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 물레를 이용한 쥐의 자발적인 운동량을 측정해보면, 암컷이 수컷보다 훨씬 부지런하다. 암컷에게 남성 호르몬을 주사해 두면, 수컷과 마찬가지로 운동량이 저하된다.쥐의 자발적인 활동을 살펴보기 위해서, 회전 물레의 운동량 측정 장치를 이용하는 수가 많다. 물레의 회전수를 운동량의 지표로 삼는 것인데, 하루의 회전수의 90% 이상은 밤에 행해진다. 이런 경향은 암컷이나 수컷이나 마찬가지다.이 회전 물레를 이용해서 암컷과 수컷의 운동량을 장기간 기록 비교해보니, 암컷과 수컷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확인되었다.

정상적인 암컷 쥐의 운동량은 4일 주기로 변하는데, 그 주기는 배란주기와 정확하게 일치된다. 그리고 활동피크는 배란이 시작되는 밤과 일치된다. 한편, 수컷 쥐에게서는 그런 운동량의 주기적인 변화는 볼 수 없었다. 운동량이 암컷 쥐보다 훨씬 적으니, 수컷은 게으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암컷 쥐의 회전운동은 난소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 의존하므로, 난소를 떼어내면 운동량이 저하되어 일정한 수준을 나타내며, 주기적인 변동은 볼 수 없다. 그러나 에스트로겐을 보충해주면 운동량이 회복된다.

그렇지만 에스트로겐을 연속적으로 주사하는 경우에는, 운동량의 주기적인 변화는 볼 수없다. 정상적인 암컷 쥐의 운동량의 주기적 변화는, 배란주기에 따라 나타나는 난소의 에스트로겐의 주기적 분비에 따라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수컷 쥐의 운동량도 거세하면 더욱 저하된다. 수컷 쥐에게 에스트로겐을 주사해주면 회전 물레를 잘 돌리게 되는데, 그 회전수는 암컷 쥐보다는 훨씬적다.수컷 쥐가 암컷 쥐보다 운동량이 적은 것은, 뇌의 에스트로겐에 대한 감수성이 낮은 점도 한가지 요인으로 보인다.

그런데 수컷 쥐가 태어난지 얼마 안되어 거세하여 난소를 이식해 놓으면, 암컷 쥐와 마찬가지로 운동량이 주기적으로 변하게 되어, 물레를 돌리는 횟수도 암컷과 같아진다.한편, 암컷 쥐에게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을 주사해 두면, 배란이 없어지고 성주기가 없어진다. 그리하여 물레 돌리기에도 주기적인 변동이 없어지고, 수컷과 마찬가지로 물레의 회전수가 저하된다.이렇게 된 암컷에게 에스트로겐을 주사해도, 일단 저하된 물레 회전수는 정상적인 암컷 쥐의 수준까지는 회복되지 않고 저조하다. 따라서 운동량의 암수컷 차이는 선천적인 것이 아니요, 생후에 일찍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이 뇌에 영향을 끼쳤는지 아닌지에 달려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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