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글로벌 리더십 분석

지난해 10월 정몽구 회장이 인도기술연구소를 들러본 뒤 연구소 건물 앞에서 현지 연구직원들을 만나 격려하고 있다.(맨위)지난 7월 미국을 방문한 정몽국 회장이 엘라배마주 몽고메리시에 위치한 주지사 공관에서 밥 라일리 앨라배마 주지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가운데)지난 3월 정몽구 현대 기아차 회장이 현대차 러시아 현지공장 건설이 한창이 상트 페테르부르크주를 방문해 현지 공장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영문 이름의 이니셜을 따 ‘MK’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정몽구 회장의 리더십이 화제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1998년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회장에 오른 이후 품질·현장·고객 우선·환경·인간중심 경영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경영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 기아차 경영이 정상화 됐고, 세계 13위에 불과했던 현대·기아차 그룹을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건설 등을 통해 세계 5위의 글로벌 메이커로 키웠다. 이른바 경영실적을 비약적으로 성장시킨 것. 정 회장은 글로벌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2010 자동차업계 아시아 최고의 CEO’로 선정되는 등 ’자동차 전문 경영인‘으로서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이 같은 수상들을 통해 현대자동차의 기업 이미지 상승과 더불어 한국 자동차산업의 위상까지도 크게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은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10년만에 글로벌 기업으로 환골탈태했다. 이는 그룹의 실적이 대변해준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은 지난해 64조 6520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지난 2001년 36조 4460억 원에 비교해 실적이 급성장했다. 그룹 전체 순이익은 8조 4290억 원을 달성했다. 그룹 자산 역시 2000년 36조 4460억 원에서 94조 652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지속적인 품질 경영 활동

지난해 1월 현대차 제네시스가 아시아 업계 최초로 대형차 부문에서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 이로 인해 정 회장의 품질경영이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JD. POWER사의 2006년 신차품질조사(IQS)에서 투싼이 소형 RV부문과 소형차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또 고급 브랜드를 포함한 종합순위에서 도요타, 혼다, 벤츠 등을 제치고 3위를 차지했다. 2005년에 비해 무려 일곱 계단이나 수직 상승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또한 컨슈머 리포트지의 ‘2007 차량 내구성 조사’에서 전체조사 대상 36개 메이커 가운데 전년대비 여섯 계단 상승한 7위를 기록해 내구 품질 면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음을 인정받았다.

이처럼 최근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은 세계 유수의 품질 관련 부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그룹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이 지속적으로 펼친 품질경영 활동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생산, 영업, A/S 등 부문별로 나뉘어져 있던 품질관련 기능을 묶어 품질총괄본부를 발족시켰다. 또 매달 품질 및, 연구개발, 생산 담당 임원들을 모아 품질관련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또한 시중에 팔리고 있는 차의 문제점 점검은 물론 개발 중인 차의 실물을 들여다보며 품질 개선 방안을 세세히 지시할 만큼 품질에 대한 애착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현주의 바탕으로 현장경영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미주판 현대차 특집기사에서 “아주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쓰는 정몽구 회장은 어떤 결함도 용인하지 않는다”며 정 회장의 집념을 소개했다. 더불어 “정 회장의 품질에 대한 열정이 오늘의 현대차 성공의 직접적 원동력이 되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정 회장의 트레이드마크는 현장에서 보고 배우고, 현장에서 느끼고, 현장에서 해결한 뒤 확인까지 한다는 ‘삼현주의(三現主義)’ 다. 정 회장의 좌우명 역시 일근천하무난사(一勤天下無難事)다. 한결같이 부지런하면 천하에 어려움이 없다는 뜻이다. 이는 박정희 대통령이 고 정주영 회장에게 써주었던 휘호로, 정주영 회장이 생전에 서울 청운동 자택에 이 글귀를 걸어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외환위기 당시 부실기업이었던 기아를 빠르게 정상화시킨 것도 삼현주의를 바탕으로 한 현장경영 덕분이었다. 이처럼 정 회장은 현장 밀착경영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낸다. 지역의 특성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설 때 세계적인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다는 철학 때문이다.

