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모기가 극성이다. 특히 올 여름은 사상 최악의 더위가 진행되고 있어 모기에 의한 질병 감염이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휴가철을 맞아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모기에 의한 말라리아 감염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야영을 통한 감염이나 동남 아시아 등의 해외여행으로 감염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말라리아는 학질모기(Anopheles mosquito)에 물려서 감염되는 원충 질환이다. 이 감염에 의해 발작적인 발열, 근육통, 무력감, 두통 등의 증세가 주기적으로 일어나며 빈혈, 비장종대 등이 특징인 열대성 질병이다. 말라리아 원충은 삼일열 원충(Plasmodium viviax), 열대열 원충(P.falciparum), 난형열 원충(P.ovale), 사일열 원충(P.malariae) 4가지 종류가 있는데 이중 ‘열대열 말라리아(P.falciparum)’가 심각한 합병증을 남기거나 사망에 이르게 하는 무서운 말라리아로 ‘악성 말라리아’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것은 삼일열 말라리아로 그렇게 증상이 심하지는 않다.전세계적으로 매년 2억 5천만 명 이상이 발병하여 이 가운데 250만 명 이상이 사망하며, 유행 지역을 단 하루만 여행해도 말라리아에 걸릴 수 있다. 주로 학질모기의 암컷이 사람의 피를 빨아먹을 때 접종에 의해 전염된다. 간혹 감염된 혈액의 수혈 또는 오염된 주사기에 의해서도 감염된다. 대부분 열대 지방에서 발생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여름철 야영 등을 통해 감염된다. 빠르면 처음 노출 후 8일 후 시작될 수 있으며 늦게는 수개월 후에도 나타날 수 있다. 초기에는 오한, 발열, 경련 등이 생기며 기침, 두통, 근육통, 기립성 저혈압, 설사, 지속적인 피로기면 상태, 식욕부진 등도 올 수 있다.

이 질환은 발열 양상이 가장 특징적인데 하루 걸러 한 번씩 심한 오한과 함께 39∼41℃에 이르는 고열이 발생하며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하게 열이 떨어지는 일이 하루 걸러 반복하는 것이 우리나라 토착 말라리아의 특징이나, 비전형적으로 매일 열이 오르는 경우도 있다. 말라리아의 초기 증상은 몸살이 생겼을 때와 비슷하여, 이유 없이 몸이 쑤시고 오한이 나다가 열이 나고, 두통이 심하다. 어떤 경우는 여행에서 돌아온 6개월 후에 말라리아가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악성(열대열) 말라리아의 경우 주로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을 여행한 후 1개월이내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며 열은 비전형적 곡선을 보인다. 이 악성 말라리아는 황달, 혈액응고 장애, 쇼크, 간부전, 급성 뇌병증, 혼수로 진행할 수 있다.

▲ 무서운 합병증망막 출혈, 비장 파열 등의 합병증도 드물지만 발생할 수 있고 뇌의 손상이 심한 경우에는 식물 인간과 같은 영구적인 장애가 남을 수도 있다. 국내의 토착 말라리아는 치료 종료 후 1년 내에 재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치료 후 예방 요법을 시행하여야 한다.특히 임상 증상을 관찰해야 한다. 용혈성 빈혈, 간압통, 폐울혈, 황달, 비장종대, 신부전증 등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진단은 혈액도말검사로 하며 혈액검사상 용혈성 빈혈, 백혈구 감소증, 혈소판 감소증, 간기능 이상 등의 소견이 보인다.·치료치료제로는 항말라리아 약제를 쓰며, 식이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다. 국내 토착 말라리아는 클로로퀸(chloroquine)이라는 약제로 치료하며 치료 종료 후 1년 내에 재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치료 후 프리메이퀸(primaquine) 예방 요법을 시행해야 한다.

발열기에는 휴식이 필요하며 유행지역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 약물예방 요법을 쓰도록 한다. ·예방학질 모기에 물린다고 모두 말라리아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아노펠레스 모기가 말라리아 원충을 갖고 있어야 말라리아를 전파시킬 수 있는데, 아프리카에서는 모기의 10~20%이상이 말라리아 원충을 갖고 있고, 아시아나 아메리카에서는 더 낮아 1%이하이다. 확률적으로 아프리카에서 약 5~10번 정도 모기에 물리면 말라리아에 걸리게 된다는 셈이다. 가능한한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말라리아 모기에 물리는 것도 줄일 수 있고 말라리아에 걸릴 위험도 낮아진다. 모기는 저녁에 피를 빠는 습관이 있으므로 여행자들은 주로 해질 무렵과 새벽 사이에 모기의 접촉을 줄이도록 한다. 방충망, 방충제, 피부노출이 안되는 의복을 착용한다. 유행지역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 약물예방 요법을 쓰도록 한다.

