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들이의 백미는 단연코 ‘꽃구경’이다. 하지만 모처럼 봄기운을 만끽하기 위한 나들이에서 꽃보다는 오히려 사람과 차 구경에 그치는 수가 많다. 저 멀리 발아래 만발한 꽃 풍경을 신선마냥 여유 있게 즐기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짜증스러운 시비와 부딪힘을 피할 수는 없을까. 그런 의미에서 벚꽃 만발한 경주로 남산 나들이를 떠나보자. 남산은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불상과 유적이 남아있어 답사 코스뿐만 아니라 등산 코스로도 유명하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경주의 배리평야와 그 일대의 꽃이 만발한 4월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남산은 ‘지붕 없는 박물관’동서로 길게 뻗은 남산은 서남산과 동남산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에 따라 등산 코스도 크게 두 가지 길로 나눌 수 있다.

배리석불입상에서 시작해 삼릉을 거쳐 시작하는 서남산 코스는 바위가 많아 길이 미끄럽지만 조심해서 올라가면 큰 무리는 없다. 목 없는 석불좌상, 입술이 붉은 마애관음 보살상, 빗물이 흘러가게 만들어진 홈이 인상적인 선각 육존불, 이웃집 아저씨 마냥 후덕한 표정의 선각여래 좌상, 무너진 광배와 깨진 코가 안쓰러운 석불좌상, 그리고 경주 일대를 지긋이 지켜보고 있는 마애석가여래좌상 등 만들어진 시기나 모습들이 가지각색이어서 아이들과 함께 올라가는 재미가 있다. 석불들을 보면서 힘든 줄 모르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 보면 어느새 4월의 푸른 배리평야와 봄꽃 가득한 경주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동남산 코스는 오른쪽 편에 남천을 두고 길게 뻗은 코스로 현재 제방 공사 중이며 차로 이동할 수 있다. 동남산에는 보리사의 약사여래와 사방면에 탑과 부처상이 있는 부처바위, 감실부처를 볼 수 있는데 마을과 가까이 있어 등산 코스라기보다는 인근 마을에 놀러 가는 듯하다. 보리사에서 바라보는 남산의 풍광도 운치가 있거니와 4방면에 부처상과 탑을 새겨놓은 부처바위가 특색 있다. 사실적 묘사보다는 캐릭터를 강하게 표현한 동면의 묵상중인 스님이나 사르르 하늘로 올라갈 것만 같은 서면의 비천 등 그 기법이 저마다 다르면서도 인공적이지 않고 자연에 녹아 있다. 동남산 등산 코스에서 약간 벗어난 감실부처상은 보기 드물게 여자 부처상인데 마치 동굴 속에서 가족들을 위해 기도를 드리고 있는 어머님들의 모습을 그대로 새긴 것만 같아 다른 부처상과는 달리 애잔하다.신라인의 상징 ‘돌부처상’

