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탈과 영국여왕의 방문으로 인해 국제적인 관광지로 떠오른 안동. 이곳은 일반인들이 감히 이해할 수도 동화될 수도 없는 색다른 탐험지다. 마을 곳곳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석탑이나 건물들이 대부분 중요문화재들인 것은 물론, 이곳에 사는 이들도 조선시대의 ‘선비정신’을 계승하고 있다는 생각에 자존심이 높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안동여행은 그저 수박 겉핥기식으로 마무리된다. 이런 여행을 피하기 위해서는 안동에 대한 사전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또한 이 일대를 세권역으로 나누어 자세히 살펴야 한다. 조심스럽고 세심한 준비를 했다면 안동여행을 통해 조선왕조 오백년을 함께 지켜온 사대부들의 생활모습과 당시의 풍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안동의 자랑은 뭐니뭐니 해도 ‘하회탈과 탈춤’으로 유명한 하회마을이다.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서안동 나들목을 나오면 바로 이곳을 찾을 수 있다. 가는 길목에는 한지체험장과 탈박물관이 위치해 있는데 하회마을 입성에 앞서 한번 들러보는 것이 좋다. 한지체험장에서는 한지를 직접 만들어보는 행사를 운영 중인데, 어린이들에게 인기 좋은 프로그램으로 손꼽히고 있다. 또한 탈박물관에는 국내에서 형형색색의 탈이 전시되고 있어 호기심어린 어린이의 눈길을 끌고 있다.

안동의 자랑 ‘하회마을 ’

박물관을 지나 하회마을 입구에 이른다. 마을 보전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이곳은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문한 이후 사시사철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너무나 잘 알려진 이곳은 조선 시대의 성리학자인 류운룡 선생, 서애 류성룡 선생을 배출한 고장. 대대로 풍산 류씨가 살아오는 동성부락이다. 기와집과 초가집이 뒤섞여 있는 마을안쪽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대부분 민박을 치거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마을 안쪽에 들어가 북촌댁(중요 민속자료 제 84호), 충효당(보물 제 414호), 양진당(보물 제 306호), 남촌댁(중요 민속자료 제 90호) 등의 전통가옥을 들러보다 보면 외국인도 적잖이 눈에 띈다. 각기 소원을 비는 쪽지를 넣은 주머지를 매단 큰 느티나무가 있는 삼신당이 특히 인상 깊다.

마을을 벗어나면 병산서원(안동시 풍천면 병산동, 사적 제260호)이 관광객을 붙든다. 병산서원은 원래 서애 유성룡이 지은 것인데 임진왜란 때 전소되어 17세기 광해군 때 다시 지었다. 이곳의 입구인 만대루에 올라앉으면, 시원한 봄바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하회마을을 나오는 길목에는 옥연정사(중요 민속자료 제 88호)를 찾아 간다. 현재 공사 중인 옥연정사는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서 ‘숙부인(이미숙 분)’의 시댁으로 영화에 등장했던 곳. 이곳에 가는 이유는 인근에 있는 부용대에 오르기 위해서다. 부용대는 하회마을 주민들이 ‘하회마을의 백미’로 손 꼽는 곳. 옥연정사의 마당을 산길을 따라 오르면 가파른 경사의 솔숲이 나온다. 이곳을 지나 10여분도 채 안가면 부용대(풍천면 광덕리)를 만난다. 허허벌판에 팻말 하나, 보호대 하나 없이 높이 64m의 절벽 위에 부용대는 자리잡고 있다. 때문에 이곳에서 바라보는 하회마을은 절경이다.

퇴계의 숨결 ‘도산서원’

안동여행의 백미코스는 퇴계의 발자취를 따라 가는 여행이다. 안동시내에서 도산서원 가는 길목에서 우선 오천군자리가 있다. 이곳은 광산김씨 예안파가 안동댐이 생기면서 수몰 위기에 처하기 전, 자리를 잡고 보존가치가 있는 유적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은 곳이다. 무수한 세월의 풍상 속에서도 도산서원은 여전히 옛 향기를 뿜어 내고 있다. 도산서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서원을 가꾼 정원모습. 특히 매화가 피어나고 붉은 빛 작약의 새순이 돋아나는 봄철이 가장 아름답다. 툇마루에 앉아 한참 동안 봄꽃과 서원의 정취에 취해 본다.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서원에서 나와 퇴계종택(토계리 상계동)을 들르고, 퇴계의 14대 후손이자 ‘청포도’로 유명한 민족시인 이육사 문학관을 연계한다.

이 마을에서부터 일명 ‘퇴계 오솔길’이 시작된다. 퇴계는 13세 때 숙부인 송재 이우로부터 학문을 배우기 위해 청량산으로 입산하다 이곳 단사에서 면천-학소대-농암종택-올미재-고산정-너분들-청량산으로 이어지는 50리 강변길을 만나게 된다. 이후 퇴계는 64세까지 이 길을 대여섯번 더 왕래하며 그동안 정이 든 바위와 소, 협곡, 단애 등에 수십편의 시를 선물했다.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퇴계는 후에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단산-면천-농암종택을 잇는 ‘퇴계 오솔길’은 복원이 한창이라 그저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공사차량이 먼지 폴폴 내면서 달려가고 있어 트레킹하기에도 마땅치 않으며 정작 두어채 남은 시골집을 지나 학소대-농암으로 이어지는 1.4㎞의 협곡 길은 초보자가 갈 수 없을 정도로 길이 험하다. 강너머에서 잠시 면천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점이 아쉬운 점 중 하나다.

