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시대별로 수 많은 변천사를 거듭하고 있는 우리시대의 길들. 이제는 전국을 아우르고 있는 고속도로로 지방곳곳을 쉽게 찾아갈 수 있게 됐지만, 대신에 우리 옛정서가 남아있는 길을 찾기는 쉽지 않다. 가끔 흙냄새 물씬 풍기는 길을 맨발로 걸어보고 싶다면 ‘문경’으로 떠나보자. 잘 뚫린 고속도로로 시원스레 달려온 문경에는 우리 주변의 현대적인 길과는 다른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길이 도시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경북과 충북의 경계에 자리잡고 있는 문경에는 과거 영남과 한양을 잇는 제1 대로인 문경새재가 있다. ‘나는 새도 쉬어 넘어간다’는 힘든 고개이자, 억새가 우거진 고개라 하여 ‘새재’라 불렸다.

문경새재, 3개의 관문

이 길은 조선시대 태종 때부터 만들어진 길로 많은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가기 위해 꿈을 안고 가던 애환이 서린 고갯길이었다. 과거 영남지방에서 기호지방을 왕래하려면 이 문경새재를 넘지 않고서는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길이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새재는 3개의 관문을 따라 그 옛날 선비들이 다니던 길의 옛 모습을 두루두루 살펴볼 수 있다. 제1관문(주흘관), 제2관문(조곡관), 제3관문(조령관)까지의 10km 길은 발에 와 닿는 감촉이 너무도 부드러운 흙길로 되어 있어, 두 손에 신발을 들고 맨발로 흙길을 밟으며 산책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제1관문 주흘관은 남쪽으로부터의 적을 막기 위해 세워졌다.

바로 이를 지나면 KBS 촬영장이 건립돼 관광지가 된 용사골, 옛날 관에서 운영하던 숙박지 ‘조령원’의 터, 지나가는 사람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옛주막, 새로 부임한 관찰사가 관인을 인수하던 교귀정, 일제시대의 아픔을 지닌 ‘상처난 소나무’등 우리 조상들의 삶과 우리의 아픈 역사들이 어우러진 장소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잡는다. 제2관문(조곡관)은 기암절벽을 굽어보며 서 있는 요새로 이를 지나면 영약수로 알려진 조곡약수, 문경새재민요비, 소원을 빌면 장원급제한다는 ‘책바위’, 장원급제길, 조령약수가 자리잡고 있다. 1~2관문까지는 비교적 나지막한 산책길로 어려움이 없었지만, 제3관문으로 올라가는 길은 약간은 힘든 숨소리를 내게 되는 길이다.

‘관갑천잔도’ 원형을 찾다

1관문에서 3관문까지 길을 걷는 동안 흘리는 땀은 길을 따라 흐르는 조령계곡의 물소리와 매미소리, 풋풋한 나뭇잎새 향에 취해 금세 식어버린다. 맨발로 다 걸은 후에는 ‘발닦는 곳’에서 발의 피로를 풀어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문경새재의 옛길을 달빛 아래서 걷고 싶다면 『문경새재 과거길 달빛사랑여행』에 한번 신청해 보자. 10월 15일 토요일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5시간 동안 문화유산해설사와 문경새재 1관문, 2관문 왕복 6km를 걸으며 8가지 사랑을 테마로 진행되는 여행으로, 5월부터 진행된 이벤트에 가족 또는 연인들의 호응이 아주 높다고 한다.

문경시 홈페이지(http://tour.gbmg.go.kr) 축제이벤트 코너 『문경새재 과거길 달빛사랑여행』에 신청하면 누구나 참가 가능하며, 개인이나 단체 등 인원 수에 제한은 없다. 단, 행사 참가비는 무료이나 새재도립공원 입장료, 주차료, 식사비는 부담해야 한다. 영남대로는 과거 한양과 동래를 이어주던 도로 중 가장 넓고 가까운 길로서, 현재의 경부고속도로보다 무려 100여리 이상이나 가까운 도로였다고 한다. 지금은 그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 거의 없으나, 문경에는 그 원형을 찾아볼 수 있는 길 ‘관갑천잔도’가 남아있다.

고모산성 오르는 길

관갑천잔도의 일화가 있다. 후삼국시기 왕건이 견훤에게 대패하여 도망치던 중 잔도(벼랑길)에 이르러 길이 없어 낭패를 당할 지경에 이르렀으나, 토끼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보고 따라가 길을 내게 됐다하여 문경지역에서는 이곳을 ‘토끼비리’ 또는 토천(兎遷)이라고 부른다. 이 길은 가파른 벼랑 위로 선조들이 드나들던 길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돌바위가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며 닳고 닳아 발자국의 모양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있는 것. 관갑천잔도에서 성벽을 따라가다 보면 고모산성이 나온다, 이곳은 삼국시대 신라 초기의 석성으로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진남교반(1923년 경북팔경 중 1경으로 선정)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문경은 예부터 석탄산업이 발달해 석탄을 실어 나르던 석탄철로가 많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 폐선이 되어버렸지만, 이들 중 진남교반을 지나고 있는 가은선에서는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 바로 ‘철로 자전거’다. 한 문경시민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철로자전거’는 진남역에서 출발해 진남교반을 따라 나 있는 폐선을 달려볼 수 있다. 철로 옆을 스쳐가는 차들과 유유히 진남교를 가로지른 영강, 강너머로 보이는 영남대로의 옛길과 고모산성의 운치.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철로 자전거다. 특별 제작된 철로 자전거에 앉아 신나게 페달을 밟다보면 어느덧 종착역에 다다른다. 현재 철로 자전거는 50대가 운행되고 있으나, 아이들 방학기간이나 주말에는 일찍 표가 마감되므로, 아침 일찍 서두르는 것이 좋다. 운행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사전예약은 불가능하며, 진남역에서 선착순으로 접수 받고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체험

가족이 같이 체험할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문경은 도자기의 명장을 많이 배출한 고장으로 예부터 도예가 발달한 곳이다. 진안리에 위치해 있는 문경도자기전시관에서는 문경의 도자기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고 있으며, 가족과 함께하는 도자기 체험을 실시하고 있다. 매일(월요일은 휴관) 2회 실시하는 도자기 체험은 사전 전화예약제로 진행되고 있으며, 체험비는 도자기 1점당 1만원이다. 이곳의 도자기 체험이 다른 곳과 다른 점은 직접 장작불로 도자기를 구워서 배송해 준다는 점이다. 문경관광사격장에선 클레이, 권총, 공기총 사격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의 교습으로 초보자도 한번 도전해 볼만한 체험이다. 전화예약은 받지 않으며, 관광사격장에서 직접 신청해야 한다. 문경의 옛길을 두루두루 둘러보고, 갖가지 체험을 마치고 난후, 하루의 여정을 풀 수 있는 곳이 바로 문경온천이다. 문경온천은 알칼리성 온천과 칼슘, 중탄산천 2가지 종류의 온천을 한번에 즐길 수 있는 온천이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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