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를 개국한 태조 이성계의 능은 억새를 이고 있다. 청량리에서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이곳 동구릉. 아름다운 적송숲에 둘러싸인 동구릉은 삼림욕을 즐기고 어린이의 역사교육을 겸하기에 으뜸이다. 그리고 인근의 구리탑과 곤충생태관에선 환경·생태교육도 겸할 수 있다. 깊어가는 가을, 이번 주에는 서울을 빠져나가는 길목으로만 여겨졌던 구리시를 목적지로 가벼운 여행길에 나서보시길….주말의 교통체증을 피해 아이들과 호젓이 하루를 쉬고 싶다면 바로 이곳 구리시 동구릉을 추천한다. 청량리에서 자동차로 불과 30여분이면 동구릉에 도착할 수 있다.

왕릉규모 국내 최대

동구릉은 말 그대로 서울의 동쪽(구리시)에 있는 아홉 개의 능이 모여 있는 곳이다. 왕릉의 규모로는 국내 최대로, 능역이 200만 평방미터에 달한다고 한다. 동구릉 입구는 구리인터체인지 바로 옆의 큰길가에 느닷없이 나타난다. 100여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매표소에서 표를 사서 입장할 때 까지만 해도 흔히 보는 평범한 모습. 그러나 입장하고 바로 시작되는 산책로는 아름드리 갈참나무와 잘생긴 적송으로 터널을 이뤄, 9개나 되는 능을 연결하는 순환로를 그대로 따라 돌기만 해도 30분은 넉넉히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어린이를 데리고 나온 소풍객은 태조 이성계의 능이든 선조왕릉이든 9개의 능 중 맘에 드는 곳을 골라 널찍한 잔디밭에 자리를 깔고 쉴 수 있다. 맑은 날에도 능을 둘러싸고 있는 적송 숲이 키가 커서 자리를 옮겨가며 햇볕을 피할 수도 있어 더할 나위가 없다. 이곳은 조선왕조를 세운 태조 이성계가 1408년(태종 8)사망하자 태종의 명으로 파주, 고양 등지에서 좋은 능자리를 물색하던 중 당시 검교참찬 의정부사를 지내던 김인귀(金仁貴)가 추천하고 영의정부사 하륜(河崙)이 결정하여 능지로 정해진 곳이다. 동구릉의 조성은 조선왕조 전 시기에 걸쳐 이루어졌는데 동구릉이라고 부른 것은 추존왕 익종의 능인 수릉(綏陵)이 아홉 번째로 조성되던 1855년(철종 6년) 이후의 일이며, 그 이전에는 동오릉(東五陵), 동칠릉(東七陵)이라고 불렀다.

왕과 비, 총 17위

아홉 개의 능의 구성은 이렇다. 제일 먼저 조선조를 일으킨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 홍살문을 지나 좌우로 수라간과 수복방이라는 한 칸짜리 소형 건물과 정면에 T자형의 특이한 모습의 정자각(丁字閣), 그리고 이 정자각에서 올려다 보이는 높직한 언덕 위에 봉분의 배치는 여느 능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래도 조선조를 연 최초의 왕인만큼 다른 능에 비해서 훨씬 크거나 대단한 치장을 하고 있으리란 기대와는 다르다. 일반인의 묘도 추석을 맞아 깨끗이 벌초를 한 가운데, 태조 이성계의 봉분은 벌초는 고사하고 길쭉길쭉한 억새풀이 무성히 자란 모습이 멀찍이서도 눈에 띈다. 이성계는 죽을 때 고향의 함경도 땅에 묻히기를 원했으나 뜻을 따르지 못한 그의 아들 태종이 대신에 고향땅의 흙과 억새풀을 옮겨와 심었다고 한다.

그러나 억새풀은 자르면 죽어버리는 성질이 있어 추석을 맞아서도 벌초를 않고 여름내 자란 억새풀을 그대로 둔다는 것이다. 겨울을 지내고 한식이 되어서야 한차례 베어낸다고. 거친 성질의 억새에 조선조를 개척한 이성계의 기개와 성품이 비친다.두 번째, 현릉은 제5대 문종과 그 비 현덕왕후를 모신 곳이다. 세 번째, 목릉은 14대 선조와 그 비 의인왕후, 계비 인목왕후를 모신 곳이다. 네 번째, 휘릉은 16대 인조의 계비 장렬왕후를 모시고, 다섯 번째, 숭릉은 18대 현종과 그 비 명성왕후, 여섯 번째 혜릉은 20대 경종의 비 단의왕후, 일곱 번째 원릉은 21대 영조와 그 계비 정순왕후, 여덟 번째 수릉은 23대 순조의 세자인 추존왕 익종과 그 비 신정왕후, 마지막으로 아홉 번째 경릉은 24대 현종과 그 비 효현왕후, 계비 효정왕후를 모시고 있다. 구릉으로 불리지만 이같이 왕과 비 등 총 17위를 모시고 있다.

능사이 숲길 4.6km 산책로

입으로만 외던 ‘태정태세문단세’ 등의 조선조 왕계를 이곳 동구릉에 와서 설명해 준다면, 어린이들에게도 이해가 쉬울 것이다. 드라마 대장금으로 널리 알려진 ‘수라간’도 갖추고 있는 능에서 놀다 가는 것만으로도 현장 역사교육이다. 동구릉을 즐기는 방법은 첫 번째는 아홉 개의 능중에서 맘에 드는 곳을 골라 잔디밭에 자리를 깔고 쉬는 것이다. 능을 둘러싼 휘늘어진 소나무 가지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속세를 잊을 수 있다. 취사는 금지되어 있으나, 김밥 등 도시락으로 간식을 하는 것은 무방. 능 사이를 잇는 산책로를 걷는 것도 좋다. 두 번째는 아홉능을 잇는 산책로는 물론이고 최근 개발한 총연장 4.6Km, 소요시간 1시간 45분의 숲길을 걷는 것을 추천한다. 능사이의 숲길을 지나 야트막한 산을 돌아내려오는 이 길은 초등학생도 여유롭게 같이 걸을 수 있는 코스이다.

요즘은 건강열풍에 힘입어 주변 주민들도 새벽 산책으로 많이 찾는다고 한다.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 500원, 개장시간은 새벽 6시~오후 5시반. 최소 반나절은 즐길 수 있는 이곳 동구릉에서 5km도 안 되는 곳에 있는 구리시 환경사업소는 환경과 생태계 교육의 장으로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 구리탑과 곤충생태관이 볼만하다. 구리탑은 쓰레기 소각장의 100미터 높이의 굴뚝에 360도 전망이 가능한 전망시설을 설치한 것으로, 엘리베이터로 올라보면 한강과 남산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명 등 전체 사용전력을 쓰레기 소각열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연중 나비가 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곤충생태관까지 둘러보면, 동구릉의 역사교육에 이어 환경과 생태교육까지 겸할 수 있는 완벽한 1일 교육코스가 된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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