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비와 태풍으로 인한 수해 등으로 가을철 전염병이 폭증하고 있다.강남성모병원 등에 따르면 들쥐 등 야생동물을 매개로 전염되는 유행성출혈열 (신증후군출혈열), 쯔쯔가무시병, 렙토스피라병 등 가을철 3대 전염병이 10년 전보다 3~10배 폭증했다. 이들 전염병 등은 골프, 등산, 낚시, 전원주택, 주말농장, 펜션 등의 확산에 따른 야외 활동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올해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린 데다, 태풍 ‘매미’로 인한 침수 피해까지 겹쳐 올 가을엔 이들 3대 전염병이 예년보다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건당국은 예상한다. 실제로 추석 이전까지 유행성출혈열 환자는 89명, 렙토스피라병 환자는 13명 발생해 작년보다 15∼40% 증가했다.

▲유행성출혈열 =들쥐의 배설물에 있는 ‘한탄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최근엔 도시 시궁쥐의 배설물에 있는 ‘서울 바이러스’도 유행성출혈열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풀밭에 눕거나 밟을 때 건조된 배설물 속에 들어있던 바이러스가 비산(飛散)해 호흡기를 통해 전염된다. 경기 북부와 강원 지역 주민들과 군인, 공사장 인부, 낚시꾼, 동물실험 종사자 등이 주로 걸린다. 저혈압성 쇼크, 혼수, 착란, 위장관 출혈, 혈뇨, 토혈, 뇌부종, 신부전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사망 가능성도 비교적 높다. 백신이 개발돼 있지만 효과에 대한 논란이 많은 상태며, 현재는 경기북부나 강원지역 주민과 군인 등에게만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쯔쯔가무시병 =관목 숲에 사는 들쥐나 들새, 집쥐 등에 기생하는 진드기에 물려 전염된다. 10~12일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 오한, 두통, 피부 발진·궤양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물린 자리에 1㎝ 정도 크기의 ‘가피’라는 검은 점들이 생긴다. 기관지염, 간질성 폐렴, 심근염 등의 증상도 나타나며, 고령자인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 따라서 관목 숲에 다녀온 뒤 벌레에 물린 자국이 있거나, 피부에 발진이 있거나, 림프절이 커진 경우엔 즉시 병원에 가서 치료받아야 한다. 예방 백신은 개발돼 있지 않으며 등산객, 낚시꾼, 야영 토목공사 종사자 등이 비교적 많이 걸린다.

▲ 렙토스피라증 =집쥐, 들쥐, 족제비, 여우, 개 등의 소변으로 배출되는 나선모양의 세균이 원인이다. 이 세균은 흙이나 물 웅덩이 등에서 생존 가능하며, 피부의 미세한 상처 등을 통해 인체내로 침투한다. 세균에 감염되면 1~2주 잠복기를 거쳐 고열과 오한, 기침, 각혈, 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황달이 나타나면 매우 위중한 상태다. 인체로 침투한 세균은 혈관을 따라 돌며 전신 장기에 퍼지면서 혈관염을 유발하므로 초기에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한다. 오염된 물에 발이나 몸을 담그고 장시간 작업하는 농부나 광부, 축산업자, 오수처리자, 낚시꾼, 군인 등이 많이 걸리며, 특히 폭우에 쓰러진 벼를 세우는 등 수해 복구 과정에서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백신은 개발돼 있지 않다.

▲ 어떻게 예방하나 =등산, 낚시, 캠핑, 골프 등 야외 활동시 긴 팔, 긴 바지 옷을 입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가급적 풀밭이나 숲속에서 눕거나 앉지 말아야 한다. 야유회 등의 경우엔 돗자리를 사용하는 게 좋으며, 집에 돌아와선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목욕을 하는 게 좋다. 유행성출혈열 바이러스는 늦가을 휘몰아치는 바람에 날리기 쉬우므로 바람이 많이 부는 날 야외에 나갈 땐 마스크를 써야 한다. 수해지역 등 오염된 물에서 작업을 할 경우엔 반드시 장화나 장갑 등 보호구를 착용해 피부에 물이 닿지 않게 해야 하며, 손이나 발 등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한편 이 질환들은 감염경로와 잠복기, 증상 등이 유사하지만 치료법은 모두 다르므로 숲이나 들에 다녀온 뒤 고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마음대로 약을 복용하지 말고 즉시 병원에 가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자료제공: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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