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목구비를 분간할 수 없다. 빗물을 피해 지붕 아래 놓인 것은 그나마 콧날이 살아있고, 볕에 내몰리면서 비바람까지 한껏 맞은 것은 그냥 둥그스름한 돌덩어리가 되어 버렸다. 운주사(전남 화순군 도암면 대초리)의 돌부처들은 그렇게 표정 없이 앉아 있다. 못 생긴 부처님과의 조우. 괜한 미소가 지어지는 대목이다. 원래 운주사에는 1,000 구의 석불과 1,000 기의 석탑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남은 것은 탑 19 기, 석불 93 구(화순군청 집계)이다. 그나마 본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거의 없다. 1,000 개의 돌을 깎아 세운 사람의 지극한 정성과 1,000년 세월 뽑혀지고 부서지고 깎이면서도 말이 없던 돌부처의 인내. 묵직한 무엇이 가슴 속에서 교차한다.다른 사찰과 달리 운주사로 들어가는 길은 시야가 탁 트여 있다. 물론 아기자기한 오솔길도 없고 벚나무나 단풍나무와 같은 계절에 맞는 운치는 없지만 거닐면서 형태가 불분명한 불상들이 정겹게 다가온다.사찰로 들어서는 초입에는 넓은 잔디밭이 있어 삼삼오오 나들이 나온 가족들의 여유로움도 이곳 운주사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불상이지만 하나하나 표정이 살아 있는 모습도 눈여겨 볼만하다. 천년을 견뎌온 천불석탑


운주사(雲住寺)는 천태산의 서쪽 자락에 자리한 사찰이다. 20년 전만 해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찰이었는데, 황석영의 소설 ‘장길산’의 배경으로 이 운주사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흔히 ‘신비로운 사찰’로 표현되는 이 운주사는 천불천탑(千佛千塔)으로 유명하다. 천 개의 불상과 천 개의 불탑이 있다는 말인데, 현재는 약 100개 정도의 불상과 20개 정도의 불탑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들 모두가 운주사 경내에 있는 것은 아니고 운주사 주변에 흩어져 있다. 경내에는 와불 부근까지 해도 각각 20기 미만의 불상과 불탑이 있다. 운주사의 창건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다. 다만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신라 말기에 도선국사가 하룻밤 사이에 천불천탑을 조성하여 창건했다고 한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대략 그 시기에 창건되지 않았나 추정해 볼 수는 있다. 운주사는 형태도 다른 사찰들과는 다르다. 최근에 건립된 것으로 보이는 주차장 앞 일주문을 지나면 계곡 사이에 넓은 공간이 있고, 이 공간에 석탑들과 석불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금강문이나 천왕문 등은 아예 없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보물 제796호로 지정된 운주사 9층석탑이다. 자세히 보면 옥개석의 끝이 살짝 말려 올라간 듯이 보여, 정림사지 5층석탑이 떠오르는데, 균형미 등에서는 별로 신경을 쓴 것 같지 않다. 탑신의 문양도 다른 불탑과는 달리 대각선 등 단순한 선처리를 했다. 이 탑과 마찬가지로 운주사의 모든 탑과 불상들은 그리 공력을 들여 만든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서민들의 꿈 ‘부부와불’탑들은 형태도 제각각이어서 제대로 불탑의 형태를 갖춘 것부터 원형의 돌을 쌓아 올린 것까지 다양하며, 불상들도 석실 안에 잘 보관된 것부터 편편한 석판에 양각으로 새겨 길 옆 언덕에 기대놓은 것까지 다양해서 보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특히 불상의 얼굴이 제각각이라고 한다.

실제로는 마모가 심해 불상의 얼굴을 정확히 보기 힘든데, 대부분이 불상의 전형을 벗어난 서민들의 얼굴이라 한다. 이런 이유에 와불의 전설이 더해져 이 운주사가 미륵신앙을 간직한 사찰이 아닌가 추정하는 사람이 많다. 와불은 누워 있는 부처로 운주사의 서쪽 산등성이에 있다. 거대한 두 기의 불상이 누워 있는데, 머리가 낮은 쪽으로 누워 있는 것이 특이하며, 운주사의 불상 중 가장 정교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와불의 전설은 다음과 같다. 이 운주사에 하룻밤 새 1,000개의 불상모양의 탑이 조성되면 탑을 만든 이들이 원하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예언이 있었다고 한다. 각기 다른 소원을 가진 서민들은 하룻밤 새 999개의 석탑을 만들어 세웠지만, 마지막 1,000번째 불상인 와불이 채 일어나기 전에 새벽닭이 울어 결국 와불이 일어서지 못했다. 때문에 마지막 1,000번째 천불석탑이었던 와불이 일어서는 날, 세상이 개벽한다는 것이 ‘천불석탑’에 얽힌 전설이다.하늘의 이치를 읽는 천년 전 고전

