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의 정동진, ‘태조 왕건’의 문경, ‘올인’의 섭지코지 등 방송드라마의 성공 덕에 방송세트장이 새로운 여행명소로 각광 받고 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해신’의 완도 세트장 역시 이 같은 계보를 이어가는 명소로 최근 드라마 열풍에 힘입어 여행객은 물론 국제적인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해신의 완도 세트장은 국내 최초로 도지정 문화재로 지정되었을 정도로 볼거리도 다양하다. 완도대교부터 정도리 구계등까지 16km 거리의 77번 서부해안도로는 완도 여행의 덤이다. 한 폭의 수채화가 연상될 정도로 절묘한 바다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드라마 세트장이 들어선 곳은 완도읍 불목리와 소세포 등 2곳.

이중 완도읍 불목리는 3만평의 넓은 부지 위에 신라촌을 고스란히 재현해 놓았는가 하면, 드라마에 등장하는 본영, 객사, 민가, 중국거리, 설평상단, 이도현상단(무역품 거래 및 상인숙소)등 40여동의 기와집과 수로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해신 세트장을 둘러보다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천 년 전의 당나라 시대로 되돌아 온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 소세포 세트장 역시 불목리와 비교해 전혀 뒤지지 않는다. 바닷가를 마주보고 있는 이곳은 1만6천평 부지에 해신 장보고의 근거지였던 청해진 포구 마을을 재현해 놓았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크고 작은 선박 6척은 바다에 둥둥 떠 있고, 포구엔 저잣거리, 군영막사, 망루 등 청해진 본영과 함께 신라왕궁을 재현해 놓고 있어 드라마의 감동뿐 아니라 멋진 바다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장보고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

세트장을 아늑하게 감싸고 있는 숙송봉도 오랫동안 시야에서 지워지지 않는 볼거리다. 완도대교를 건너 좌측 13번 국도를 타고 가다보면 장좌리 마을 앞바다에 전복을 엎어놓은 듯 둥글넙적한 섬이 관광객의 눈길을 잡아끈다. 바로 청해진의 본거지로 추정되고 있는 ‘장도’라는 섬이다. 해상왕 장보고 장군은 이곳을 통해 중국과 일본 해역까지 해상로를 장악하고 국제무역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에는 외성과 내성이 있었다고 전해지며 현재 성역화 작업이 한창이다. 장도 남쪽에서 발견된 1,000여 개의 나무 기둥 행렬은 당시에 외적을 방어하거나 토사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목책으로 보이며, 망루나 토성에 올라서면 점점이 찍힌 다도해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하루 두 차례 물길이 열려 장좌리 마을로 걸어 들어갈 수 있으며, 파래에 물든 초록빛 갯벌을 거니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완도의 또 다른 볼거리인 ‘구계등’은 이름 자체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우리말로 옮기면 ‘9개의 계단을 이룬 비탈’이란 뜻이다. 억겁의 세월 동안 파도에 씻긴 갯돌이 공룡알 만큼이나 큼직하고 모난 곳 하나 없다. 태양이 해변을 비출 때면 돌은 진회색을 띠다가도 바닷물에 살짝 적셔질 때면 검푸른 빛깔로 바뀐다. 특히 석양빛에 반사된 조약돌은 바다에서 옥을 보는 것만큼이나 아름답다. 평소에는 계단의 형태가 잘 드러나지 않지만 태풍이나 폭풍 등이 한차례 지나가면 정확하게 아홉 개의 계단이 드러난다. 참나무, 떡갈나무 등 40여종의 상록수가 방풍림을 만들고 있어 삼림욕코스로 적격이며, 1.2km가량의 자연학 탐방로가 이어져 바다와 갯돌 그리고 숲에 대해 상세한 안내판까지 있어 가족여행지로는 안성맞춤이다.

