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이래 국민들간의 갈등과 대결을 조성하며 대한민국의 뿌리를 욕되게 하는 말을 삼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그런 막말도 5·31 선거 참패 이후엔 자숙하는 맥락에서 좀 나아 지리라 기대했다. 선거 사상 최악의 집권여당 패배 요인이 노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혐오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크게 자중하리라 예상했다. 집권 여당측에서도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들의 배척은 “대통령이 고비마다 국민의 정서에 ‘엇나가는 발언’을 한 것이 누적”된데 연유한다고 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도 집권당의 5·31 선거 몰락에는 노대통령의 책임이 84.6%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러나 노대통령의 “엇나가는 발언”은 5·31 이후에도 반성없이 계속되고 있다. 그는 정책홍보관리실장회의에서도, 현충일에도 막말을 계속 쏟아냈다. 그는 홍보실장회의에선 “한 두 번 선거에서 패했다고 해서 역사의 흐름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5·31 참패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의도 표출이었고, 선거를 통해 반영된 국민의 민의와는 관계없이 내맘대로 하겠다는 오기의 발산이었다.뿐만 아니라 그는 집권여당을 절대적으로 거부한 민의조차 국민의 수준이 낮아서 빚어진 결과라고 깔아 뭉개기도 했다. 그는 “제도나 의식·문화·정치구조 등 그 나라의 수준이 그 나라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주장했다는데서 그렇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낮아 자신의 훌륭한 ‘미래’ 구상을 깨닫지 못하고 거부했다는 말로 들렸다.그는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또 엇나가는 말을 해댔다. 그는 “분열을 끝내고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며 “독선과 아집, 배제와 타도는 민주주의의 적이자 역사발전의 장애물”이라고 강조했다. 서로 분열 대결하지 말고 배제하지 말며 화합하자는 말이었다. 옳은 지적이었다.그러나 그는 같은 추념사에서 그것을 뒤집는 말을 했다. 그는 “친일파 까지 권력에 이용한 장기독재는 결국 4·19의 희생을 가져왔다.” “군사독재로 이어진 불행한 역사도 5·18의 비극을 낳았다”고 대결의 날을 세웠다. 이 대목은 공산주의를 거부하고 자유민주체제 정부를 수립한 건국세력과 산업개발세력에 대한 증오심을 유발한 말로 해석케 했다. 그가 “분열을 끝내고” “배제와 타도”를 버리자고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분열과 타도를 조장한 엇갈린 언어였다.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은 노대통령이 현충일을 욕되게 하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는데 있다. 현충일은 국가를 위해 생명 바친 영령들의 위업을 기리기 위한 추모제이다. 특히 북한의 6·25 기습남침을 저지하다가 죽어간 수많은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며 북한의 적화책동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데도 의의가 크다.하지만 노대통령은 추념사에서 6·25 남침과 관련해 “민족이 하나로 단결해서 대처하였더라면 동족간의 전쟁이라는 불행은 피할 수도 있었다”고 엉뚱한 말을 했다. 6·25 남침은 “민족이 하나로 단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서 대한민국에도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6·25 남침을 자행한 전범자 김일성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로 들렸다. 저같은 친북좌파 발언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결코 입에 올려서는 안될 내용이다. 이적단체로 규정된 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한총련)의 극렬분자나 내뱉을 말이다. 노대통령은 스스로 대통령의 격을 한총련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5·31 참패에도 자성할 줄 모르는 대통령에게 대한민국의 운명을 20개월 더 맡겨야 한다는데서 나라의 장래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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