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한 이재용·이부진·이서진

이서현(좌) - 이부진

삼성가(家)의 3세들이 경영 일선에 전면 배치됐다. 이재용(42) 삼성전자 부사장이 사장으로, 이부진(40) 호텔 신라 전무는 2단계 파격 승진을 하며 사장단에 합류했다. 이와 함께 이서현(37) 제일모직·제일기획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들은 내년부터 그룹 경영의 전면에 포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화제를 뿌리고 있는 삼성가의 면모를 들여다봤다.

삼성그룹이 지난 8일 단행한 임원인사는 사상최대 규모다. 젊은 조직, 성과주의에 초점을 둔 전례 없는 과감한 발탁으로 평가된다.

이는 “어느 시대든 조직은 젊어져야 하고 젊게 해야 한다”(10월12일 젊은 조직론). “(세상이)빨리 바뀌니까 판단도 빨라져야 하고, 이 때문에 젊은 사람들에게 맞다. 리더십과 창의력이 있어야 하고 21세기 새로운 문화에도 빨리 적응해야 한다”(10월30일 젊은 리더론)고 강조한 이건희 회장의 발언으로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인사는 규모나 특징 면에서 파격적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임원으로 승진한 사람은 총 490명. 지난 2008년 247명, 2009년 380명이 임원으로 승진한 것에 비하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대규모 인사다.

2011년 신성장 동력을 향해 질주하는 삼성, 미래 사업을 본격적으로 챙기기 위한 삼성, 글로벌 최강의 삼성을 향한 핵심 코드가 이번 인사에 녹아들어갔다는 설명이다.

삼성이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최고의 경영실적을 반영한 사상 최대의 승진인사를 단행했으며 그룹의 미래비전을 선도할 젊고 참신한 인물을 대거 발탁했다”고 밝힌 배경이다.

실제 이날 인사는 지속적인 원천기술 확보, 차별화된 제품경쟁력 제고 및 과감한 선행투자를 통해 국내외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고의 경영실적을 거둔 성과를 반영해 부사장 승진 30명, 전무 승진 142명, 상무 승진 318명의 사상 최대 승진이 이뤄졌다.

특히 전무 이상 고위 임원의 경우 역대 최고인 172명을 승진시켰다. 향후 삼성의 경영을 이끌어 갈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을 두텁게 하고 사업별 책임경영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 글로벌 기술경쟁 구도 속에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연구개발 인력을 대거 임원으로 승진시켰으며, 석박사 인력도 역대 최대인 126명을 임원으로 승진 발령냈다. 동시에 우수한 역량을 바탕으로 회사 발전에 일조한 여성인력 7명을 과감히 승진시켰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인사의 포인트는 ‘미래 삼성’에 대한 장기적인 대비이자 포석”이라며 “그룹 미래경영을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로 육성하는데 포인트를 뒀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로 삼성그룹 임원은 약 1800명이 됐으며, 지난해에 비해 100여명이 늘었다.


삼성가 3세 승진 단연 두각

이번 삼성그룹 인사에서 단연 주목되는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과 큰딸인 이부진 호텔 신라 전무의 사장 승진이다. 이재용 사장의 역할은 부사장 때와 마찬가지로 최고운영책임자(COO)이다. 실적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경영수업을 더 쌓으라는 이건희 회장의 배려로 보인다. 이 신임 사장은 신설된 미래전략실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게 돼 그 역할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부진 전무의 경우 당초 예상과 달리 부사장을 건너뛰고 곧바로 사장으로 승진해 눈길을 끌고 있다. 호텔 신라의 면세점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개선됐고, 에버랜드 역시 수익성 호조와 혁신을 추진했다는 공을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건희 회장은 그동안 ‘젊은 지도자’를 수차례 강조해 왔기 때문에 ‘3세 경영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는 부사장 1년차 미만인 ‘젊은 사장’도 5명이나 나왔다. 이번 승진 내정자들의 평균연령은 51.3세로, 지난해 말 인사 당시의 53.7세보다 2.4세 젊어졌다. 이 역시 이건희 회장의 젊은 조직론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40대 초반의 이재용·이부진 사장 체제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특히 이날 삼성 임원인사를 통해 조기 승진자가 12명이나 나오고, 30대 임원도 3명 배출되는 등 삼성에 ‘젊은 조직’이라는 화두가 가속화하면서, 이들이 그룹 전면에 나서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이인용 삼성커뮤니케이션 팀장은 “21세기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 최고경영진에 대한 재정비에 초점을 맞췄다”며 “신성장동력을 발굴했던 승진 1년 미만의 부사장이 대거 발탁됐다”고 설명했다.


이서현·김재열 부부 나란히 부사장 승진

이건희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전무도 지난 8일 임원인사를 통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신임 부사장은 서울예술고와 미국 파슨스디자인학교를 졸업했다.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했으며, 2005년부터는 제일모직 패션부문 기획담당 상무를 역임하고 올해부터 제일모직과 제일기획에서 전무로 일했다.