남산의 독특한 매력은 비, 바람을 맞으며 마치 태고에 만들어진 듯한 돌부처 상이다. 자연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돌부처를 이렇게나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역시 이곳 경주 남산뿐이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빛이 나는 서양 조각과는 달리 남산의 부처상들은 바위들과 소나무 숲과 어우러져 있을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 그래서인지 2,000여년이 지났지만 부처님의 나라 불국토를 염원했던 신라인의 절실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여기저기 남아있는 기도의 흔적들은 이러한 부처상들이 우리가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일 뿐만 아니라 여전히 생활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신자가 아니더라도 소원 하나쯤은 이곳 부처상 앞에 빌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그래서인지 남산에 올라가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만반의 준비를 갖춘 등산객들뿐만 아니라 마치 동네 시장에 가는듯한 가벼운 옷차림으로 이쪽저쪽 계곡을 넘나들며 기도를 하는 어머님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여행과 동시에 문화답사도 남산에서 경주시내로 들어가는 길목에 나정(박혁거세왕이 태어난 곳), 오릉(박혁거세왕, 남해왕, 유리왕, 파사왕, 알영왕비), 포석정이 있으니 들러 보는 것도 아이들 현장 학습에 도움이 된다. 등산보다는 답사에 좀 더 치중하고 싶다면 남산연구소 등 경주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문화유산 해설 프로그램들을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겠다. 남산에 피는 봄 야생화에 대한 정보 등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가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할 수 있다. 자전거 대여점이 버스터미널과 철도역사 근처에 있으니 자전거로 경주 시내를 한바퀴 돌아보자. 꽃놀이, 답사, 여행, 등산, 체험학습이 제각각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불국사와 석굴암이 경주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모든 분들에게 경주 남산의 봄놀이를 권해본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경주의 명소 여기!!▶ 포석정포석정은 927년 신라(新羅) 경애왕(景哀王)이 이곳에서 잔치를 베풀다가 후백제(後百濟) 견훤(甄萱)의 습격을 받아 붙잡히게 되어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강요받았던 곳으로 천년신라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포석정(鮑石亭)터는 신라(新羅)의 별궁(別宮)이 있던 자리로서 건물은 없어지고 역대 임금들이 잔을 띄우고 시(詩)를 읊으며 놀이를 즐겼던 전복모양의 석조(石造) 구조물만 남아 있다. 이 구조물은 통일신라시대(統一新羅時代)에 만들어진 것으로 짐작되며 폭은 약 35cm, 깊이는 평균 26cm, 전체길이는 약 10m이다.자연환경을 최대로 활용하고 주위의 아름다운 경관에 인공적인 기술을 가미하여 이룩한 조화미는 신라(新羅) 궁원기술(宮苑技術)의 독특한 면모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원래는 남산(南山) 계곡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거북 모양의 큰 돌이 있었고, 그곳에서 물이 나오도록 만들어졌다고 하나 지금은 남아있지 않다.

한편, 신라(新羅) 헌강왕(憲康王)이 포석정에서 놀이하고 있을 때, 남산(南山)의 신이 왕 앞에 나타나 춤을 추자 왕도 따라서 추었는데, 이 춤에서 ‘어무상심무(御舞詳諶舞)’라 하는 신라전통춤이 만들어 졌다고 전해 오기도 한다.▶ 불국사 사리탑‘탑의 도시’ 경주에서도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탑이 있다. 바로 사리탑이다. 이 탑은 한국불교 천년의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어 불교사학에서 커다란 가치를 갖고 있다. 이 탑은 안상이 새겨진 팔각대석 위에 탐스러운 꽃잎을 밑으로 늘어뜨린 연꽃 받침을 놓고, 그 위에 서로 얽혀 하늘로 오르는 구름기둥을 세우고 다시 피어오르는 연꽃을 얹어 대좌를 만들었으며 조각장식이 화려하고 섬세하다. 연꽃대좌 위에는 배가 부른 둥근 탑신을 놓았는데, 사방에 감실을 만들고 석가모니불, 다보불, 제석, 범천을 사방불로 새겼으며, 십이각의 기와지붕을 본떠 만든 지붕돌을 얹었다.

높이 2.06m로 경주의 다른 탑들에 비해 소박해 보이기는 하나 고승들의 사리를 모시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불교신자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사학계에서는 이 탑을 고려 초기의 작품으로 여기고 있다. ▶ 문무대왕릉일명 대왕암(大王岩)이라 불리는 이 동해 가운데의 바위섬은 백제를 멸망시킨 태종(太宗) 무열왕(武烈王)의 뒤를 이어 21년간 재위하는 동안 668년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676년에는 삼국의 영토에 야심을 드러낸 당나라 세력을 한반도에서 축출하여 삼국통일의 위업을 완수한 신라 문무대왕(661~681)의 수중릉(水中陵)이다. 대왕암이 화장한 문무대왕의 유골을 뿌린 산골처(散骨處)라는 이설(異說)도 있지만 이곳은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문무대왕의 숭고한 호국정신이 깃들어 있는 곳이며, 이러한 수중왕릉(水中王陵)은 세계(世界)에서도 유례가 없는 독특한 양식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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