정 회장이 현장을 중시하는 데는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특유의 기업구조와도 연관이 있다. 전 세계 27개 공장 외에도, 사업장이 900여개가 있다. 또 차량이 판매되는 국가만 190여개국에 이르러 본사에 앉아 생산 및 판매 현장의 경영을 주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정 회장은 전 세계를 누비며 지속적인 현장경영을 펼친다. 국내 공장은 물론이고 해외 생산 및 판매 거점을 직접 방문해 현장 챙기는 등 리더십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에도 현대차 체코 공장 준공 및 인도 기술연구소를 직접 방문했다. 또 중국 시장 점검과미국 앨라배마 공장 및 미국 판매 법인을 방문해 품질향상, 판매확대 방안을 점검했다. 이처럼 정 회장은 2개월에 한번 꼴로 글로벌 생산·판매 현장을 방문하는 등 현장 경영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고객을 위한 혁신 비전

경영 환경은 고유가, 약 달러 등으로 계속 악화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에도 예외는 없었다.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 고객이 선택하는 메이커는 살아남으며 품질이 좋은 차는 고객의 외면을 받지 않는 다는 것.

때문에 정 회장은 지난 2005년 그룹 중장기 비전으로 ‘고객을 위한 혁신’을 내세웠다. 3대 핵심과제로 ▲‘세계 초일류’를 지향하여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수익구조 구축 ▲‘고객행복’을 지향하여 고객에게 최상의 기술과 품질, 서비스 제공 ▲‘변혁과 도전’을 내세웠다. 지금까지의 모든 관행과 사고, 문화를 버리고 창조적이고 자발적인 혁신 추구를 밝힌 바 있다.


환경경영 위한 초석 다져

정 회장은 품질향상을 위한 연구개발 부문에도 적극적 투자를 하는 한편 환경경영도 강조한다.

2003년 초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은 국내 최초로 환경경영을 전략적으로 수립, 실천하기 위해 회장 직속기구인 ‘전사환경위원회’를 신설했다. 이와 함께 기획실 산하에 ‘환경경영전략팀’을 출범시킴으로써 본격적인 환경경영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 본격적인 친환경자동차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정 회장은 “지속성장을 위해 환경 친화적인 미래차 개발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고, 이를 위해 하이브리드 등 첨단차 기술이 필수적”이라며 “벤처기업들이 첨단기술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이 기술들이 관련 산업에 미치는 시너지 효과가 막대하다. 때문에 벤처기업 육성을 통해 대중소기업 상생, 고용창출, 국가 경제성장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 회장은 “2012년부터 연료전지차를 첫 소량 생산하여 조기 실용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부터 인간중심 경영 강조

정 회장은 과거부터 인간중심 경영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기고 강조해왔다. 정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늘 강조해 왔던 탓에 인간중심의 경영은 이제 현대자동차에서 상당히 익숙한 덕목이 되었다.

정 회장은 기업의 중심에 인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적절하고 효과적인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전 임직원이 기업의 핵심이라는 주인의식을 고취시키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은 글로벌 자동차메이커로 도약하는 기초를 굳건히 다지는 한편 국내외에서 글로벌기업으로서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내부의 프로세스와 시스템 개선에서 비롯됐다”며 “개인의 역량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상호 신뢰하는 조직문화를 만든 데서 기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정 회장은 직원들의 높은 학습 욕구에 부응하고 이것이 충족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이른바 인간 중심의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것.

현대자동차 인재상 역시 ‘21세기 기업 경쟁력의 원천은 바로 사람’ 이다. 이 철학 아래 도전과 벤처정신을 바탕으로 회사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고 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정몽구 회장 프로필

▶ 1938년 3월 19일 서울 출생
▶ 1967년 한양대학교 공업경영학과 졸업
▶ 1970년 현대자동차 서울사무소장
▶ 1973년 현대건설자료부장 및 이사
▶ 1973년 한국도시개발사장 및 현대정공 사장
▶ 1974년 현대자동차서비스 사장
▶ 1981년 현대강관 사장
▶ 1985년 현대산업개발 사장
▶ 1986년 인천제철 사장
▶ 1987년~1993년 현대중장비 회장
▶ 1997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역임
▶ 1998년~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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