불행히도 말라리아는 예방주사가 없다. 여행지에 따라 적절한 말라리아 예방약을 선택해 복용해야 한다. 말라리아 예방약은 말라리아 치료제 중 일부를 예방목적으로 복용하는 방법으로 용법과 용량이 치료할 때와 다르다.클로로퀸과 메플로퀸은 출발하기 1~2주 전에 시작하여 말라리아 위험지역에 있는 동안 매주 1회 복용하고 위험지역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계속 4주간 복용한다. 간질 및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와 메플로퀸에 과민증이 있는 여행자는 메플로퀸을 복용해서는 안된다. 특히 태국과 캄보디아의 말라리아 위험지역에서는 메플로퀸에 내성이 있는 말라리아가 발생하므로 독시사이클린을 복용해야 한다. 독시사이클린은 위험지역으로 들어가기 1∼2일 전부터 체류기간 동안 매일, 그리고 그 지역을 떠난 후 4주까지 매일 100㎎을 복용해야 한다. 임산부, 8세 이하의 어린이, 그리고 독시사이클린에 과민증이 있는 여행자는 독시사이클린을 복용해서는 안된다.클로로퀸 내성지역을 여행하는데 메플로퀸을 복용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 때에는 클로로퀸을 복용하면서 말라리아 치료약제를 가지고 다니다가 말라리아가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났을 때 우선 치료약제를 먹고 병원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 이를 대기치료라 하며, 24시간 이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려운 지역에 있을 때 사용하게 된다. 대기치료에 사용되는 약재로는 설파독신-피리메타민(Sulfadoxine-Pyrimethamine), 할로판트린(Halofantrin) 등이 있다.꼭 알아두어야 할 것은 말라리아의 예방약을 먹어도 말라리아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유행지역을 벗어난 후에도 열이 나면 일단은 말라리아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의 말라리아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말라리아의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93년 외국여행 경험이 전혀 없는 전방 철책선 부근의 한 병사에서 토착형으로 추정되는 말라리아가 발생되기 시작해 꾸준한 증가추세에 있다. 94년에는 동일한 지역에서 21명의 병사가 말라리아에 감염됐다.

이후 95년 81명, 96년 450여명, 97년 1,600여명, 98년 3,800여명에게서 말라리아 증상이 나타나 보건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주로 발생되는 지역은 경기도 북부로서 파주, 연천, 철원, 포천, 김포 등에서 발병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발생지역도 점차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과거의 토착형 말라리아는 경상북도 지역이 높은 발생률을 보였으나 현재는 경기도와 강원도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주로 4월에서 10월의 날씨가 더운 때에 집중되어 있으며 7,8월이 가장 위험하다. 특히 아열대성 기후적 특징이 강해져 가고 있어 보건위생상 주의가 부족할 경우 말라리아에 의한 피해가 점차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말라리아 발생 이유에 대해 온도의 상승에 따른 매개체 모기의 활동 증가와 장마와 강우로 인한 모기의 발육 조건이 조성, 사람들의 활동이 증가하여 매개체에 노출될 기회가 높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경기북부지역의 말라리아 매개모기 밀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제2청은 7월 중순 고양과 의정부, 파주, 가평 등 경기북부 10개 시·군지역의 말라리아 매개모기(중국얼룩날개모기) 밀도를 조사한 결과 평균 모기 10마리 가운데 2마리 꼴인 22.1%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중국얼룩날개모기는 다른 모기들과 달리 말라리아 환자의 피를 흡혈할 경우 다른 일반인의 피를 흡혈하는 과정에서 말라리아균을 옮겨 말라리아를 감염시킬 수 있다. 시군별 중국얼룩날개모기 밀도 변화가 가장 급속히 증가한 지역은 가평지역과 의정부지역이다. 가평지역은 70%에서 81%로 증가했으며, 의정부는 29%에서 47%로 높아졌다.무엇보다 건강한 휴가를 보내기 위해서는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특히 아동을 동반한 피서시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보험공단, 대한감염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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