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너무나 신기하고도 어려운 운동이다. 생각해보라, 골퍼로부터 약 500m 떨어진 지점에 직경 10.8㎝의 구멍이 있는데, 단 다섯 번을 쳐서 그 구멍에 볼을 넣으라 하니 얼마나 괴상한 운동인가. 사실 500m는 상당히 먼 거리다. 게다가 중간에는 언덕도 있고, 연못도 있으며, 모래로 웅덩이를 만들어놓은 곳도 있다. 그러한 자연지형과 인공물을 헤치며 볼을 날리고 굴리며 정해진 타수 안에 홀인시켜야 하는 경기이니 ‘변수’ 또한 오죽 많을 것인가.골프채 또한 아주 기이하게 생겨먹었다. 막대기 끝에 삼각형 모양의 이상스런 헤드가 달려 있는 아이언(iron)도 있고 둥그스럼한 헤드의 우드(wood)도 있으며 직사각형 모양의 퍼터도 있다. 필드 역시 기본적으로 약 30만 평은 되니 스포츠 경기장으로서는 기이할 정도로 크다고 할 수 있다. 누가 발명했는지 모르지만 이 모두가 기막힌 요소들을 기막히게 조합시켜 놓은 셈이다.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골프를 즐기는 이들이 ‘새’를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점이다. ‘

버디’ ‘이글’ ‘알바트로스’ 등 골프용어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버디’란 파보다 1타 적게 친 타수를 말한다. 파3홀에서 2타 만에 홀아웃했거나 파4홀에서 3타 만에, 파5홀에서 4타 만에 플레이를 끝낸 경우다. 프로들은 버디를 심심찮게 잡지만 아마추어들에겐 버디야말로 최상의 목표다. 보기 플레이어의 경우 한 라운드(18홀 플레이)에서 버디를 하나라도 잡으면 그야말로 ‘획기적 성취’가 되며, 대부분 골퍼들은 버디 없이 한 라운드를 끝내곤 한다. ‘이글(eagle)’은 파보다 2타 적은 스코어로 홀아웃한 경우다. 파4홀에서는 2타 만에, 파5홀에서는 3타 만에 경기를 끝내는 것이다. 프로들은 파5홀에서 종종 이글을 한다. ‘종종’이라고 표현은 했지만 그것은 아마추어에 비해 자주 한다는 뜻일 따름이다.

아마추어는 평생 이글 한번 못 해본 골퍼가 대부분이다. 프로들이 파5홀에서 2타 만에 그린에 올려 1퍼트로 끝낼 수도 있다는 데 기인한다. ‘홀인원(hole in one)’은 단 한 번 쳐서 홀에 볼을 넣는 것이다. 이는 프로선수나 아마추어 가릴 것 없이 극히 드물다. 아마추어의 홀인원은 ‘평생의 기록’이 된다. 홀인원은 99% 파3홀에서 이뤄진다. 파3홀이어야만 ‘거리상으로’ 한번 쳐서 홀인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아마추어가 하나의 파3홀에서 홀인원을 할 수 있는 확률은 약 1/20,000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골퍼가 평생 홀인원을 전혀 구경도 못해보고 골프 삶을 끝낸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러니 홀인원을 했다고 하면 마음껏 자축하고 진심으로 축하할 일이다.

# 핸디캡 1~9인 골퍼 ‘싱글 핸디캐퍼’
골퍼들의 대화를 엿들으면 “핸디캡이 어쩌고…” “싱글이 어쩌고…” 하는 말들이 많다. 언뜻 듣기에 골퍼들은 뭐 그리 불리한 조건을 논하고, ‘독신자’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들리기도 한다. 골퍼들의 핸디캡은 뭐고, 왜 죄다 싱글이 되길 원하는 걸까?

●핸디캡
골퍼들의 대화 속에서는 ‘핸디’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핸디는 ‘핸디캡(handicap)’을 줄여 부르는 말로서, 정확한 용어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핸디캡은 골퍼의 실력을 나타내는 용어로 쓰인다. 골프에 문외한이라도 핸디캡이 무엇인지는 알아야 대화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골프장의 파가 72라는 것은 이미 얘기했다. 핸디캡은 그 파72에서 골퍼가 평균적으로 더 치는 타수를 뜻한다. 즉 핸디캡이 10인 골퍼는 평균적으로 82타(72+10타)를 친다는 뜻이고, 핸디캡이 25인 골퍼는 평균적으로 97타를 친다는 의미다. 18홀 코스에서 매홀 한 타씩을 더 치는 꼴인 보기 플레이어는, 따라서 핸디캡이 18로서 평균 90타를 치는 골퍼다. 골퍼들 세계에서 핸디캡이 18 이하이면 골프를 잘 치는 사람으로 생각하며, 핸디캡이 10이하이면 골프를 아주 잘 치는 사람으로 대접한다.

핸디캡이 1∼9인 골퍼를 ‘싱글 핸디캡 골퍼’, 또는 ‘싱글 핸디캐퍼(handicapper)’라고 한다. 보통은 ‘싱글’이라 부르는데, 싱글이란 독신자를 뜻하기 때문에 이것 역시 핸디와 마찬가지로 잘못된 용어다. 싱글 핸디캡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핸디캡이 한자리 숫자라는 얘기다. 만약 핸디캡이 5라면 평균 77타를 치는 것으로서, 이는 18홀 중 13개 홀에서 파를 잡고 5개 홀에서 보기를 하는 꼴로 이해하면 된다.전체 골퍼 중 싱글 핸디캐퍼는 단 몇 %에 그친다. 그들은 골프에 거의 미쳐 있거나 남다르게 집중적으로 골프를 치는 사람으로 보면 된다. 골프는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대로 안 되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핸디캡이 싱글 숫자라면 그 운동신경과 집념을 인정해줄 만하다. 따라서 보통 골퍼들은 80대 스코어만 내도 아주 좋아한다. 하고한 날 90대 스코어에서 맴돌던 골퍼가 어느 날 80대 스코어를 내면 “드디어 80대에 진입했다”며 날듯이 기뻐하는 것도 다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골프에는 ‘100의 벽’, ‘90의 벽’, ‘80의 벽’이라는 게 있다. 비기너(beginner : 초보자)들은 “100만 깨보면 소원이 없겠다”고 하다가도 세월이 지나 그 벽을 깨면 90대에서 80대 진입을 목표로 한다. 80대를 치면 당연히 목표는 70대로 변한다. 그러나 싱글 핸디캡 스코어인 70대 진입은 골퍼10명 중 9명이 평생 내보지 못하는 스코어로 볼 수 있다. 핸디캡의 개념을 알아두면 설사 골프를 안 치더라도 맞장구는 칠 수 있다. 상담 중이거나 거래처 고객과의 대화에서 골프 얘기가 오갈 때 상대가 핸디캡 7이라고 하는데도 “그래요”하고 끝낸다면 멋쩍은 자리가 될 수밖에 없다. 상대가 ‘싱글 핸디캐퍼’라 하면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글도 꽤 많이 하셨겠는데요” 정도는 맞장구를 치고, 핸디캡이 15라 하면 “주말 골퍼가 80대를 치는 게 어디 쉬운 일입니까” 정도는 말해야 순조로운 비즈니스를 기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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