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적한 외교 현안 보다 복잡한 내교가 더 시급

▲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상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김성환 후보자가 청문회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명박 정권 후반기 험난한 한국 외교를 담당할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청문회도 버거웠지만 앞으로 남은 과제도 버겁다. 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병역문제, 다운계약서 작성, 재산증식 의혹 등이 집중 포화를 받았다. 다행히 이러한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닻을 올리기는 했지만 김성환호(號)에는 각종 숙제가 산적해 있다.

외교부는 유명환 전 장관으로 비롯된 특채파동으로 만신창이 상태가 된 상태다. 채용과 인사를 둘러싼 의혹들이 줄줄이 터져 나와 불공정한 내부인사 관행을 바로잡는 것이 우선 과제로 보인다. 때문에 김 장관이 헤쳐 갈 외교부 개혁 의지와 방향에 대해 모두의 눈이 쏠려있다.

김 장관을 둘러싼 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 및 해명과 앞으로 김 장관이 해결해야 될 숙제들을 살펴봤다.

김 장관은 크게 흠 잡을 만한 곳이 없는 인물이라는 평을 받았지만, 막상 인사청문회가 열리자 혹독한 검증을 받았다. 예상보다 치열한 공방이 오간 것이다. 야당을 중심으로 김 장관에 각종 의혹이 제기돼 도덕성 논란이 일었다.

‘공정한 사회’를 내걸었던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가 높아졌지만 잇달아 제기된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해 ‘혹시나’가 ‘역시나’라는 반응을 낳기도 했다.


집중포화에 한때 ‘어렵지 않느냐’

김 장관은 지난 1975년 징병검사에서는 현재의 1급에 해당하는 갑종으로 현역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1976년 외교부에 입부한 이후 1977년 다시 실시한 징병검사에서는 현재의 4급에 해당하는 을종으로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이에 김 장관은 턱 관절 장애와 치아 구조 문제 때문이었다고 해명했고 야당의원들은 대학 졸업앨범, 의학 서적까지 들고 나와 추궁했다. 1차 징병 검사 때 드러나지 않은 선천적 장애가 불과 2년 만에 드러난 경위가 석연치 않다는 게 이유였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일반적으로 턱관절과 저작 장애를 지닌 사람은 음식물을 제대로 씹을 수 없어서 체중이 감소한다. 하지만 재검 때 체중이 4kg 늘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또 “일명 ‘주걱턱’인 하악 전돌증은 아랫니가 윗니보다 나와야 하는데 그런 증상이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박 의원의 병역 기피 의혹 제기에 대해 김 장관은 “국가가 내린 판정에 대해 따른 뿐”이라면서 “지금도 조심하지 않으면 탈구가 돼 하악 관절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며 집중 공세를 막아냈다. 하지만 박 의원이 “관절 이상으로 병역 면제 또는 보충역을 받는 사례는 0.001%에 불과하다”다고 비판하자 김 장관은 “조금 있다 이를 보여 주겠다”고 응수해 해프닝이 빚어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상식선에서 해결하자고 나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김 장관은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상 시인했다. 김 장관은 지난 2004년 8월 19일 종로구 구기동 빌라를 실제로는 4억7000만 원에 매입했지만 2억3000만 원에 매입했다고 계약서에 작성했다.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김 장관이 부동산 매매가액을 축소 신고한 ‘다운 계약서’작성으로 세금 1392만 원을 탈루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탈루한 1292만 원에 가산금을 더한 세금을 국세청에 즉각 자진 납세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장관은 “당시 관행대로 매매 계약서만 작성했고 공인중개사가 매입자를 위해 그렇게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문제가 된 세금 차액을 납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 의원은 김 장관의 해명에도 “다운계약서 작성에 동의하지 않았느냐”며 집요하게 질문했고 결국 김 장관은 “(다운계약서 작성에) 동의 했던 것으로 생각된다”며 사실상 시인했다.


석연치 않게 남은 의혹들도

김 장관이 통신관련 회사 코어세스(현 엠씨티티코어)의 주식 9870주를 매입해 14배 가까이 수익을 올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해당 주식을 4년간 보유했다. 작전주였다면 그렇게 오래 갖고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해명하고 “3000주를 1600원에 팔았고 제일 높게 판 것이 4000주를 1700원에 판 것"이라며 작전주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또 이와 더불어 또 다른 재산 증식 의혹도 불거졌다. 김 장관은 지난 2009년 3월부터 지난 4월까지 13개월 간 총 1억1800만 원 재산이 늘어났다. 이 시기는 김 장관이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 재직한 때로 단기간에 재산이 늘어난 과정이 명확치 않다는 것.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정당한 재산 증식임을 강조하며 봉급저축분과 수익증권 평가액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력 의혹도 불거졌다. 공무원 인사기록 카드에 학력을 허위기재했다는 추궁이 잇따른 것. 대학원에서 제적당하고도 수료했다고 기록한 사실이 인사 청문회에서 드러났다. 김 장관은 서울대 대학원 국제경제학 수료라고 공무원 인사카드에 기재했으나 평균 학점 미달로 제적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김 장관은 “오늘에서야 제적당한 사실을 알았다”며 해명했다.


공정 경쟁시스템 마련 등 개혁 급선무

의혹을 딛고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임명된 김 장관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까. 우선 김 장관은 외교 정상화와 외교부 개혁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4일 유명환 장관의 사퇴로 직무대행 체제로 들어섰다. 이로 인해 외교 공백 사태가 빚어졌고 정상외교와 유엔총회등 기본적인 외교일정까지 차질을 빚어 조직이 흔들렸다. 더구나 특채 파동으로 안팎으로 내홍을 겪은 외교부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김 장관의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이다.

조화로운 조직 형성을 위해 포용의 리더십이 필요하지만 그보다도 외교부는 공정한 경쟁시스템 마련 등 개혁이 급선무다. 불공정한 내부 인사 관행을 바로잡는 것은 물론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재들 개방된 경쟁 시스템을 통해 등용하는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 때문에 앞으로 조직 내 경쟁 시스템이 강화되고 재외공관장과 고위 공무원단에 대한 퇴출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장관은 새로운 외교정책 방향으로 '총력외교(total diplomacy)'와 '복합외교(complex diplomacy)'를 제시했다. 이는 다각화되어가는 외교현안에 효율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보인다. 6자회담과 남북관계, 한중관계를 어떻게 풀어내고 새롭게 모색할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김성환 장관 프로필

▶출생 1954년 4월 13일 (서울특별시)

▶소속 대통령실 (외교안보수석비서관)

▶학력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경력 2008.06~ 대통령실 외교안보수석비서관
2008.03~2008.06 외교통상부 제2차관
2006 주오스트리아대사관 대사
2005 외교통상부 기획관리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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