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부터 먹혀드는 여자

좀 야비한 얘기가 될는지도 모르겠다. 맨먼저 남자가 여자더러 “차 한잔 합시다” 하면, 여자는 속으로 “차 정도라면 어때?” 하고, 가볍게 응한단다.차를 마시면서 “저 모퉁이에 왜식집 있죠? 그집 회초밥은 일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났다니까요. 그 주방장 어느 정도냐면 말요, 초밥 알갱이의 수효까지 알아맞힌다니까요” “아무리 그럴까요, 설마” 분위기가 이 정도면 그집까지 안갈 수 없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남자의 표현에 의하면 ‘혀에서 살살 녹는다’ 는 회초밥에 반주까지 곁들여 놓았으니, ‘라스베이거스 무드’ 라는 호텔 라운지까지 가게도 된다.

차와 식사로 두번이나 응락한 여성이 세번째 응락으로 그 현란한 라운지에서 칵테일을 들면서, 남자가 던져대는 대사의 투망(投網)에 걸려들기도 예사 아닌가. 애초에는 사소한 청에 별생각 없이 응했다가, 차츰차츰 거창해져 가는 꾐에도 실없이 걸려드는 메커니즘이 이렇다는 얘기다.호텔 라운지에서 나오면서 “내 사무실이 바로 여기니까 쉬어 갑시다” 하면, 무슨 수로 뿌리칠 것인가. 만일 애당초에 이런 눈치를 보였다면, 흑심을 지닌 여성이 아닌 바에야 앙탈했을 것이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요즈음 TV극에서 횡행하는 여성의 뺨치기를 당했을지도 모른다.끝으로 한마디. 거절하는 이미지를 만들기 쉬운 ‘마이너스 언어’ 는 쓰지 말 것.

과거의 여자 자랑하는 남자

자기 과거를 자랑하고 싶어하는 사내가 있다. 그런 사내는 남들이 모를 줄 알고 허풍을 떨거나, 혹은 다방에서 한번 마주앉아본 여성을 “사귀어본 여자” 라고 능청을 떤다.그런 사내는 요컨대 저 자신에게 자신이 없다는 점에 귀결된다. 현재 패션 모델로서 알려진 여성이 제 과거의 애인이었느니, 혹은 어느 큰 회사의 사장 부인이 자기와는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는둥, 그런 얘기들의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설령 근거있는 얘기라 할지라도, 그걸 가지고 현재의 제 열등감을 보충하기라도 할 것처럼 떠벌린다면, 그야말로 심정적으로 새빨간 허풍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다.이처럼 자기 미화에 열을 올리는 사내를, 여성은 결코 신뢰하지 않는다. 과거의 여자가 현재의 그녀보다 대단한 존재였다고 해서, 현재의 그 자신에게 금박칠이 될 것처럼 나불거린다면, 마주 앉은 그녀는 자존심이 짓밟힐 뿐이다. 자기 얘기는 또 누구에게 어떻게 지껄여댈까 싶어서,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근다.정히 그녀에게 자랑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제3자를 통해서 그녀에게 알려주면 효과적이다.

최차혜<의학 · 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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