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사이의 거리

어느 남자 대학생이 이런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좋아하는 여대생을 위해 마이카로 서비스가 극진하다. 그런데도 그녀와의 관계는 애인인 것 같으면서도 애인은 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단념하려고 한동안 만나지 않고 있으면, 갑자기 그녀에게서 “다시 시작하자” 고 전화가 걸려 온단다.사람이란 접근하면 접근할수록 상대방의 결점이 잘 보인다. 따라서 상대방의 결점이 클로즈업되기 때문에, 상대방에서 좀 멀어지려는 심리가 작용한다. 그런데 멀어질수록 상대방의 장점이 잘 보여, 다시 접근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가. 그리하여 남성이 일방적으로 접근해 오면, 여성은 남성의 결점이 눈에 띄어서 멀어지려 한다.

도대체 늘 가까이서 시중을 들어주는 남성이란, 여성에게는 결코 매력적인 존재는 아니다. 그러니까 여성이 일단 자기 쪽을 향하거든, 남성 쪽에서 거리를 두는 것도 자기를 여성에게 어필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되면, 여성은 남성의 존재를 새삼 깨닫는 것이다.여기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여성 쪽에서는 아직 그다지 애정이 없는데 남성이 멀어진다면, 두 사람 사이가 멋적게 식어버린들 이상할 것이 없다. 상대방의 반응을 보아가면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요령이다. 연애 감정이란 본래 상호적인 것이다. 일방적인 서비스 안에서는, 진정한 의미로서의 연애감정은 자라나지 않는다.

응석부리고 싶어하는 남자

회사에 나가서는 폭군으로 군림하는 사장도 집에 돌아오면 아내에게 마치 손자이기라도 한 것처럼 고분고분한 경우가 적지 않다.식사 때 반주를 해도 단 몇잔만으로 아내가 술잔을 가져가버리고, 목욕을 하더라도 하나에서 열까지 아내가 챙겨주어야 한다.남자는 경쟁사회 관리사회에 살고있기 때문에 언제나 허세를 부려서 싸워야 하고, 그 숨막히는 상황에 견디어내야 하는 것이 상례다.그렇다고 온종일 어깨에 힘을 주고만 있다가는, 그야말로 질식을 할 지경이다. 그래서 진정으로 긴장을 풀어헤칠 수 있고, 자기의 천성대로 지낼 수 있는 장소와 사람을 갈망하게 된다.본래 남자는 경제적인 자립은 있을지라도, 정신적 자립이나 신변적인 자립은 없는 응석꾸러기라고 일컬어진다. 그런 응석을 요령좋게 받아주는 것이 남자들의 소위 ‘좋은 여자’ 다.이른바 명문가의 규수를 아내로 삼은 사내가 밖에서 애인을 갖기 쉬운 것도, 아내에게는 제 비천한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고충에서다. 오늘날의 사회 구조에서는, 응석을 부릴 데가 없으면 노이로제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최차혜(의박. 산부인과)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