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신간안내 시대의 사기꾼


이 책의 저자 ‘사라 버튼’은 사칭자들보다 더 매혹적인 그들의 거짓 삶 이면의 현실에 대한 비극적인 동시에 희극적인 이야기 보따리를 풀고 있다. 단순히 사칭자들이 성공하는 방법과 그들이 삶을 바꾸어 사칭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이상으로 ‘시대의 사기꾼’은 우리의 정체성, 진실과 허구, 믿음에 대한 성찰의 계기를 제공하고 있는 것.

새로운 삶을 꿈꾼 사람들
『시대의 사기꾼-속고 속이는 자의 심리학』은 바로 그 사기꾼들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사기꾼들은 우리가 흔히 신문이나 방송 그리고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유형의 사기꾼들은 아니다.
물론 사칭을 했다는 점에서 일부 사기꾼들의 사칭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사칭자들은 자신의 출생이나 사회적 배경, 혹은 시대나 사회의 제약 때문에 자신의 창조적 재능을 발휘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사칭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때문에 저자는 금전과 같은 자기 이익을 위해 사칭을 한 사람을 “이기주의적 사칭자”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기 위해 사칭한 사람들로 실제적으로 사회가 더 나아지는데 기여한 “실용주의적 사칭자”로 구분하고 있다.
사칭이라는 사회 도덕적 기준에선 용납할 수 없는 일종의 범죄가 그들에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이해와 그들의 사칭행각을 미워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저자는 사칭이나 사칭자에 대한 비판보다는 성차별, 인종차별, 학벌이나 사회적 배경, 어떤 권위에 대한 맹신 등 이 모든 사회적 편견과 모순에 대해 비판을 가한다. 사칭이 시작되는 동기이자 사칭에 쉽게 속게 되는 우리의 심리가 바로 이러한 사회적 편견과 모순에 기반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꿈을 채 시도해 보지도 못하고 현실 앞에 꿈을 접으며 스스로의 꿈을 부정하는 현실 속에서 그들은 자신이 꾸었던 꿈을 사칭을 통해 성취하고자 한다. 때문에 이들의 모습은 억눌려있거나 숨겨져 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 나온 인물들의 사칭은 분명 거짓이었지만, 그들의 재능만큼은 진짜였다는 점에서 각 시대와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자 조롱으로 읽혀진다.

‘캐치 미 이프 유 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실존 인물인 프랭크 에버그네일 주니어의 심리는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페르디난트 발도 데마라’에 대한 ‘헬렌 도이치’의 심리 분석과 그대로 맞아 떨어진다.
사칭자들에게는 어떤 공통된 심리가 있으며 우리 역시 쉽게 속게 되는 어떤 공통된 속성이 있음을 저자는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마르탱 게르의 귀향에서 아내는 어떻게 수년간 함께 살면서 아이까지 낳았던 자기 남편을 몰라 볼 수 있었을까. 많은 영화와 소설의 소재가 되었던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의 딸 아나스타샤는 진짜였을까.
저자는 이같은 의문을 사회·경제 그리고 역사적 맥락과 함께 인간의 심리적 측면을 분석하며 설명해내고 있다.
현대에 들어 현실과 분리된 가상의 사이버 공간 속 또 다른 자아로 살아가고 있는 익명의 인터넷 네티즌들은 이 책의 사칭자들이 현실의 삶 속에서 감행했던 사칭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라버튼 저, 채계병 옮김 / 이카루스미디어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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