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영광을 재현한다!’과거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스포츠 종목들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얼마 전 프로레슬링협회는 잠실종합운동장에 전용경기장을 만들고 팬들의 시선 사로잡기에 주력하고 있고, 침체일로를 걷던 복싱과 태권도 역시 재정비에 발 벗고 나선 상태다. 구태의연했던 경기운영방식에도 변화를 줘 옛 인기를 부활시키겠다는 각오다. 태권도, 복싱, 프로레슬링최근 변화를 자처하고 나선 이들 종목들의 공통적 특징은 ‘내 집 마련’에 열성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즉 ‘전용경기장’을 만들어 팬들이 규칙적으로 즐겨 찾게 만든다는 것. 최근 프로레슬링협회는 총 3억 원의 공사비를 들여 잠실종합운동장내에 프로레슬링 전용경기장을 마련했다. 모두 120석 규모인 이 경기장에서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마다 2~4경기가 펼쳐질 예정.

협회 박해성 과장은 “전용경기장 설립으로 프로레슬링계가 상당히 고무된 표정”이라면서 “그동안 변변한 경기장이 없어 팬들과 가깝게 만날 수 없었는데 이제 우리들만의 공간이 생겨 기쁘다. 옛 향수를 그리워하는 팬들의 발걸음이 잦아져 지난 시절 화려했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복싱 전용경기장은 일산 호수공원 근방에 자리를 잡는다. 총 640여 평, 550석 규모로 제작되는 이 경기장은 복싱경기에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강화해 팬들의 관심을 끌 계획이다. 경기를 보면서 식사와 다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해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겠다는 복안. 국내 최대의 프로복싱 전용경기장이 될 이곳이 어떤 모습을 갖추게 될지 벌써부터 스포츠계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지루한 경기운영방식으로 비난의 쓴 소리를 들었던 태권도 역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광주시 태권도협회는 지난달 25일 “오는 2007년 전국체전에 대비, 태권도 전용체육관 건립을 위한 내부방침을 정하고 준비하고 있다”며 “조만간 전용체육관 건립추진위원회를 발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권도 전용체육관은 사방 12m 코트 4개로 구성된 전용경기장과 웨이트장, 세미나실, 합숙시설 등 지상 2층 규모로 157억 원을 투입, 오는 2007년 완공될 계획이다.광주시 태권도협회 한 관계자는 “전용경기장 설립은 선수들은 물론 팬들에게도 상당히 큰 의미”라며 “그동안 비난을 받으며 위기에 몰려있던 태권도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도록 모든 태권도인들이 마음을 모으고 있다. 이번 일이 태권도의 재도약을 위한 발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용체육관 건립은 광주 태권도인들의 기금을 통해 이뤄질 예정. 시태권도협회는 전용체육관이 건립되면 각종 국내·외 대회를 유치하고 해외사범과 선수들을 초청, 수련관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스포츠계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근사한 전용경기장이 있다하더라도 경기 자체가 지루하면 팬들은 고개를 돌리기 마련. 때문에 이들은 경기운영방식에도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많은 팬 역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쇼 무대나 다름없는 화려한 세트, 초대형 스크린, 엄청난 근육질 몸매에 개성 강한 선수들, 권선징악의 스토리라인이 있고 다양한 타이틀과 경기방식을 주문한다. 태권도가 좀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되기 위해 규칙을 수정하는 작업을 거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화려한 쇼와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강화하겠다는 복싱과 프로레슬링의 계획도 긍정적 변화로 평가받고 있다.

한 스포츠 관계자는 “70~80년 당시 최고의 인기 종목이었던 프로레슬링이나 복싱 등의 패착은 스타발굴에 소홀했고 시대변화에 둔감했기 때문”이라며 “경제발전과 함께 다양한 오락거리가 늘어나는데 새로운 스타의 등장 없이 구태의연한 경기스타일을 지속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격투기 종목들이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상당히 바람직한 현상”이라면서도 “온라인과 이색 스포츠로 눈을 돌리고 있는 팬들의 관심을 다시 얻기 위해선 엔터테인먼트 요소와 마케팅은 필수다. 꾸준한 노력과 변화를 시도해 팬들의 관심을 끈다면 충분히 과거의 인기를 부활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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