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박태환이 중국 광저우 아오티 아쿠아센터에서 열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에서 48초70의 한국신기록으로 골인 후 포효하고 있다. <뉴시스>

박태환이 지난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 이어 2회 연속 아시안게임 최우수선수상(MVP)을 노리게 됐다.

지난해 로마 세계선수권대회 때의 부진을 씻고 이번 대회에서 완벽하게 부활한 박태환은 대회 2회 연속 MVP에 도전한다. 박태환은 4년 전 도하아시안게임 때 한국 선수로는 처음 대회 MVP에 선정됐었다.

아시안게임은 10여 명의 MVP 후보를 압축해 오는 22~25일 미디어 투표로 최종 수상자를 선정한다. MVP 수상의 최대 라이벌은 여자 기계체조 4관왕 쑤이루, 여자 수영에서 금메달 4개와 은메달 2개를 딴 탕이, 여자 배영에서 두 번씩이나 아시아 신기록을 세운 3관왕 자오링 등이다. 3명 모두 중국인이어서 중국 선수 가운데 1명을 골라 몰표를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최고 스타는 뭐니뭐니해도 역시 ‘마린보이’ 박태환(21·단국대)이다. 박태환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자유형 4경기와 혼계영 3경기에 출전해 금메달 3, 은메달 2, 동메달 2개 등 7개 전 종목에서 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수영 마지막 날인 지난 18일(한국시간), 박태환은 자유형 1500m가 끝나자마자 잠시 쉬지도 못하고 20분 만에 혼계영 400m에 출전해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15분이라는 시간동안 50m 수영장을 30번 왔다 갔다 하며 중국 쑨양과 경쟁을 펼쳐 체력적인 부담감과 정신적인 압박감이 심했을 테지만 15분01초72로 은메달을 받고도 1위인 중국의 쑨양(아시아신기록14분35초43)에게 여유로운 미소를 보내며 진심으로 축하의 뜻을 표했다.


마음을 비우고 여유로워 지다

박태환은 1500m 메달 수여식 후 인터뷰에서 “쑨양은 키나 체구가 해켓과 닮은 점이 많다. 자유형 1500m에서 세계 1인자가 될 것이다. 그런 훌륭한 선수와 함께 레이스를 한 것이 영광스럽다”며 1500m 세계 기록 보유자 그랜드 해켓(호주)와 쑨양을 비교하며 극찬했다.

박태환 역시 5일 내내 계속된 레이스로 체력적인 문제를 호소했지만 “핑계를 대기보다는 최선을 다하는데 의미가 있다”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렇게 박태환이 승부에 집착하지 않으면서도 최선을 다하며 여유 있게 경기를 즐길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지난해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의 실패가 가장 큰 계기다. 2006 도하아시안게임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거치며 정상에 올랐던 박태환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전 종목 결승진출 실패라는 참담한 성적으로 언론과 팬들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았다.

어린 나이에 올림픽 챔피언의 영광과 세계 선수권대회의 좌절을 경험한 박태환은 몰락하지 않았다. 박태환은 올 1월 호주의 마이클 볼 전담코치를 영입해 조용히 재기를 노렸다.

지난 8월에 열린 팬퍼시픽 수영대회에서 400m 금메달, 200m 은메달을 차지하며 제 기량을 회복했다.

가장 행복한 순간과 고통스런 경험을 동시다발 맛을 봤기에 박태환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여유를 되찾고 승부에 집착을 버리고 오히려 영리한 경기 운영과 스스로 즐기는데 주안점을 뒀다.

박태환은 자유형 200m와 400m 예선전에서 일부러 조1위 자리를 다른 선수에게 내주는 전략을 사용했다. 이런 전략으로 결승전에서 라이벌 중국선수들 사이가 아닌 좀 더 편안한 레인에서 견제를 피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불안감과 초조함을 넘어서 박태환은 이번 경기를 즐겁고 편하게 임했다. 그 결과 전 종목 7개 메달 획득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박태환 역시 모든 종목을 마친 뒤 “국민들 성원에 제대로 보답이 됐으면 한다”며 “이번 아시안게임을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거둔 것 같아 행복하다”며 커다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마음고생을 통해 한결 여유롭고 넉넉한 마음의 성인이 됐다.


전 종목을 다 소화해내는 유일한 1인

다른 종목이 50m에서 200m까지의 챔피언을 가리는 것에 비해, 자유형은 100m, 200m, 400m, 1500m로 나눈다. 올림픽 종목은 아니지만 800m도 있다.

수영에서는 50m와 100m를 단거리로 구분하고, 400m를 중거리로 구분한다. 다소 분류하기 애매한 200m는 긴 단거리, 혹은 짧은 중거리로 구분한다. 1500m는 장거리다.

