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으나 역시나로 끝나고 말았다. 박찬호(33·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포스트시즌 무대 입성이 무산됐다. 박찬호는 샌디에이고의 디비전시리즈 엔트리 25명 중 투수 11명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해 포스트시즌 코앞에서 좌절,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당초 트레이드 당시 샌디에이고가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해 ‘행운’이라고 표현했지만 이를 끝내 거머쥐지 못한 셈이다. 더욱이 심각한 문제는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비롯된다.

본인의 불안한 구위가 최대 이유여서다. 잘 던지다가도 쉽게 무너지는 경우가 빈번해 고국 팬들도 불안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브루스 보치 감독은 샌디에이고는 5일(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와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박찬호를 제외한 10명의 투수 엔트리를 발표했다. 총력전을 펼쳐야하는 단기전에서 박찬호의 효용성을 찾지 못했기 때문. 보치 감독은 박찬호까지 포함해 로스터에 투수 11명을 넣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박찬호 대신 3루수 션 버로우를 로스터에 넣었다. 오른손 투수 일색인 불펜진에 박찬호까지 넣을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이다. 이는 참모격인 코치진도 동의했다고 한다. 보치 감독은 “박찬호는 많은 경험이 있고 노련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선수 중의 한 명이었지만 공격력 보강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96년 LA다저스 시절 애틀랜타와의 디비전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팀이 3패하면서 결국 등판하지 못했던 박찬호는 이제 샌디에이고가 챔피언시리즈 엔트리에 합류하기만 기다려야하는 불쌍한 처지가 됐다. 하지만 이도 비관적 전망이다. 팀내 최고 연봉임에도 불구 시즌 막판 불펜으로 강등당하는 수모까지 겪은 박찬호는 마지막 선발 등판이었던 지난 2일 정규시즌 마지막 선발인 다저스전에서 6과 3분의 1이닝 동안 6안타 2실점하며 퀄리티 피칭을 했지만 브루스 보치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이 경기에서 패를 기록한 박찬호는 올 시즌 12승8패에 방어율 5.74로 시즌을 씁쓸히 마감했다. 오랜만의 10승 돌파도 포스트시즌 실패에 가려져 빛이 바래고 말았다. <성>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