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침몰

1973년 3월, 일본에서 출간된 소설 『일본침몰』은 일본 전역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이 소설을 지은 고마쓰 사쿄를 일본 최고의 SF작가 반열에 올려놓은 이 책은 일본이 바다 속으로 완전히 사라진다는 충격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소설의 내용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사실적이었던지 당시 일본인들은 진짜로 일본 열도가 바다 속으로 가라앉을 것이라 생각하고 생필품을 사재기 하는 소동을 벌였다고 한다. 소설은 출간 한 해 동안 400만부가 판매되었고, 이듬해인 1974년 영화로 만들어져 640만 관객 동원이라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 후 라디오 드라마로도 제작된 이 소설은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들어왔던 일본침몰이나 지각이동에 대한 소문의 진원지가 되었다.

일본 파멸,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일본 열도가 태평양 쪽으로 매년 수 센티미터씩 이동한다’, ‘후지산 폭발을 계기로 전 일본의 모든 화산이 폭발하여 일본이 바다 속으로 잠길 것이다.’
출간 당시 지구물리학, 지질학, 정보공학 등의 연구 성과를 치밀하게 조합하여 만들어진 이 소설은 단순한 허구라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사실적으로 일본침몰의 날을 묘사했기 때문에 그 충격이 더 컸다. 이 소설이 출간되고 영화화까지 되자 일본인들은 실제로 열도가 침몰한다고 믿고 혼란에 빠졌다.
자신들이 발 딛고 서있는 단단한 대지가 영원히 깊은 바다 밑바닥으로 사라져 버린다면 그 충격은 실로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단지 이웃나라의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바로 곁에 있는 우리의 마음도 무거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그 충격과 공포의 생생한 모습을 소설로 만나보자.

일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이 책을 지은 일본 SF소설의 거장 고마쓰 사쿄는 일본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다는, 일본인들이 느낄 수 있는 가장 절망적인 상황을 설정하여 일본, 그리고 일본인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문제의식을 이 소설에 담았다.
소설에 등장하는 심해잠수정 와다쓰미의 조정사 오노데라 도시오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가 보여주는 이전 세대와 다른 사회의식과 행동양식을 묘사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폐허 위에서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시킨 전전세대와 그 풍요 속에서 성장한 전후세대 간의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의 차이는 일본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는 작가의 고민에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기본적으로 이런 주요 인물들을 통해 일본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과 국제사회에 제대로 융화하지 못하는 현실을 깊이 반성하고 앞으로 일본이 어떻게 국제사회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하는지 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고마쓰 사쿄 저, 이성현 옮김 / 디앤씨 미디어 /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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