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의 신간안내
이 책이 너와 나를 가깝게 할 수 있다면



『책이 너와 나를 가깝게 할 수 있다면』은 부모를 떠나보내고 아내와도 이혼해 외톨이가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장폴 뒤부아의 무르익은 사유의 깊이와 풍부한 감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이 소설은 인간의 내면에 대한 놀라운 탐구, 산다는 것에 대한 진지한 성찰, 대자연에 대한 장엄하고도 신비한 묘사가 어우러진 하나의 도도한 강줄기를 만들어낸다.

내 안에 있는 행복을 찾아서
이 소설은 폴 페레뮐터라는 주인공이 읽는 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으로부터 일 년 전 그가 뜻하지 않게 겪어야 했던 ‘모험’에 대해, 한때 죽고 싶을 만큼 절망감에 처했던 그가 어떻게 그 상황을 헤치고 나왔는가에 대해 진솔하게 술회하는 형식이다.
그는 어느덧 쉰을 바라보는 나이이며, 전업 작가로 열세 권에 이르는 소설을 펴냈지만 그 결과는 늘 신통찮기만 하다. 우연히 들른 비뇨기과에서 생식능력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얼마 후에는 아내에게 버림받고, 곧이어 생의 작은 위안이었던 개마저 죽어버리는 상황에 처한다.
미국 남부의 마이애미에서 네이플스로, 거기서 다시 캐나다 북부로, 그 한가운데 도사리고 있는 ‘더러운 숲’으로 이어지는 여정.
그 멀고도 험난한 길로 이어지는 주인공의 궤적을 따라가는 동안, 읽는 이는 얽히고설킨 인간관계며 그 속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들이며 거기서 드러나는 인간의 파렴치한 면면들처럼 뾰족뾰족 마음을 찔러오는 ‘가시덤불’을 헤쳐 나가기도 하고, 캐나다 북부의 그림 같은 풍경과 위대한 작가들의 주옥같은 글을 투명하게 비춰내는 ‘호수’를 그윽히 바라보기도 하면서 ‘자유’와 ‘열정’이라는 것에 대해, 편견과 선입견과 모든 이분법적인 사고를 벗어던진 채 오롯이 제 자신의 무게만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것에 대해, 즉 자신을 둘러싼 ‘장막’을 벗어던진 채 다른 사람과 온전히 가까워지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곱씹어보게 된다.
결국 그가 얻은 진정한 평화는 부조리한 생에 ‘항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숨겨진 아주 작은 행복의 땅’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분노의 끝, ‘강하고 당당한 무언가를 세우기’ 위해 꼭 필요한 용기와의 조우이다.

절망에서 희망을 찾는다
『케네디와 나』, 『프랑스적인 삶』, 『타네 씨, 농담하지 마세요』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널리 사랑받고 있는 장폴 뒤부아는 열일곱 권의 소설과 수많은 에세이, 여행기 등을 집필한 프랑스 문단의 중견 작가이다.
페미나상과 프랑스 텔레비전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출간하는 작품마다 화제의 중심이 될 만큼 독자들로부터 널리 사랑받고 있다. 장폴 뒤부아의 소설이 매우 중요하게 읽히는 이유는 이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의 삶과 실존의 의미를 치밀하게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장폴 뒤부아의 소설에서 자주 대하는 배경과 인물, 일상적이고 흔한 풍경 속에는 현대인들이 안고 있는 비극적인 색조, 이를테면 권태, 삶의 위기, 무력감, 욕망의 좌절 등이 담겨 있다. 그런 한편 포기할 수 없는 생의 의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동시에 품고 있기도 하다. 그러하기에 그의 소설은 언제나 생활 주변에 주목한다.
‘사람을 평화롭게 살 수 없게 만드는 문제는 과연 무엇일까?’ 바로 숨 가쁜 긴장과 절제된 진지함으로 완성된 장 폴 뒤부아 소설의 중심을 잡고 흔드는 질문이다.
이 소설은 마른 땅에 단비를 뿌리듯 절망의 심연에서 환희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한 인간이 안간힘을 다해 고난의 여정을 헤쳐 나온 감동의 기록이며, 우리에게 생을 대하는 진정한 용기란 진정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장엄한 교향곡으로서의 풍모를 갖추고 있다.
장폴 뒤부아 / 밝은 세상 /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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