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길을 만나러 가는 길. 흙으로 덮인 좁디좁던 길이 현대 문명의 강한 바람을 맞으면서 모두들 뻥뻥 뚫린 편리한 길이 되었지만, 아스팔트가 주는 화려함보다, 그래도 흙냄새 풀풀 나는 조금은 초라한 그 곳이 그리울 때 문경을 찾아보자. 포장되지 않은 고즈넉한 옛길의 멋이 그대로 살아 숨 쉬는 흙길, 새재의 호젓한 흙길은 빼어난 자연 풍광과 정취로 각박한 도시 생활에 지친 나그네에게 마음을 열고 쉬어갈 수 있는 ‘멋진 안식처’가 되어준다. 옛길, 그 고즈넉한 멋을 찾아 떠나는 아주 특별한 여행을 시작해 보자.

‘기쁜 소식 먼저 듣는다’해서 ‘문경(聞慶)’

‘나는 새도 쉬어 넘어간다’는 힘든 고개, 억새가 우거진 고개라 하여 새재 등, 그 의미도 다양한 문경새재는 조선시대 태종 때 열린 이래로 500여년 동안 한양과 영남을 잇는 제1의 대로로, 가장 아름다운 옛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낙동강과 한강을 잇는 가장 짧은 고갯길이었던 새재는 청운의 꿈을 품고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의 희망이었고, 낙향하던 관리들의 허탈함을 달래주던 조금은 쓸쓸한 고개였던 것. 허나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갔던 선비들이 장원급제해 금의환향한다는 소식을 제일 먼저 듣는 곳이 또한 문경이다. 특히 영남의 선비들은 추풍령을 넘으면 ‘추풍낙엽’ 이요, 죽령을 넘으면 쭉쭉 미끄러진다는 속설 때문에 문경새재를 거쳐 갔다고 한다. 더욱이 그 이름도 기쁜 소식을 듣는다는 ‘문경(聞慶)’인 까닭에, 옛 사람들에게 문경새재는 경사스러움과 반가움이 가득한 곳이다. 옛길 그대로의 모습을 밟을 수 있는 새재의 3개의 관문을 따라 옛사람들의 발길을 쫓아가보자.

호젓한 옛 길을 걸으며…

새재에는 세 개의 관문이 있는데, 제1관문인 조흘관에서부터 고갯마루인 제3관문 조령관까지 10Km는 차량이 통행하지 않는 흙길이어서 맨발로 올라갈 수도 있는 최고의 트래킹코스로 꼽힌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맨발로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흙길 바로 옆으로 흐르는 계곡물은 너무나 투명해서 바닥까지 보인다. 졸졸 흐르는 계곡을 따라 걷다보면 은은한 곡선미의 기와지붕 성문이 시야에 들어온다. 바로 조흘관으로 남쪽에서 침입하는 적을 막기 위해 설관되었다고 한다. 특히 KBS 촬영장이 건립되어 있는 용사골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촬영장으로 고려민속촌을 겸한 사극촬영 중심의 테마관광지로 크게 각광받고 있다.

2000년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태조 왕건’ 을 필두로 무인시대를 비롯해 현재에도 여러 사극이 촬영 중이다. 제 1관문에서 제 2관문까지 펼쳐지는 길은 맑은 계곡, 힘차게 하늘을 향해 솟은 소나무와 전나무에 싸여 세상사의 시름을 잊을 만큼 멋진 산책로여서 연인들이 다정스레 걷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제 2관문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관에서 운영한 숙박시설인 조령원터(현재는 원형만 남아 있다)와 청운의 꿈을 품고, 한양길을 오르던 선비들을 비롯한 보부상들이 험준한 새재길을 오르다 한 잔의 술로 피로를 달래며 쉬어가던 곳인 옛 주막, 그 외에도 새로 부임한 관찰사가 관인을 인수하던 교귀정이 있다. 기암절벽이 굽어보며 우람하게 서 있는 제 2관문인 천험의 요새 조곡관은 계곡 사이로 흐르는 용천수인 조곡약수의 물맛이 좋아 길손의 갈증과 피로를 풀어주는 영약수로 알려져 있다.

조곡관을 지나면 촌로의 애절한 민요가락인 문경새재 민요비가 보인다.2관문과 3관문 사이에 위치한 책바위는 과거 이곳을 넘나들던 과거객들이 책바위 앞에서 소원을 빌면 장원급제를 한다는 전설이 전해져 지금까지도 건강과 장원급제를 기원하는 영험스러운 곳으로 널리 알려져, 특히 입시철이면 소원성취를 비는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취업난 때문인지 ‘올해 취업 꼭 하게 해 주세요’란 소원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고, ‘올해 노처녀 딱지 좀 떼게 해 달라’, ‘애인과 헤어지게 해달라’는 이색소원도 있어 보는 이를 즐겁게 했다.마지막 남은 고갯길 제 3관문인 조령관으로 가는 고갯길은 더욱 가파르기만 해 지치게도 만들지만 구불구불한 오솔길을 벗어나 마지막으로 힘을 내어 굽이를 돌아서면, 산신각과 약수터가 나와 길손의 땀을 식혀준다.