또 운주사는 주변 형태가 배의 형상이라 한다. 대웅전이 노를 젓는 곳에 해당하고 9층석탑이 돛대의 자리에 해당한다고 한다.그러나 최근 새로운 학설이 제기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운주사의 석탑과 석불들이 별자리를 바탕으로 조성된 것이라는 학설이다. 이 학설에 따르면 와불이 있는 자리가 북극성에 해당된다고 한다. 이 학설은 와불 남쪽에 있는 칠성바위가 북두칠성의 형태로 배치되어 있는 것에 착안했는데, 실제로 하늘의 별자리와 운주사의 불탑, 불상 자리를 비교해 본 결과 비슷하게 맞아 떨어진 모양이다. 상징과 상상이 난무하는 운주사에서는 누구라도 ‘석불이 왜 누워 있는지, 누가 천불천탑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해답을 나름대로 찾는다. 하지만 천불석탑들은 미소만을 띤 채 늘 미륵 세상에 대한 희망만 되뇌고 있다. 1,000년 시간이 멈춘 곳. 이곳에서 천년전 선조들의 소망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자료 제공 : 화순군청 문화관광과>

자가운전■화순읍 중앙병원 앞에서 29번 국도를 이용하여 →능주사거리(10km)→우측 822번 지방도(남평쪽으로 5.6km)→좌측 817번 지방도(좌회전 8.4km)→도암→818번 지방도를 따라 직진(다도쪽으로 3.1km)→우측 운주사 방향(0.4km)→운주사.■광주→ 나주방면 1번도로→ 남평( 822번 8.6km)→평리( 817번 도로)→도암→ 운주사.대중교통■광주-운주사행 군내버스 이용/34회 운행/1시간 20분 소요(38km)■화순읍-운주사행 군내버스 이용/40분 간격(34회)/40분 간격(26km)■나주-운주사행(중장터행) 군내버스 이용/1시간 간격(11회)/30분 소요(19km)일정만 잘 맞추면 매일 ‘축제’ 열린다계절의 변화가 맨 먼저 감지되는 남도 곳곳에 ‘5월의 축제’가 마련돼 관광객들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2001년 말 개통된 서해안고속도로에 이어 지난 1일 고속철도 개통과 주 5일제 근무로 서울 등 수도권의 관광객을 서로 유치하기 위해 지자체가 특색있는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을 앞 다퉈 마련해 놓고 있다. 서해안 일주도로를 따라 전개되는 계절의 풍경과 함께 진도 ‘영등제’, 여수 ‘진남제’, 함평 ‘나비축제’, 고흥 ‘우주항공축제’ 등 ‘관광 전남’의 진수가 펼쳐진다.▼ 함평 나비대축제 자운영과 유채꽃이 만발한 함평천 수변공원 등지에서 오는 5월1∼9일 ‘제6회 함평 나비대축제’가 열린다. 2003∼2004년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우수축제인 이 축제에는 나비와 꽃으로 어우러진 생태체험, 민속놀이, 친환경농업 체험, 추억만들기, 생태 자연학습, 수생식물 관찰, 전시, 관광객 특별체험, 문화예술놀이 등 9개 행사가 열린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일 허브원예 치료관에서는 허브식물과 꽃을 이용한 건강 치료실이 마련된다. 미꾸라지 잡기 체험장, 보리그스름 체험장, 전통 가축몰이 등의 추억만들기 놀이마당도 운영된다.▼ 장성 홍길동축제장성군 황룡면 아곡리 홍길동 생가와 장성공설운동장 등에서는 어린이날을 전후해 오는 5월 3∼5일 홍길동의 정신과 사상을 기리기 위한 축제가 열린다. 홍길동 선발대회와 씨름대회, 열린음악회, 홍길동축구대회 등 관광객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다.특히 지난해 7월 홍길동 생가터에 착공된 홍길동전시관이 이번 축제 기간 동안 개관돼 어린이와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홍길동 전시관에는 생가터에서 발굴된 유물과 연구자료 등이 전시돼 있고 홍길동 관련 각종 영상물이 상영된다.▼ 여수 거북축제5월 3∼6일 여수시내 일원에서 ‘제38회 진남제’가 ‘거북축제’로 이름을 바꿔 열린다.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호국문화제인 이 축제는 임진왜란 때 왜적을 물리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지금의 전남 동부지역 주민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기린다. 임란해전 유적지 순례, 소동줄놀이경연, 해상불꽃퍼레이드, 불꽃놀이, 전국궁도대회 예선, 해상퍼레이드, 한노젓기 체험 등이 다채롭게 열린다.<문의 : 전라남도 문화관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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