이 신임 부사장은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 위원일 정도로 패션과 디자인에 정통해 그동안 제일모직 패션사업을 주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임 부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신임 부사장은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차남이기도 하다. 김 신임 부사장은 웨슬리언대학교 국제정치학 학사를 거쳐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정치학 석사, 스탠퍼드대학교경영대학원 석사를 졸업했다.

2000년에는 미국의 이베이에서 근무했으며, 2002년부터 제일기획에서 상무보로 일했다. 2004년 제일모직 전략기획실 경영기획담당 상무, 2005년 제일모직 경영관리실 경영기획담당 상무를 역임했다. 지난해부터 전무로 일해왔다. 다만 이부진 사장의 남편인 임우재 이삼성전기 전무만 유독 인사에서 빠져 눈길을 끌었다. 표면적으로는 임 전무가 전무로 승진한지 불과 1년 밖에 안 됐다는 것이 이유지만 일각에서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시작한 임우재 전무의 배경이 다소 걸림돌이 된 것 아니겠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로써 삼성가 3세들이 이번 인사를 통해 모두 승진했으며 이들은 당장 내년부터 모두 경영 일선에 나서게 된다.


재계, 3세 역할분담 촉각

이에 따라 재계는 향후 이들 3세들의 역할 분담이 어떻게 이뤄질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이부진 신임 사장이 두 단계나 파격 승진하면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어 더욱 주목되고 있다. 이재용 신임 사장이 전자, 금융 계열사를 이끌면서 순조롭게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을 것이란 전제하에 이부진 신임 사장이 서비스와 건설을 맡게 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것.

최근에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을 인천국제공항 신라면세점에 입점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번 인사에서도 오빠인 이재용 신임 사장이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은데 반해 직접 호텔신라 대표이사 직함을 다는 등 과단성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둘 사이의 역학관계가 향후 삼성의 큰 그림을 그리는데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룹 지분구조상으로도 향후 이른 시기에 어떻게든 역할분담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금융회사는 동일 계열사가 지배하는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5% 이상 취득을 금지하는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금산법) 제24조에 따라 삼성카드는 보유중인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를 오는 2012년 4월까지 5% 미만으로 축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증권가 한 연구원은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는 점, 삼성생명보다 삼성에버랜드가 상위 지주회사가 될 것이라는 점 등 몇 가지를 빼놓고는 모든 요소가 가변적"이라며 "매우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을 소화하기 위해 삼성SDS를 상장하는 게 필수적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각각 삼성물산과 삼성카드로 간 이학수 고문과 김인주 상담역의 이동에 대해서도 재계는 주시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부진 신임 사장이 고문으로서 발을 들여놓은 곳이다. 삼성카드는 향후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출발점이다.

종합하면 이재용 신임 사장이 전자와 금융 계열사, 이부진 신임 사장이 서비스와 유통, 건설 계열사, 이서현 신임 부사장이 패션과 광고 계열사 등을 관할할 것이 유력해 보인다. 다만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으로 서로를 견제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이재용, 최지성 부회장과 함께 역할 대폭 확대될 듯

사장단 인사와 임원인사를 마친 삼성전자가 10일 조직개편을 단행한 가운데 최지성 부회장(CEO)과 이재용 사장(COO)의 역할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조직개편에서는 COO 조직 등 별도의 조직 인사는 없었다. 하지만 이재용 부사장의 사장 승진 이후 COO의 역할이 확대된다는 것이 삼성 내외부의 평가다.

최 부회장은 CEO로서 올 한해 글로벌 위기 속에서 경쟁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삼성전자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크게 성장시킨 공로로 지난 3일 부회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이재용 사장도 최 부회장과 함께 글로벌 시장과 국내 사업장을 수시로 방문해 삼성전자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해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역할 확대여부가 주목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 1일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에서 앞서 이재용 사장의 역할과 관련 “내년에는 폭이 더 넓어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사장은 그동안 최고운영책임자로서 삼성전자 내 사업을 관장해왔다. 참여의 정도는 ‘부사장’으로서 CEO를 보좌하는 역할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장 승진 이후 그 역할이 더 확대돼 사실상 총괄사장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삼성 관계자도 “이 사장의 역할은 최지성 부회장과 보조를 맞춰 총괄 사장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은 물론 재계는 이 사장이 앞으로 삼성전자가 신수종 사업으로 추진하는 태양광, 바이오산업, AMOLED, 헬스 등 신사업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코닝정밀소재, 삼성테크윈 등 전자계열사와 금융계열사 전반에 대해서도 챙길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이번 조직개편에서 외형적으로 COO를 보좌하는 별도의 스탭 조직이 생기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필요할 때마다 기존 조직의 도움을 받아 업무를 수행해 나갈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각 사업부별 사장들에게 업무보고를 받고,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을 해나가는 게 이 사장의 역할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최 부회장과 함께 실질적으로 삼성전자를 이끄는 자리에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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