MB의 복심’으로 꼽힐 만큼 대표적인 친이계인 박 의장은 청와대와 이 대통령의 상당한 신임을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상득 의원을 비롯한 당 내 원로그룹의 지원은 물론 홍준표 의원 등 신주류와의 관계도 원만하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와도 적을 두지 않아 당내 모든 계파를 아우르는 유일한 중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엘리트 검사출신의 박대표는 1988년 13대 국회 때 민정당 소속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징발’ 당한 셈이다. 그해 말 당 대변인을 맡아 4년 3개월 동안 활약하며 ‘당대의 명 대변인’이란 찬사를 얻은 것으로 유명하다.

‘정치 9단’ ‘총체적 난국’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과 같은 기지 넘치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스타급 정치인의 계보를 이어나간 박 의장은 문민정부 시절 초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기도 했으나 딸의 이중국적 시비로 중도하차하는 멍에를 뒤집어쓰기도 했다.


“폭력국회 용납 않겠다”

박 의장의 첫 번째 과제는 바로 국회 선진화다. 18대 전반기 국회가 ‘폭력 국회’라는 오명을 쓴 만큼 그는 정치적 비효율 청산과 국회 선진화를 최우선 과제로 떠안게 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6선의 관록을 자랑하는 박 의장이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한 상황에서 특유의 묘수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거 민정당·민자당 대변인과 신한국당·한나라당 원내총무, 한나라당 대표를 역임하면서 여야를 두루 경험한 정치적 관록이 최근 갈등을 빚고 있는 여의도 국회에서 윤활유가 될 것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박 의장은 지난 7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의장후보로 선출되자 유능제강(柔能制剛·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노마지지(老馬之智·늙은 말의 지혜)라는 고사성어로 취임일성을 대신했다.

박 의장은 전날 이명박 대통령의 축하 전화를 받은 자리에서도 원만하게 국회를 운영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상생국회를 만들기 위해 평소 소신인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면서 고비마다 노련한 조정력을 발휘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박 의장의 말처럼 후반기 국회에서 여야 관계가 원만하게 굴러갈지는 미지수다. 야당이 지방선거 이후 세종시 수정안 및 4대강 살리기 사업 철회 등을 요구하면서 강력한 대여 공세에 나선 데다 여야 합의를 전제로 하는 개헌과 행정구역 개편 등 굵직굵직한 과제도 기다리고 있는 탓이다.

박 의장 측은 세종시 법안, 4대강 예산안은 정부와 여야의 입장을 존중하고, 개헌 문제 등에서도 여야가 합의를 하면 적극 지원하겠다는 기본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여야 대화 정치를 존중하면서도 폭력국회는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해 귀추가 주목된다.

박 의장이 한나라당 의총에서 “국회를 원형대로 되돌리겠다. 법대로의 국회를 만들겠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본인이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 해머가 난무한 국회는 18대 국회가 처음이라는 것이다.

박 의장 측은 “의장 재임기간 중 여야 합의는 최대한 존중하되 강력하게 법을 지키는 국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이 변화 원한다”

한편 국회는 8일 6선의 한나라당 박희태 의원을 18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4선의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 3선의 민주당 홍재형 의원을 하반기 국회부의장으로 선출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장에서 본회의를 열고 국회의장 선거를 실시, 전체 249표 중 236표를 얻은 박 의원을 국회의장으로 선출했다.

신임 박 의장은 당선 소감 발표에서 “지금 많은 국민들은 우리 국회가 변화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 변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뜻”이라며 “이제 우리 국회에 변화의 새바람을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장은 이어 “국회가 국민들 간의 다양한 생각과 분쟁, 대립을 해결하는 해결의 장으로서의 역할이 매우 중시돼야 한다”며 “법을 잘 만들 뿐아니라 법을 잘 지키는 국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우리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 필요한 인적, 물적 지원을 충분히 해드리도록 하겠다”며 “국회 운영에 여러 험로가 예상되지만 오랜 의정경험으로 터득한 노마지지(老馬之智)를 발휘해 방향을 제시하고 여러분들과 함께 굳건히 나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진 부의장 투표에서 정 의원은 전체 238표 중 231표, 홍 의원은 전체 221표 중 213표를 얻어 당선이 확정됐다.

정 부의장은 “그동안 국회는 국리민복의 대의보다는 당리당략에 의해서 좌지우지돼 야유와 삿대질, 급기야는 폭력이 난무하는 모습도 연출했다”며 “18대 후반기 국회는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국회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또 “최소한 여야 간 상호 호혜의 원칙을 지키고, 국회의원 간에 상호존중의 원칙을 엄격히 지키는 불문율을 세워야 한다”며 “두 부의장들이 각 당의 중진의원과 함께 많은 소통의 기회를 갖고, 경직이 오더라도 빨리 해소하려는 노력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홍 부의장은 “국민은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소통과 화합, 봉사와 섬김의 부의장이 되겠다”고 당선소감을 밝혔다.

홍 부의장은 이어 “의회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 같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국회, 신뢰받는 국회를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pot.co.kr


#박희태 프로필

▶ 출생 : 1938년 8월 9일
▶ 출생지 : 경남 남해
▶ 소속 : 한나라당
▶ 가족사항 : 아내, 2녀
▶ 취미 : 바둑
▶ 학력 : 경남고등학교-서울대 법학과

수상내역
▶ 홍조근정훈장

경력
▶ 2009.10~ 제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 2004.05~2008.05 제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 2000.05~2004.05 제16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 2004.06 제17대 국회 부의장
▶ 2003.05~2003.06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 1994.06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 1987.06~1988.04 부산고등검찰청 청장
▶ 1996.04~2000.05 제15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 1993.08 법률구조공단 이사
▶ 1993.02~1993.03 제42대 법무부 장관
▶ 1992.05~1996.04 제14대 국회의원
▶ 1988.04~1992.05 제13대 국회의원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