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박종호는 끊임없이 노력하는 형으로 ‘천재는 만들어진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인물이다. 아시아 신기록인 34경기연속안타를 친 비결도 이런 생활태도의 영향이 다분한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대기록을 빼앗긴 일본쪽에서는 박종호의 대기록에 토를 단 목소리가 들려온다. 한 시즌이 아니라 두 시즌에 걸쳐 달성했으니 기록으로서 진정한 의미는 없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시즌 말까지 23경기연속안타를 친 뒤 5개월 넘게 쉬면서 물심양면으로 충분히 에너지를 축적한 상태에서 기록을 이어갔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지난 99년 롯데 박정태가 달성한 31경기연속안타가 ‘알짜’라는 주장은 나름대로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번쯤 더 꼼꼼히 따져볼 대목은 박종호의 기록이 갖는 의미다. ‘철인’ 칼 립켄 주니어가 메이저리그 연속경기출장 기록을 이어가는 동안 미국인들은 야구장 안팎에서 그에게 경의를 표했다. 다른 기록보다 화려해서가 아니라 볼티모어 오리올스 소속으로 무려 17년간 2,632경기에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출장한 성실함에 대한 갈채였다. 또 지난 1941년 뉴욕 양키스의 강타자 조 디마지오가 56경기연속안타를 치는 동안 미국 팬들은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관중석을 가득 메운 채 환호성을 질렀다.빈 자리가 더 많은 구장에서 립켄 주니어나 디마지오 만큼 전폭적인 관심과 애정을 얻지는 못했지만 박종호는 행복한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그리고 정면승부를 마다하지 않은 LG 투수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떳떳한 승부였고, 오만한 재능보다는 정직한 땀으로 이룬 기록이기에 그는 기뻐했고 충분히 축하를 받을 만한 값진 열매를 딸 수 있었던 것이다.한편 이제 남은 숙제는 세계기록. 연속안타 메이저리그 기록은 1941년 조 디마지오(뉴욕 양키스)가 세운 56경기. 22경기 남았다. 박종호가 계속 안타 행진을 이어갈 경우 5월12일 대전 한화전에서 57경기 세계신기록을 작성할 수 있다.한편 박종호는 “연속경기 출루 한국기록도 깨고 싶다”고 밝혔다. 박종호는 15일까지 37경기에서 연속출루,지난 2001년 6월17일부터 9월18일까지 호세(롯데)가 세운 연속경기 출루기록에 25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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