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신간안내 유언


이 책은 역사에 등장했다가 사라진 수많은 사람들의 유언 중 비교적 정확하게 알려지고, 세계 역사를 좌우하고, 우리의 정신과 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이 남긴 마지막 말을 수록한 책이다. 아울러 그 사람의 삶과, 업적, 사상 등을 고찰하고 그가 남긴 최후의 말과 함께 그 말이 나오게 된 배경과 의미를 들려준다.

하나의 유기체
의사 출신인 저자 한스 할터는 오랜 시간 동안 죽음을 목격했으며, 평범한 사람들이 남기는 마지막 말을 관찰하고 숙고한 후 유명인의 마지막 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는 400개 이상의 마지막 말들을 모았는데, 그 말은 때로는 감동적이고 아름답고 천박하고 유명하고 감성적이고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말들이었다.
그리고 그 주인공들도 왕, 반란주동자, 영화 스타, 정치인, 무용수, 건달, 갱스터, 작가, 대중 예술가, 화가, 살인자, 과학자, 종교인 등 다양하다. 물론 그들의 종교도 천차만별이다. 한스 할터는 그들의 마지막 말들을 추적하면서 자칫 미화되고 영웅시되는 역사 인물들의 죽음에 대해 객관적으로 들려준다.
인생과 마지막 발언은 하나의 유기체이다. 최후의 발언은 때로는 낙관적인 확언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때로는 남은 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하고, 풍자적인 성격을 띠기도 한다. 물론 전혀 엉뚱한 말을 남기는 사람도 있고 심사숙고하게 만드는 말들도 있다.
이 책은 총 9장으로 나누어 유명인의 유언을 정리했다. 저자는 수많은 위인들의 전기와 편지, 비망록, 공식·비공식 문서를 뒤져 이 책을 완성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3000년 이상 전해져온 인간의 역사에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명인들의 마지막 순간을 엿볼 수 있다.
세계 5대 성인은 죽기 직전에 모두 마지막 말을 남겼다. 또 그 말도 그들의 삶을 반영하는 것이었고, 남은 사람들에게 교훈을 안겨주는 말이기도 했다.
BC 560년에 출생한 부처는 수많은 고행 끝에 얻은 깨달음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 준 뒤 BC 480년에 눈을 감았다. 그는 “태어나는 모든 사물은 덧없으며 결국 죽는다”라고 말했다.
동양인의 사고를 규정짓는 공자는 “지는 꽃잎처럼 그렇게 가는구나”라고 말했다.
대영제국의 초석을 마련한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내가 가진 모든 것은 아주 짧은 한순간을 위한 것이었어”라고 말했고, 나폴레옹은 “…프랑스…군대…선봉…조세핀”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그의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것들이다.

“덧없으며 결국 죽는다”
3장에는 모두 15명이 등장한다. 로마의 대정치가이자 정복자인 카이사르는 그 유명한 “브루투스, 너마저도…”라는 말을 남겼다. 그의 또 다른 말 “주사위는 던져졌다”와 함께 오랫동안 인용되는 마지막 말이다. 이 외에 처칠, 아데나워, 루스벨트, 무솔리니, 케네디 등등의 마지막 말이 나온다.
4장에는 체 게바라를 비롯해 8명이 나온다. 영원한 청춘의 우상 게바라는 볼리비아의 정글에서 총살되었다. 그는 자신을 처형하러 온 마리오 테란 하사관에게 말했다. “그냥 방아쇠를 당기시오. 당신은 단지 사람 한 명을 죽이는 것뿐이오.”
5장은 플라톤을 비롯해 21명이 나온다. 철학자 칸트는 외롭고 고통스런 삶을 살았는데 와인을 마신 뒤 “맛이 좋구나”라고 말한 후 숨을 거뒀다. 다윈은 “나는 죽음 앞에서 일말의 두려움도 갖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6장은 괴테, 톨스토이 등이 등장한다. 괴테가 남긴 말의 진실은 그의 하인만이 알고 있다. 괴테의 사후 200년 후 최후의 말의 진실이 밝혀졌다. 그 말이 이 책에 실려 있다. 러시아 문학의 거봉 토스토예프스키는 “신이시여. 나를 이곳에 버려두지 마세요”라고 기도한 뒤 사망했다.
7장은 모차르트를 비롯한 예술가와 엘비스 프레슬리를 비롯한 대중예술가들이 등장한다. 음악의 아버지 베토벤은 “이런! 이런! 너무 늦었어...”라고 말한 뒤 위대하면서도 고통스러운 삶을 마감했다. 여성 패션의 창시자 코코 샤넬은 87세에 생을 마쳤는데 “결국 사람은 죽는구나”라는 진리를 말한 뒤 숨을 거두었다.
한스 힐터 저, 한윤진 옮김 / 말글빛냄 / 1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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