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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 피오리나. 힘든 선택들



이 책은 HP 칼리 피오리나가 ‘사임’이냐 ‘축출’이냐를 놓고 이사회와의 갈등을 밝힌 ‘폭로서’가 아니다. 비즈니스계에 입문한 지 22년 만에 글로벌 기업 HP의 CEO가 된 한 인재의 성장 스토리이자, 힐러리 클린턴에 대적할 유일한 파워맨으로 손꼽히는 여성 리더가 언론 뒤에 감춰진 속마음을 털어놓은 내면의 기록일 뿐이다.

20대 기업의 첫 여성 CEO로 HP 장악
1999년 2월, 헤드헌터의 접촉으로 한 비행장 격납고에서 비밀리에 HP의 CEO직을 제안받게 되고, HP에 대한 새 전략과 조직구조 개편이라는 카드로 《포천》 선정 20대 기업의 첫 여성 CEO로 거듭난다.
‘창고에서 태어나 100년 전통을 지닌’ 휴렛패커드의 HP 방식이 ‘존중’의 의미를 잃어 나태해졌고, 회사 전체의 이익보다는 자기 부문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 피오리나는 “살아남은 것은 가장 강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라는 다윈의 말을 인용하며 87개 사업 부문을 17개로 통합하는 대대적인 구조개혁을 단행했고, 연구소를 확장했으며, 대고객 서비스를 확대했다. 그 소식은 곧장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2001년 초반, 닷컴 붐이 꺼지고 경기 불황이 시작되자 PC 부문의 취약점을 보완할 대책으로 컴팩컴퓨터 인수를 은밀히 추진했으나 언론에 합병 소식이 흘러나가고 만다. 회사가 불안정해질 것을 우려한 일부 이사회 위원들은 창업자의 아들 월터 휴렛을 필두로 위임장 경쟁을 시작한다.
창업자와 전문경영인, 이사회와 CEO의 힘겨루기 양상을 띠며 2002년 전세계 비즈니스계의 이목을 받은 이 싸움은 피오리나의 승리로 돌아갔고, 사상 초유의 합병이었던 HPQ는 당당히 출발한다.

컴팩 인수, 그리고 이유없는 축출
그러나 휴렛과 패커드의 창업 초기 창고를 배경으로 달라진 HP의 광고 캠페인을 시작하자 그녀가 HP를 독점하려고 한다거나 정치에 입문할 거라는 루머가 떠돌게 된다. 경위를 파악하기도 전에 비밀리에 사임을 요구당한 피오리나는 “진실만이 모든 것을 이긴다”는 믿음으로, 사임이 아닌 해직임을 언론에 당당히 밝히고 떠난다.
비즈니스계에 종사해 온 27년 동안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지만 결코 영혼을 파는 일이 없었던 피오리나는 현재 재도약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으며 이 책은 바로 그 시발점이다.
이제까지의 CEO 자서전이 공적을 치하하거나 업적을 포장하는 데 힘을 쏟은 반면, 이 책은 당시의 상황으로 돌아가 피오리나의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상관의 부정이나 부하직원의 부당한 행동, 이사회의 모략, 게다가 자신을 축출했던 이사회 회의 풍경까지, 불리하게 돌아올 수도 있는 상황묘사는 그녀가 얼마나 자신감이 넘치고 진실에 믿음을 두고 있는지를 증명한다.
52년의 인생 중 HP는 단 6년을 차지하지만 피오리나는 이 책의 1/3을 할애했다. 불명예 퇴진의 아픔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함께 일했던 직원 하나하나의 이름까지 거명하며 HP 직원들의 헌신과 저력에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리더란 인품, 능력, 파트너십으로 정해진다고 믿는 그녀는, 부적합한 과정으로 좋은 결과를 이뤄내기보다는 합당한 절차를 거쳐 옳은 실적을 남기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는 2006년 PC 판매 시장의 1위를 차지한 HP의 저력이 컴팩과의 합병에 기인한다는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결국 그녀가 옳았던 것이다.

가감없는 묘사, 그 열정의 비즈니스
이 책은, “비즈니스란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것이다”라는 주제로 조직 내 파트너십과 신뢰를 쌓아 마침내 진정한 리더가 되는 길을 가르쳐주는 비즈니스 교과서임에 틀림없다. 세계 경제인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는 피오리나의 비즈니스 커리어는 글로벌 인재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도전과 승부의 흥미진진한 세계를 가감없이 경험케 해 도약과 비전의 메시지를 선사할 것이다.
칼리 피오리나 저, 공경희 옮김 / 해냄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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