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5일 마침내 이승엽(28·롯데 마린즈)이 새로운 도전을 위해 현해탄을 건넜다. 이에 따라 앞으로 그가 1년을 어떻게 보내게 될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처럼 ‘홈럼왕’의 명성을 이어갈지, 또 3할대 타율을 유지할지가 관건이다.일본프로야구는 경기운영에서 한국과 다소 차이가 있다. 우선 양대리그제(센트럴리그, 퍼시픽리그)를 도입하고 있어 국내 경기수보다 많다. 리그 팀끼리 팀당 140경기씩 경기를 치르는 정규리그를 치르게 되는데 두 리그에서 우승한 각 팀이 일본시리즈에서 부딪히게 된다. 올해 롯데가 속한 퍼시픽리그에서는 리그우승팀을 가리는 플레이오프가 부활돼 팀 성적이 좋을 경우 이승엽의 출장 경기수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3월27일부터 9월21일까지 벌어지는 일본의 정규리그에서 이승엽이 주의해야 할 점은 원정 경기시 이동거리가 한국보다 길어 경기 일정이 훨씬 빠듯하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같은 리그의 니혼햄 파이터스의 경우, 홈구장을 일본 북쪽의 삿포로돔으로 옮겨 신칸센 고속철도를 타더라도 이동시간이 4시간에 이르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또 정규리그가 한국처럼 일주일에 6연전을 갖는 것이 보통이지만 경우에 따라 몇 차례 9연전을 치러야하는 점도 체력적으로 큰 부담이다. 따라서 비교적 짧은 원정거리에 익숙한 이승엽은 컨디션 조절 등 경기 일정 소화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또 한국과 달리 상하의 폭이 넓고 심판에 따라 스트라이크존 편차가 큰 점도 이승엽이 풀어야 할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마린즈 스타디움은 때때로 초속 20㎙를 웃도는 강풍이 불고 풍향이 변화무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 시즌 퍼시픽리그의 야간경기는 모두 오후 6시에 시작된다. 이승엽이 소속된 지바 롯데는 3월 27·28일 오후 1시 세이부돔에서 개막 2연전을 벌인 뒤 29일부터 사흘간은 오사카돔에서 긴테쓰 버펄로스와 야간경기를 치르게 된다. 이승엽은 4월 2일 다이에전에서 처음으로 홈구장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승엽은 삼성 선수들과 한 달여간 합동훈련을 해오면서 컨디션을 유지했다. 이 훈련에서 그는 일본 투수들의 변화구에 대처하기 위해 방망이를 빠르면서도 간결하게 휘두르는 데 중점을 뒀다. 그동안 비디오 분석을 통해 꾸준히 일본투수들을 연구해 온 이승엽은 일본 투수들에 대해 “전체적으로 국내 투수보다 수준이 높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트라이크보다 볼을 던져 타자를 요리한다”며 “일본의 스트라이크존이 우리보다 좌우폭이 좁은 건 내게 유리한 부분이다. 한국 투수들보다 뛰어난 일본 투수들의 변화구를 치기 위해 홈런스윙(큰 스윙) 대신 짧은 스윙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엽이 가장 조심해야 할 투수로는 마쓰자카 다이스케(세이부). 그에 대해 이승엽은 출국 기자회견에서 “비디오를 통해 투구 모습을 관찰해보니 마쓰자카는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 당시보다 더 좋아졌다”며 “주무기인 강속구뿐만 아니라 변화구와 제구력까지 갖춰 가히 완벽한 투수가 되었다”고 평했다. 둘은 시드니올림픽 당시 한·일 양국의 대표선수로 나란히 출전해 맞대결을 벌였다. 당시 이승엽은 예선리그에서 마쓰자카를 상대로 솔로홈런을 터트린 데 이어 3·4위 결정전에서 다시 만나 결승 2타점 2루타를 뽑아내 내용상 완승을 거뒀다. 지바 롯데는 개막전에서 세이부와 격돌한다. 상대 선발로는 에이스인 마쓰자카가 나올 것이 확실하다.

선발 라인업에 들어갈 것이 확실한 이승엽과 재대결이 예정된 셈. 이에 마쓰자카는 최근 닛칸스포츠, 스포츠닛폰과 가진 인터뷰에서 “시드니올림픽에서 이승엽에게 안타 2개를 맞았다. 이번 개막전에서는 반드시 설욕하겠다”고 말해 또 한차례 진검승부를 예고했다. 한편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롯데 이승엽과 오릭스 구대성의 대결은 4월 9일부터 사흘간 고베 야후-BB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야간경기에서 이루어진다. 이승엽이 일본야구를 평정키 위해 주무기로 사용할 베트는 특별 주문한 길이 34인치, 무게 33온스(약 935g)짜리 미국산 ‘글로마’ 베트. 글로마는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치퍼 존스(애틀랜타), 블라디미르 게레로(애너하임) 등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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