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한국시간) UAE 두바이에 도착한 축구협회 임원들은 국가대표팀 감독 후보 인터뷰를 위해 브뤼노 메추 알 아인 감독을 만나 협상을 벌였다. 이회택 기술위원장을 비롯한 허정무 부위원장, 장원재 위원 등 대한축구협회 임원들은 이날 기술위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을 뿐 아니라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메추와 매우 심도 있는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메추 감독은 기술위원들이 심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 전해졌던 후보다. 애초 기술위원들은 메추 감독을 두바이의 한 호텔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한국의 방송사들이 집요하게 추적하자 메추 감독은 호텔을 빠져나가 다른 곳에서 기술위원들과 만났다.

이 만남에 대해 알 아인의 팀 관계자들은 한국 기자들에게 “아직 월드컵이 끝나지 않았는데 다른 나라에서 당신네 감독을 데려가겠다고 나타나면 누가 좋아하겠느냐”며 화를 냈고, 메추 감독 역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한국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기술위원들도 메추가 아직 알 아인 감독이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인터뷰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며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반면 매카시는 선더랜드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다음 시즌도 중용될 것으로 알려져 일단은 가능성이 멀어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여전히 변수는 남아 있다.이렇게 대한 축구협회가 한국 사령탑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한 뒤 본격적인 검증작업에 돌입하자 세뇰 귀네슈 전 터키 대표팀 감독(52)은 더욱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욕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2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서 이회택 기술위원장 등 후보검증단과 만나기로 약속한 귀네슈 감독은 한국어와 문화에 능통한 시난 오즈투르크(32)를 런던으로 급히 호출했다. 귀네슈 감독은 터키 청소년대표 출신으로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시난을 통해 ‘한국의 독일월드컵 8강 청사진’을 밝힐 계획이다. 통역은 후보검증단이 마련하는 게 관례지만 귀네슈 감독이 시난을 별도로 부른 것은 축구에 대한 이해도와 함께 한국축구에 해박해 자신의 계획을 제대로 전달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시난은 “귀네슈 감독은 몇몇 유럽팀으로부터 영입제의를 받고 있지만 한국을 가장 우선 순위로 생각하고 있다”며 “귀네슈 감독은 마지막 기회인 이번 만남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무역회사인 ㈜투르코그룹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시난은 다음달 2일과 5일 한국 축구대표팀과 친선 평가전을 치르는 터키 대표팀의 코디네이터를 맡아 한국을 비울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귀네슈 감독으로부터 ‘SOS 콜’을 받아 26일 런던으로 떠나 미팅을 마친 뒤 28일 귀국할 예정이다.귀네슈 감독은 영어를 하지 못하는 데다 터키 이외의 팀을 맡지 않았다는 약점 때문에 차기 후보 4명 중 최하점을 받고 있다. 때문에 귀네슈 감독은 후보검증단에게 자신의 약점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하는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관심을 끈다. 감독 선임에 있어서 후보들의 몸값은 크게 문제되지 않을 전망이다.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정몽준 회장이 연봉 등 조건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다른 자격 요건만 잘 갖춰졌다면 몸값 문제는 원만히 해결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축구협회는 바깥으로 차기 감독을 물색하는 한편 안으로는 워크숍 등을 통한 내부적 성찰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특히 지난 21일 가진 워크숍에서 축구협회는 축구팬들의 비판에 대해 협회의 정책과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되 팬들의 올바른 비판은 수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협회 내부의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위해 매주 열리는 차장급 모임을 하부 직원들의 의견수렴 창구(주니어 보드)로 만들어 간부들의 정책결정에 반영토록 의견을 모았다.또 대표팀 경기력 향상을 위해 현재의 느슨한 기술위원회를 대표팀에 대한 전문적 지원이 가능한 상설 기술국으로 개편하자는 논의도 나왔다.

이밖에 대표선수 차출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대표팀과 프로구단의 문제 해소 방안으로 구단 관계자들을 대표팀 해외 원정응원단에 포함시키는 등 ‘당근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날 워크숍을 통해 가진 반성의 시간은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상상외로 다양해 워크숍을 정례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한다. 한편 기술위는 차기 감독 선임이 빨라야 5월 말에 이뤄짐에 따라 다음달 9일 열리는 베트남과의 월드컵 예선까지는 박성화 감독 대행체제를 유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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