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끼리 마주앉는 사이는 아무래도 ‘긴장관계’ 로서, 두 사람 사이의 공간은 ‘긴장공간’ 인 셈이다. 그에 비한다면, 옆자리에 나란히 붙어서 앉는 사이는 ‘정서공간’ 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끼리 논쟁을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으레 마주앉아서 했지 나란히 붙어서 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오순도순·도란도란 하는 따위의 정겨운 분위기를 연출하려면, 아무래도 나란히 붙어 앉는 편이 효과적일 것 아닌가.여성에게 물어봐도, 그녀가 얌전하면 얌전할수록 마주앉아 놓으면 말이 잘 나오지 않고, 딱딱한 얘기가 돼버리기 쉽다고 한다.

예컨대 다방에서 마주앉아 있는 커플과 공원의 벤치에 가지런히 앉아있는 커플을 비교해보더라도, 그 데이트 성과가 좋은 것은 후자라고 한다. 데이트할 때 얼굴과 얼굴 사이의 최적 거리는 30~50㎝라는 말도 있는데, 마주 앉아서야 그 너무도 먼 해협이 아닌가. 또한 여성이 남성과의 관계를 진전시키고 싶은 경우일지라도, 정면에서 건네어 오는 남성의 유혹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그에 비한다면, 옆에서 도란거리는 유혹에는 잠자코 끄덕이기도 쉽지 않겠는가.우리가 평소에 전철의 빈 자리에 앉자 마자, 옆자리의 여성이 마치 치한이라도 만난듯 흘겨보던 꼴을 누구나 겪어 봤을테지. 이런 때 여성은 몸이 닿아붙어 있는 것도 아니건만, 엉덩이를 비켜나려고 움직거린다.

이것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보디존’ (영역)이 침범당한 것이 원인이다. 즉, 사람은 자기 주변에다 자신의 터를 지니려는 습성이 있으며, 그것이 침범 당하면 불안해지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특히 여성에게서 뚜렷하다.이런 심리작용을 교묘히 활용하면, 여성을 심리적으로 불안하게 하여, 남성 쪽의 유혹에 이성적으로 대응할 수 없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의 사고 회로(思考回路)를 혼란시켜, 포옹 당하고 싶은 본능이 몸 안에서 자리잡도록 할 수 있다.구체적으로 말하면, 여성에게 얼굴을 가까이 하고 말을 건네면, 여성은 그 느닷없는 습격에 이성이 마비되어, 그저 순응하는 동작밖에 못하는 경지가 되어버린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여성이 자기 쪽에서 덤벼드는 수조차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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