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평창은 7월 7일 0시20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압도적인 다수표로 2018년 동계 올림픽 개최권을 따냈다. 2003년과 2007년 두 차례 실패에 이은 세 번째 도전의 성공이라는 데서 더욱 감격적이었다.

평창의 유치 성공은 관련 인사들의 희생적인 헌신, 탁월한 전략, 대한민국의 두드러진 국력 신장, 등이 조화를 이뤄 만들어 낸 작품이다. 조양호 평창 유치위원회 위원장은 대한항공(KAL) 회장으로서 유치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부재 중 회사 경영체제를 총괄사장 중심으로 전환하였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70대의 노구를 이끌고 평창 유치를 위해 170일 동안 해외출장을 다녔다. 이명박 대통령은 해외 순방 때 마다 비공개로 자리를 떠나 해당국 IOC 위원을 만났으며 서울에서도 외국 IOC 위원들과 전화를 계속 했다.

지난 두 번 실패 때 유치위원장들은 관료 출신이었다. 이번에는 성공한 기업인을 내세워 기업 이권 따내듯 파고 들어 지지표를 얻어냈다. 평창 개최의 슬로건으로서는 ‘새로운 지평(New Horizens)’을 내걸었다. 유럽 편중 개최지를 새로운 아시아 지평으로 확산시키자고 호소한 것도 주효했다. 4년 전 평창의 슬로건은 ‘한반도 평화’였다. 도리어 분단된 남북대치 상황을 환기시킴으로써 안보상의 불안감을 자아내 지지 표를 깎았다.

평창이 독일과 프랑스를 제칠 수 있었던 데는 근년 대한민국의 역동적인 국력 신장도 한 몫 하였다. 세계 시장을 휩쓰는 핸드폰을 비롯한 전자 제품들과 자동차들은 한국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IOC 위원들의 믿음을 사게 했다. 작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김연아를 비롯 금 6, 은 6, 동메달 2개를 따내 5위로 뛰어 올 음으로써 IOC 위원들의 표심을 잡았다. 꼭 한 달 전 전 세계를 매료시킨 ‘K-Pop’의 파리 공연 또한 분위기 조성에 기여했다.

그러나 평창은 개최 자격 획득이 절반의 성공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 2018년 2월 개최 시기 까지 남은 7년 동안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 작년 밴쿠버가 엉성한 대회 운영과 불편한 숙박 및 수송체계로 국격(國格)을 떨어트렸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적설량이 부족해 트럭을 동원해 퍼나르는 소동도 벌였다.

먼저 평창이 유념하지 않으면 안 될 대목은 알파인 종목의 활강(Downhill)과 슈퍼 대 회전(Super Giant Slalom) 활주로(Piste:피스트)가 아직도 마련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정선군 가리왕산에 새로 건설한다는데 차질 없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적설량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선행돼야 한다. 2월이면 눈은 풍부하지만 알파인 스키 피스트의 고도(高度)가 낮아 많이 녹는다. 유럽이나 미주의 피스트 고도는 3000m나 되며 일본의 나가노만 해도 2300m나 된다. 하지만 평창의 피스트 고도는 고작 1400여m에 불과하다. 노르딕 경기가 열리는 알펜시아는 700m에 지나지 않는다. 고도가 낮다는 것은 눈이 쉽게 녹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눈 부족에 대한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끝으로 개최 일정은 앞 당겨져야 한다. 평창 대회는 2018년 2월9일부터 25일 까지 16일간 이다. 25일엔 17·18대 대통령 이·취임식이 거행된다. 대회 일정이 대통령 이·취임식과 겹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1주일 정도 앞 당겼으면 한다. 그밖에도 2월 후반부로 접어들면 눈도 녹고 비도 내린다는 데서 보다 낳은 설질을 위해서도 대회는 앞당겨 져야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1988년 하계올림픽에 이어 대한민국의 국격을 또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기회이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앞으로 7년 동안 빈틈없이 준비해 국가 브랜드를 승화시키는데 차질이 없도록 임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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