뱃길따라 청산도로

해질녘 화흥포구만큼 아련한 감동을 주는 곳이 또 있을까?백일도와 흑일도 사이로 떨어지는 붉디붉은 태양은 바다의 밭고랑인 부포의 행렬을 비춘다. 고단한 바닷일을 마치고 포구로 향하는 작은 배를 만난다면 성화만큼이나 숭고한 그림을 보게 된다. 이곳에서는 보길도로 들어가는 배가 출발한다. 화흥포항 입구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어촌박물관인 완도어촌민속전시관이 문을 열고 있어 관광객들의 명소로도 명성을 날리고 있다. 완도의 지붕인 상황봉 자락에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는 완도수목원에서는 완도에서 꽃내음을 가장 먼저 맡을 수 있는 곳이다. 국내 유일의 난대 수목원으로 인위적으로 조성된 다른 수목원과 달리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을 간직하고 있다. 동백나무, 붉가시나무, 후박나무, 황칠나무 등 천연 활엽수가 가득 하고 30여개의 전문 수목원과 온실, 관찰로 등이 조성되어 있으며 전망대에 올라서면 남도의 전경이 한 눈에 펼쳐진다.완도에서 청산도로 가는 45분간의 뱃길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보석같이 박혀 있는 섬들에 흠뻑 빠지다보면 어느덧 배는 청산도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도정항에서 섬을 일주하는 버스를 타는 것도 좋지만 바다를 벗 삼아 당리까지 터벅터벅 거닐며 영화 ‘서편제’의 송화와 동호가 되어 보는 것도 괜찮은 추억거리다. 송림 속 당집만이 외롭게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곳이 바로 한국 영화사상 최고의 명장면을 연출한 당리 황토길이다. 한 여인과 두 남자의 운명의 실타래를 진도아리랑 가락에 실어 애절한 한을 마음껏 풀어낸 곳이다. 굽이치는 황톳길과 헐렁한 돌담사이로 보이는 청보리가 남도의 봄정취를 물씬 묻어나게 한다. 당집 아래 자리 잡고 있는 초분도 남도의 외딴섬에서나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니 놓칠 수 없다. 당리 마을에 들어서면 유봉이 아이들에게 소리를 가르쳤던 허름한 초가도 나타난다. 읍리 고인돌과 하마비를 스쳐지나 고갯길을 넘으면 물결처럼 부드러운 논두렁이 한없이 이어진다. 구들장처럼 돌을 쌓고 그 위에 흙을 부어 만들었기에 ‘구들장논’이라고 부른다. 쌀 한톨이라도 더 얻기 위한 섬사람의 눈물겨운 애환이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일출이 아름다운 노적봉

활처럼 휘어진 진산해수욕장을 지나면 노적봉전망대가 나온다. 일출광경이 아름답고 경관이 좋아 사진작가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날씨가 좋으면 거문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천연 자연돌인 진산 갯돌밭의 주인은 주먹 만한 갯돌들이다. 빽빽한 해송에 1.2km의 고운 모래밭이 일품인 지리해수욕장은 물이 깨끗하고 수심이 완만해 가족여행지로 적합하다. 근처 갯바위에 나가 낚싯대를 드리우면 묵직한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천년전 바다를 호령했던 장보고의 근거지면서 서편제로 알려진 남도 소리의 고향인 ‘완도’. 따뜻해져 가는 봄날, 완도의 정경에 취해보는 것은 어떨까.<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자가운전· 서울출발 ■경부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대전→광주→(해남 ·강진)→완도 ■서해안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목포→(해남 ·강진)→완도 대중교통■기차 : KTX, 새마을호, 무궁화호를 타고 광주까지 가서 완도행 시외버스를 타고가야 한다. · 서울 용산~광주 (05:30-23:10)■고속버스 · 서울~완도 (08:20-17:40) 1일 4회 · 광주~완도 (06:00-20:00) 60분 간격 참고사항■ 청산도 여객선 · 완도~청산도 07:00-17:10 1일 5회 운항 (여객선 이용료 5,800원, 차량승선료 2만3,000원) ※ 변경사항이 있을 수 있으니 사전 확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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