육상에서도 단거리 황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는 100m와 200m 만을 전문으로 뛴다. 중장거리인 400m는 뛰지 않는다. 종목분야가 다르기 때문이다.

수영도 마찬가지다. 이번 아시안게임만 봐도 박태환의 100m 라이벌 후지이 다쿠로(일본)과 루즈위(중국) 역시 중장거리 400m에 출전하지 않았다. 200m와 400m에서 박태환과 경합을 버린 중국의 쑨양과 장린은 100m에 출전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태환은 50m를 제외한 자유형 전 종목에 출전했다. 아시아에서 유일한 단거리겸 장거리 선수인 셈이다. 실제로 박태환은 100m, 200m, 400m, 1500m의 한국 기록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해외 언론이 박태환에 대한 열띤 취재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단거리에만 중점 둬야 할 때

마이클 볼 코치는 박태환에게 따끔한 충고를 했다.

아시안게임의 수영종목이 모두 끝난 뒤 볼 코치는 “1분44초80으로 아시아 신기록을 수립한 200m 와 400m 기록은 무서울 정도로 좋았다. 세계 무대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정도”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볼 코치는 “박태환이 이번 대회 결과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이번 대회 기록으로 내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고 충고했다.

쑨양도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펠프스(미국)를 비롯한 다른 자유형 선수들도 박태환의 기록을 보고 동기부여가 돼 더 열심히 훈련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박태환도 성공을 이어가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전에 박태환이 1500m에 어울리지 않은 선수라고 말한 바 있는 볼 코치는 “지도자는 선수가 무엇을 제일 잘할지 결정해야 한다. 현재 박태환의 자유형 200m와 400m는 세계 1위다”며 “1500m는 포기하는 게 옳을 것”이라며 자신의 뜻을 내비쳤다.

아울러 “1500m까지 잘하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 하지만 1500m를 연습하는 것은 200m와 400m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육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단거리는 출발을 시작하자마자 바로 속력을 내야하는 몇 초 몇분 만에 결과를 내는 경기인데 비해 장거리는 체력전이다. 처음부터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금방 지친다. 두 종목의 방식이 너무나 달라 한꺼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욕심이 과해 둘 다 놓칠 수 있다.


‘수영신동’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우다

박태환은 천식을 치료하기 위해 5살 때 의사의 추천으로 수영을 시작했다. 대청중학교 3학년 때인 2004년 대한민국 선수단 중 최연소 국가 대표로 주목 받으며 아테네올림픽에 참가했으나 자유형 400m 예선전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 당했다. 큰 무대에 긴장을 한 탓이다.

2005년 한 해 동안 무려 여섯 개의 대한민국 신기록을 세우며 ‘신동’ 소리를 듣기도 했다. 마카오 동아시아경기대회에서 자유형 400m에서 3분48초71로 대한민국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아시아 신기록 15분00초32를 세우며 자유형 1500m에서 은메달을 땄다. 생애 첫 1500m 출전이었다.

2006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15회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획득하는 기염을 토하며 아시안게임 최우수 선수로 선정되었다. 이후 그는 태릉선수촌을 나와 개인 훈련에 돌입했고, 이 과정에서 코치 교체 등 잡음에 시달리기도 했다.

2007년 1월부터는 괌과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렸던 호주 멜버른에서 2개월 여 동안 전지훈련을 실시했다. 그리고 2007년 3월 25일에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 경기에서 예선 2위의 성적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전에서 그는 350m 지점까지 4위를 달리다가 마지막 50m에서 역영을 펼쳐, 3분44초30으로 2·3위를 기록한 오우사마 멜로리(튀니지)와 그랜트 해켓을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 기록은 자신이 갖고 있던 대한민국 기록이자 아시아 기록을 1초42 앞당긴 것이다. 2007년 8월 21일에는 프레올림픽 대회인 2007 일본국제수영대회 400m 자유형에서 3분44초77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박태환은 2008년 단국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에 입학해 현재 2학년에 재학 중이다. 박태환은 단국대뿐만 아니라 서울대·연세대·고려대·한체대 등 대학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그와 가족의 결정은 간판보다 장래 진로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더욱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도 단국대에 입학한 것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태환의 꿈은 현역 선수 생활을 마친 뒤 대학교수가 되는 것이다.

[박주리기자] park4721@dailypot.co.kr


박태환 프로필

▲1989. 9월27일생
▲2002. 도성초등학교 졸업
▲2005. 대청중학교 졸업
▲2008. 경기고등학교 졸업
▲2008. 3 단국대학교 체육교육학 입학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