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질환, 한국인의 주요사망원인 2위 … 인식수준 극히 낮아고혈압, 스트레스 해소, 체중조절 등 규칙적인 생활태도 중요심혈관계질환이 최근 5년 동안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한국인의 심장질환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순환기학회가 지난 96년부터 2002년까지 서울대병원, 전남대병원, 계명대병원 등을 찾은 외래환자 74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심혈관계질환 환자 수가 6년새 약 3.1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 4명 중 1명은 심장병과 뇌졸중 등 혈관질환에 의해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인식수준은 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순환기학회가 발표한 자료를 중심으로 국내 심장병 실태와 문제점 등을 알아봤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01년 생명표에 의하면 한국인 사망원인 가운데, 심장병 등 순환기계 질환이 한국인의 주요사망원인 2위로 올라섰다.(각종 암으로 사망할 확률 : 남 24.4%, 여 14.0% / 순환기계질환으로 사망할 확률 : 남 22.2%, 여 24.4%) 그러나, 생명과 즉각적으로 연결되는 심장질환의 심각성에 비해 심장질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수준은 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순환기학회가 전국의 성인 남녀 1,564명(남: 794, 여: 770)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심장(순환기계)질환에 대한 인식조사’를 한국갤럽을 통해 실시한 결과 순환기계 질환이 국내 전체 사망원인 2위임에도 불구하고 평소 심장질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은 응답자 10명 중 4명에 불과했다. 이는 심장질환에 대한 무관심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조사 대상자의 심장질환에 대한 인지도는 79%로 비교적 높았으나 심장건강에 대한 관심이나 지식은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6.1%가 심장건강에 관심이 없다고 답했으며, 돌연사의 가장 흔한 원인인 심근경색(심장마비)의 증상에 대해 60.1%가 전혀 모른다고 응답해 위기상황 시 적극적인 대처가 어려울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또, 심장건강과 직결되는 주요수치에 대해서는 혈압에 대해서만 51.8%가 본인수치를 알고 있을 뿐 혈당수치는 8.1%, 심혈관질환의 주요 요인인 콜레스테롤 수치에 있어서는 4.7%만이 본인의 수치를 아는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번 조사는 국내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자료로, 앞으로 심장질환에 대한 대국민 교육과 홍보가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줄이는데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상혈압수치에 대한 인지는 전체의 45.2%를 차지, 고혈압의 높은 유병률에 비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정상혈당수치는 4.2%, 정상 콜레스테롤 수치는 불과 2.9%만이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의 수치에 대해서도 혈압에 대해서는 51.8%로 비교적 높았으나 콜레스테롤 수치는 4.7%, 혈당수치는 8.1%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평균적으로 여성의 18.1%가 정확한 수치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반면 남성은 24.1%로 나타나 여성보다 남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심장질환은 꾸준한 관심과 노력을 통해 평소 생활패턴을 조절할 때 예방과 치료가 가능한 질병. 따라서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의 정상수치를 알고 정상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꾸준히 자신의 수치를 관리하며 생활습관을 조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젊은층일수록 돌연사에 대한 걱정이 많으나 돌연사로 이어지는 심근경색에 대한 상식은 저조했다.조사결과, 10명 중 9명이 심근경색과 심장마비에 대해 들어보았다고 응답했으나 정작 돌연사로 이어지는 심근경색의 증상에 대해서는 63%가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한 사실은 연령별로 봤을 때 젊은층에서 돌연사에 대한 염려를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가 13.5%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40대는 11%, 50대는 7.7%로 나이가 들수록 돌연사에 대한 위험을 적게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대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걱정을 하는 순환기계 질환으로는 고혈압이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 50~60대에서 평균 30.2%로 30대가 19.1%를 나타낸 것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정작 돌연사를 유발하는 협심증, 심근경색증, 부정맥의 구체적인 증상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10명 중 7명 정도가 모른다고 답해 무관심의 심각성을 드러났다.전체 조사대상의 10명 중 6명(64.7%) 정도가 심장 건강을 위해 운동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답했으며, 식이요법은 20.3%, 금연 및 금주에 대해 답한 응답자는 11.9%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특성별로는 젊은층으로 갈수록 운동이 효과적(30대 72.8%, 60대 45.1%)이라고 답했고 여자보다는 남자가 상대적으로 금연과 금주의 필요성에 대해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남성 18.1%, 여성 5.5%) 반면, 여성은 식이요법(24.5%)이 심장건강에 가장 좋다고 응답, 여성과 남성(16.5%)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결과와 2001년 세계 심장 학회의 ‘전세계 인구 중 3분의 2가 운동이 부족하다’는 발표를 종합해 볼 때,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만 생활 속에서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또 실제로 흡연은 에피네프린 분비를 증가시켜 맥박을 빠르게 하고 혈압을 올리며, 때때로 혈관의 경련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 좋은 콜레스테롤은 감소시키면서 나쁜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흡연은 심장질환에 상당히 치명적이다.심장건강에 좋은 식생활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물음에 응답자 10명 중 3명 정도가 ‘채소류 및 과일’이 심장건강에 좋은 음식이라고 답했고, 10명 중 6명 정도는 아예 모른다고 답했다. 대한순환기학회는 심장질환 예방을 위한 생활수칙 7가지 중, 다양한 채소와 과일, 잡곡류 섭취의 내용을 첫 번째 수칙으로 정하는 등 식생활 습관을 중요하게 지적하고 있다.

한국인이 가장 걱정하고 있는 심혈관 질환은 고혈압으로 나타났다. 심혈관 질환별 인지도와 걱정되는 질환을 묻는 질문에 ‘고혈압’(22.6%)이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이어 심근경색증(17.3), 돌연사(10.4%), 동맥경화증(6.5)의 순으로 나타났다. 고혈압은 상대적으로 남성(18.8%)보다는 여성이 26.5%로 걱정하는 비율이 높았으며, 남성은 심근경색증(18.1%)이나 동맥경화증(7.2%)을 걱정하는 비율이 여성보다(심근경색증 16.4%, 동맥경화증 5.8%) 높았다. 고혈압을 유발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전체의 응답자 중 28%가 ‘스트레스’라고 답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으며, 지나친 염분섭취(17%), 비만(14.5%) 등이 뒤를 이었다. 대한순환기학회는 최근 고혈압의 기준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스트레스 해소도 중요하지만 염분섭취를 적극적으로 줄이고, 적정체중을 유지하며 금연을 하는 생활태도가 고혈압을 예방하는 데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연령별로는 연령이 증가할수록 고혈압(60대 32.9%, 30대 19.1%)을, 연령이 감소할수록 돌연사(30대 13.5%, 60대 3%)를 걱정하는 비율이 높았다. 특히 돌연사가 일어날 확률이 높은 남성의 40.3%(여성 29.5%)가 신경 쓰이는 심장질환이 없다고 답해 심장질환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조사대상의 43.8%가 평소 심장질환과 심장건강에 관심이 있었다고 답했고 이중 40대 남성이 47.9%, 50대 여성이 57%를 차지했다. 40대 남성의 경우, 과도한 업무와 불안한 경제상황 등으로 인해 가정과 직장, 안팎에서 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한국의 40대 남성의 현주소를 반영하는 결과라 보인다. 즉, 이들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흡연과 음주 등으로 이어지는 무절제한 생활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어 심장질환에 대한 관심이 다른 계층에 비해 높은 것으로 추측된다. 여성의 경우에는, 폐경이후 급격하게 심장질환의 발생비율이 증가하고 여성의 주요사망원인 1위(2001년 한국인 사망원인)인 것과 맞물려 역시 심장질환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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