옛 사람의 흔적 가득한 고모산성과 토끼비리

문경새재 말고도 문경의 멋진 옛길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 두 군데인데 하나는 고모산성이요, 또 다른 하나는 토끼비리다. 고색창연한 모습으로 진남교반을 말없이 굽어보고 있는 고모산성은 임진왜란 때 우리 군사 한명 없이도 만 하루 동안 왜군의 진격을 지연시켰을 만큼 천험의 지세를 이용해 쌓은 철옹성이며 6·25 동란 때에는 치열한 전투로 수많은 희생자를 내게 했던 민족수난의 역사를 묵묵히 지켜본 천년고성이다. 성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1500여년 전 옛 선인들의 지혜와 흔적이 곳곳에 보여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고모산성에 있는 ‘토끼비리’라는 길을 처음 낸 사람이 왕건으로, 왕건이 견훤과 전투를 벌이기 위해 내려가다가 문경새재 남쪽에서 길이 막혔는데, 문득 돌아보니 토끼 한 마리가 계곡 사이로 달아났는데 따라가 보니 길을 낼만한 곳이 있음을 발견하고 벼랑을 잘라 길을 텄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그래서 ‘토천’, ‘토끼비리’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것. 경사가 심한 벼랑길인 토끼비리에 하나 주목해 볼 것이 있는데, 바로 짚신을 신고 다녔던 옛 선인들의 발자국이 마치 화석처럼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하긴 달리 디딜 곳이 없을 만큼 길이 좁아 한곳만 계속 딛다보니 그렇게 파였을 것이리라.가기 힘들고 가기 두려운 이 길을 걸어간 선인들의 청운의 그 꿈은 얼마나 절실했을까? 감히 짐작해본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 찾아가는 길


대중교통■서울 동서울 터미널에서 점촌행 고속버스 (2시간 소요) 자가운전■서울- 영동고속도로- 중부 내륙도로- 문경시 ■중부고속도로-호법분기점-영동고속도로-여주분기점-중부내륙고속도로-문경새재IC-문경 숙박 먹거리■숙박 : 문경새재 유스호스텔 (054-571-5533) 관문호텔 (054-571-7777) 문경관광호텔 (054-571-8001)■먹거리 : 문경시 지정 향토음식점인 약돌돼지샤브샤브(054-556-7192) 약돌돼지 양념석쇠구이 전문점 새재할머니집(054-571-5600)

# ‘문경’가면 꼭 들러보세요

■ 문경온천
지난 1996년 개장한 국내 최고의 보양천인 문경 온천은 31.3도의 약산성칼슘치 중탄산천으로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특히 알레르기성 피부염, 통풍, 신장병, 갱년기장애, 관절염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명성이 높다. 특히 철분이 많이 함유돼 물 색깔이 노란빛을 띠고 있다. 이곳의 온천시설들은 맥반석 찜질방과 맥반석사우나, 증기사우나, 황토사우나, 노천탕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복합보양온천과 여행 후 피로회복에 그만이다. 어른신들이나 가족들간의 거리를 좁히고 싶다면 한번은 거쳐야 할 문경의 명소가 바로 문경온천이다.

■ 철로자전거와 문경석탄박물관
전국 최초로 운행하고 있는 문경철로자전거는 문경시 마성면 진남역에 설치되어 있으며 어른 3명 또는 어른 2명, 어린이 2명이 동시탑승이 가능하다. 현재 50대가 운행 중인 철로자전거의 꼬리에는 ‘산불조심’ 깃발이 달려있으며, 페달을 밟을 때마다 상쾌한 강바람이 행락객들의 열기를 식혀준다.불정역 방면 노선에서는 자동차와 나란히 달리는 즐거움은 물론, 가은역 부근에서는 터널을 통과하며 짜릿함을 맞볼 수 있다. 또한 문경석탄박물관은 전국 유일의 실제갱도로 석탄의 생성과 석탄산업 변천사를 알 수 있으며, 탄광촌에서의 생활, 출갱 장면 장비 등을 보며 탄광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조성하였다.

■ 문경 도자기 전시관
문경도자기의 가치는 오늘에 이르러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도예를 이룸에 있어 개인의 기능도 중요하지만 문경도자기만의 특징이 최근들어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조 분청사기 도요지로 유명한 문경도자기는 아직까지 전통방식의 도예를 고집하고 있어 그 명성이 남다르다. 이런 문경도자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도자기 전시관이다. 이곳에서는 문경도자기의 역사와 제작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으며, 문경 일대에서 출토된 자기들과 사기장을 비롯한 도예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아름다운 백색의 극치로 불리는 문경도자기의 순수함에 빠지고 싶다면 문경도자기 전시관을 반드시 들러보자.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