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변화 더딘 여자

남성은 변화를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다. 그에 비해서 여성은 낯선 것을 꺼리고 보수적이다.세상의 습관이나 풍속을 부모에게서 자식에게, 자식에게서 손자에게 전해주는 것은 여성이다. 역사가의 증언에 의하면, 프랑스 혁명에 반대했던 것은, 빈부를 불문하고 여성 쪽이었다고 한다.여성의 마음이 변하려면, 남성의 경우보다 다소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여성은 천천히 생각하고, 천천히 마음을 동한다. 그에 반해서 남성의 바람기는 성급하고 돌발적이며, 느닷없이 왔다가 느닷없이 사라지는 식이다.

에컨대 남자가 전철 안에서 아름다운 여성에게 혹했다고 치자. ‘저런 여자와 연애해봤으면…’ 남자는 그 순간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내 생각은 까맣게 잊고 골똘히 생각한다. 그렇지만 전철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갈 때는, 그의 뇌리에는 그녀의 흔적조차 없어지는 것이 보통이다.하나, 여성의 경우라면 사정이 좀 다르다. 여성은 혹 전철 안에서 마음이 이끌린 남자가 있었다면, 그 인상은 그리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집에 돌아와서도 그 이미지는 자꾸만 명멸해마지 않는다. 아마도 며칠 동안은 그렇게 꼬리를 끌다가 차츰차츰 사라져 갈 것이다.마음을 스쳐가는 이런 바람기에도 남녀의 차이는 있다.

부자를 헐뜯는 남자

드라마 따위에서 보면 부자는 으레 악역이요, 가난뱅이는 으레 선량한 사람으로 나온다.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픽션의 세계에서는 이것이 기본 패턴인 것 같다.그러나 현실 문제로서는 부자는 악하고, 가난하면 선하다는 등식이 성립되기는 어렵다. 물론 이것은 복잡한 문제지만, 드라마 따위에선 그런 등식에 기조를 두어야만 호응을 받는 모양이다.유명한 이솝의 우화에 ‘신 포도’ 얘기가 있다. 포도가 먹음직하게 열려있어, 여우가 그걸 따려고 몇번이나 뛰어 올랐으나, 아무래도 손이 자라지 않는다. 그래 마침내 포도를 단념해버린 여우는, 분한 어조로 투덜거린다.

“젠장, 어차피 저 포도는 실 거야.”여우의 이런 심리는, 부유한 사람이면 으레 악한 사람으로 간주하고픈 가난뱅이의 심리와 상통하는 바 있다.이와 안팎을 이룬 심리가 ‘단 레몬’ 얘기다. 자기가 차지한 신 레몬을 구태여 달다고 생각함으로써 위안을 얻으려는 심리다. 사람이 부유해지면 인간미를 잃는다느니,가난한 사람일수록 인정이 많다느니 하며 가난을 단 레몬이라고 우기는 것이다.부자를 헐뜯는 사람의 마음에는, 부자가 되고싶은 강한 염원이 숨어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