안동댐 주변

안동 시내를 기점으로 가장 먼저 가볼만한 곳은 안동댐 주변. 봄꽃이 화사하게 피어난 그곳에서 월영루와 민속박물관, 야외민속촌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안동의 풍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민속박물관과 야외박물관은 안동여행의 필수코스이다. 댐을 나오면서 굴다리 안쪽으로 들어가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통일신라시대의 신세동7층 전탑이 있다. 신세동 전탑 주변에 있는 임청각, 태사묘를 잠깐 들러본 후 이천동 석불과 봉정사를 연계하면 된다. 공식명칭은 이천동 석불(보물 115호)이지만 ‘제비원 석불’로 더 알려져 있다. 석불은 연미사라는 절집 안쪽보다는 도로변에서 바라봐야 정통으로 볼 수 있다. 거대한 자연석은 부처의 몸이 되고 머리는 따로 만들어 얹어 놓은 형상이 독특하다. 석불을 지나서 찾는 곳은 봉정사인데 경내에는 ‘봉정사 3층석탑’, ‘봉정사 극락전’, ‘봉정사 대웅전’ 등 문화재들이 있고 영화<달마가 동쪽으로 가는 까닭은>의 배경이었던 영산암이 있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수도 서울, 봄꽃에 파묻히다

계절의 여왕인 5월. 황사가 지나간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푸른 맨 얼굴을 부끄럼 없이 내보인다. 그 아래로 따뜻한 햇살의 손길을 받은 봄꽃들은 시민들에게 무지갯빛의 화려한 봄인사를 건네고 있다. 가족·연인과 함께 남산공원과 월드컵 공원, 양재동 시민의 숲 등 서울시내에 위치한 공원들의 봄꽃향연을 한껏 즐겨보자. 벚꽃과 진달래의 합창 ‘남산공원’서울의 중심 ‘남산’. 남산공원엔 최근 벚꽃과 진달래가 만개해 있다. 특히 여의도 윤중로나 경남 진해 등 벚꽃축제를 여는 대부분의 지역은 벚꽃이 모두 졌으나 이곳만은 여전히 벚꽃이 만개해 있다. 남산의 벚꽃나무가 다른 곳과는 다른 자생수종인 산벚나무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남산의 벚꽃은 왕벚나무들로 이뤄진 다른 공원들보다 1주일정도 늦게 꽃봉오리를 맺는 것은 물론, 꽃잎도 더디게 떨어진다. 이로 인해 남산이 요즘에서야 분홍빛으로 물들고 있다. 남산의 벚꽃은 산 중턱에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다. 특히 국립극장 입구에서 남산 북측 순환로를 따라 남산도서관 뒤 분수대로 향하는 3.5km 구간 양쪽에 만발해 있다.

도로를 따라 분포했기 때문에 가로등 빛에 비치는 벚꽃의 야경은 그야말로 절경으로 소문나 있다. 남산에는 벚꽃 외에도 ‘야외식물원’ 등이 있어 가족들의 소풍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1997년 외인아파트 자리에 들어선 야외식물원은 사계절 내내 사랑받는 꽃놀이 코스다. 중부지역에서 자라는 자생수목 269종 12만그루와 함께 제비꽃 등 다양한 야생화가 행락객들의 발길을 맞는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탓에 한가로운 분위기의 야외식물원은 특히 인근 외국인들의 산책 코스로도 애용되고 있어 이국적인 풍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남산공원에서는 10일과 24일 ‘야생화 공원 나들이’를 비롯해 7일엔 ‘식물교실’, 21일에는 ‘봄 자연학교’ 등 봄꽃 행사가 예정돼 있다. 민들레의 홍수 ‘월드컵 공원’4강신화를 이룩했던 월드컵 개최 장소인 상암동 월드컵공원도 봄철 여행객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특히 월드컵공원의 중심에 있는 하늘공원은 그야말로 하늘과 맞닿은 분흥빛 축제로 행락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약 100여m 높이에 5만8천평 규모로 조성된 하늘공원은 억새풀과 토끼풀 등 각종 풀과 서양민들레, 냉이꽃 등 다양한 들꽃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이국의 초원지대를 연상시킨다. 특히 봄꽃의 향기를 맡고 날아든 사철 나비와 새들로 인해 도심 속 생태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평화의 공원 뒤에 2만여평의 피크닉장은 그야말로 봄꽃으로 물든 대지다. 이곳은 개나리와 진달래 등으로 이뤄진 ‘봄꽃밭’이며 근처 시냇물은 물놀이를 즐길 만한 장소이기도 하다. 월드컵 공원에서는 ‘하늘교실’과 ‘토요 가족자연관찰회’등이 운영되고 있으며, 인터넷(worldcuppark.seoul.go.kr)으로 신청하면 된다. 철쭉의 유혹 ‘양재 시민의 숲’봄꽃축제에 강남도 빠질 수 없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시민의 숲도 최근 봄꽃여행을 즐기는 행락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시민의 숲이 자랑하는 꽃은 ‘철쭉’으로 7만8천여평에 이르는 대지위에 고루 퍼져 있다. 붉은색의 영산홍과 백색의 흰철쭉 등 종류도 다양하다. 숲 중앙에 위치한 ‘자연학습장’은 이곳의 대표적인 답사 코스다. 원두막과 각종 채소는 물론 유채꽃 등 다양한 봄꽃들이 동산을 이루고 있을 정도. 게다가 인근 양재동 꽃시장이나 서초문화예술회관에서도 화려한 봄꽃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이밖에 여의도공원과 용산가족공원, 선유도공원 등은 살구꽃, 배꽃 등이 만개한 수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봄철 여행객들이 몰리는 지방의 봄꽃 축제를 피해, 지하철을 이용해 봄꽃나들이를 가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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