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살살 던져도 143km’ 징조가 좋다. 투구폼, 볼스피드는 차치하고 일단 투구 간격(인터벌)만은 전성기 때의 모습이다. 텍사스 박찬호(31)가 3일(한국시간) 애리조나 서프라이즈에서 열린 청백전에서 퍼펙트 피칭을 뽐냈다.텍사스 레인저스의 박찬호(31)가 지난 3일 팀 청백전에서 시속 143㎞의 빠른 볼을 선보이며 부활의 신호탄을 높이 쏘아 올린데 이어 지난 7일 벌어진 시범경기에서는 시속 150㎞를 육박하는 강속구를 연달아 뿌려 지난날 ‘아픔의 시간’을 청산했다.특히 두 경기서 박찬호의 어깨를 가볍게 한 것은 제구력 위주로 투구했지만 직구 스피드가 143㎞~151㎞를 찍었다는 점. 첫날 청백전서는 날씨가 쌀쌀한 편이었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투수들이 스피드를 내기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박찬호의 공은 위력적인 강속구였다.현재 컨디션이라면 정규시즌에 들어가는 4월쯤 150㎞대의 강속구를 뿌리는 ‘코리안 특급’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찬호의 투구를 지켜본 벅 쇼월터 감독은 “짧게 던졌지만 좋은 투구였다. 매우 간결한 투구를 보였다”며 칭찬했다.박찬호가 올 첫 실전 등판이었던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자체 평가전을 지켜본 벅 쇼월터 감독은 물론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포수 켄 허카비(31) 등도 박찬호의 마운드에서 달라진 태도에 무척 고무돼 있다. 이에 벅 쇼월터 감독은 “날카롭게 던졌다”고 칭찬했고 포수 허카비도 연방 “굿”을 외쳤다. 지난 94년 LA 다저스 산하 트리플A 샌안토니오 미션스에서 박찬호와 함께 뛴 이후 10년 만에 호흡을 맞춘 켄 허카비는 청백전에서 보여준 위력적인 직구와 뛰어난 제구력으로 2이닝 동안 무안타 무실점 삼진 3개를 잡아낸 박찬호의 부활을 확신했다.그는 “박찬호가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던졌다. 정말 좋은 일이다”면서 “박찬호는 자신이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빠른 볼의 움직임과 제구력이 좋았다. 만일 찬호가 계속 이런 피칭을 한다면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회복할 것이다”며 “곧 팬들은 예전의 박찬호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이어 말했다.

텍사스 지역 언론과 팬들도 ‘박찬호의 부활’에 장단을 맞추었다.경기 뒤 텍사스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박찬호를 격려하는 팬들의 글이 속속 올라왔다. ‘이제 찬호의 시간이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한 팬은 “31세 총각 박찬호가 결혼을 한다면 안정적으로 더 잘 던질 것”이라며 독특한 관심을 나타냈고, 또 다른 팬은 “올해는 박찬호의 150㎞ 강속구를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박찬호는 그 동안 마운드에서 보여줬던 나쁜 습관도 말끔히 버렸다. 박찬호는 이날 2이닝을 던지는 동안 피칭 간격을 굉장히 빨리 가져갔다. 포수로부터 공을 건네받고 사인을 교환하자마자 곧바로 투구에 들어간 것. 이것저것 고민하지 않고 자신 있는 투구를 선보인 것이다. 이는 마치 항상 자신감이 충만한 커트 실링(보스턴)의 그것을 보는 듯했다. 부상에 따른 부진으로 고전하던 지난 2년간 마운드에서 보여줬던 태도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었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박찬호는 포수로부터 공을 받은 후 마운드 주변을 빙빙 돌며 시간을 끌었다. 포수와의 사인교환도 오랫동안 했다. 박찬호의 피칭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투구 인터벌이 짧다는 것은 투수의 자신감을 말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사실 피칭 간격이 길어지면 자신은 물론 팀 동료들 나아가 관중들까지 짜증나게 한다. 자신은 마땅히 던질 만한 공이 없어 고민이고 팀 동료들은 오랜 수비에 피곤하다. 또 관중들은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경기시간에 짜증이 난다. 박찬호가 올해는 전성기 때처럼 시원한 하이킥 투구 폼에 빠른 템포의 투구를 선보일 전망이다. 박찬호의 빨라진 투구 간격에 대해서 쇼월터 감독은 “피칭 패턴이 매우 간결해졌다”며 반가워했다. 그는 또 “박찬호가 장기인 강속구의 구속만 회복한다면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며 재기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