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본킬러’ 구대성 비롯 송진우·이상훈 등 부상 마운드 구멍일본도 거포 나카무라 부상…대만, 상대적으로 전력 안정 의욕 불타 프로야구 시즌이 끝났다. 그러나 각 구단의 성적보다 국가의 명예가 걸린 2003 아시아선수권 대회가 눈앞에 다가왔다. 한국, 일본, 대만 아시아 야구강호 3국이 프로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가 오는 3일부터 일본 삿포로에서 진행된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출전권까지 걸려 있어 3국의 매게임이 결승전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일본은 매번 우승문턱에서 한국에 져 좌절했던 기억을 상기하며 타도 한국을 외치고 있고 대만 역시 우승이 유력한 일본보다는 한국에 타깃을 맞추고 있는 실정. 이에 따라 한국은 2경기 모두 힘든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아시아 야구선수권대회의 3대 변수를 분석했다.

변수1 피로야 가라! 체력회복이 관건

한국, 일본, 대만 모두 최근 포스트 시즌 우승팀이 가려졌다. 이에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이 무척 피곤한 상태다. 시즌동안 쌓인 피로를 회복하고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 올리는 데 전력을 기하고 있다.한국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한 대표팀을 미리 차출, 기아 김성한 감독의 지도하에 광주구장에서 1차 합숙훈련을 진행했다. 지난달 27일부터는 대표팀 전원이 참가해 대구에서 2차 합숙훈련을 했고 2일 일본 현지로 떠났다. 대표팀은 회복훈련, 컨디션 조절, 그리고 인조잔디에 대한 적응훈련을 진행하며 일본과 대만의 투수와 타자에 대한 전력분석과 전술훈련에 힘을 쏟았다.

우승을 노리는 일본 대표팀도 시즌 동안 지친 체력을 회복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지난달 21일부터 도쿄 합동 훈련을 시작했고 1차 훈련에 빠졌던 일본시리즈에 진출한 한신 타이거스와 다이에 호크스 선수들은 27일부터 합류했다. 일본 대표팀은 실전감각을 익히기 위해 1일 프로선발과 평가전까지 치르며 타도한국을 외치고 있다. 가장 먼저 훈련에 들어간 대만은 지난달 24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프로 연합 팀과 연습 경기를 갖는 등 실전 체제에 돌입했다. 지난달 27일 일본 후쿠오카로 들어간 대만 대표팀은 쿠바에서 열린 제 35회 야구월드컵을 치른 대표 2진을 일본으로 불러들여 3차례 더 평가전을 가질 정도로 올림픽 출전권에 열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첸수이벤 대만 총통은 선수단 출국 전 직접 선수들을 찾아 격려하는 등 국가적 차원에서 대표팀을 밀어주고 있다.

변수2 메이저리거들의 불참과 부상선수

메이저리거들의 불참과 주력선수들의 부상 역시 커다란 변수로 등장할 전망이다. 한국은 당초 김병현, 서재응 두 명의 메이저리거들을 차출할 예정이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대만 역시 콜로라도 로키스의 선발투수 차오친 후이 등 메이저리거들을 대거 기용 올림픽 출전권을 노렸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거부로 물거품이 됐다. 메이저리거들의 불참은 대만과 한국의 투수진 운용에 전력 손실을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변수는 부상선수다. 특히 한국은 구대성, 홍세완, 송진우, 이상훈 등이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특히 ‘일본 킬러’ 구대성(오릭스)이 합류하지 못한 것이 뼈아프다. 여기에 좌투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특급선발 송진우(한화)와 특급마무리 이상훈(LG)이 부상으로 빠진 공백은 커 보인다. 타선 역시, 심정수가 부상으로 시름하고 있으며 유격수 홍세완도 뼈조각 제거수술로 인해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역대 어느대회보다 고전이 예상되고 있는 실정. 일본대표팀도 주전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균열이 생겼다. 가장 큰 전력손실은 홈런왕 출신의 오른손 거포 나카무라(긴테쓰). 그는 지난달 24일 오른쪽 무릎 부상을 이유로 11월 삿포로에서 열리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예선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000년 39홈런으로 퍼시픽리그 1위에 올랐던 나카무라는 올시즌 잦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23홈런을 기록 중이어서 대표팀 4번타자로 기대를 모았다. 이밖에 내야수 마쓰나카, 이구치(이상 다이에)도 이날 각각 무릎과 손가락 부상을 이유로 대표 사퇴를 결정했다. 마쓰나카는 올시즌 타율 3할1푼4리에 24홈런, 이구치는 3할4푼6리(타격 랭킹 2위)에 26홈런을 기록 중이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비롯해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의 부상은 나가시마 일본 대표팀 감독의 표정을 어둡게 하고 있는 것.반면 대만팀은 커다란 전력손실없이 미국의 첸진펑(LA 다저스), 왕전밍(뉴욕 양키스)마이너리그 출신들을 합류시키며 역대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변수3 감독의 용병술

단판승부로 펼쳐지는 이번 대회의 관건 중 하나는 감독의 용병술.선수들의 기량차이 못지 않게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 감독의 용병술은 각 팀이 상대팀에 대한 전력분석을 어느 정도 내실있게 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이 때문에 3팀은 전력분석요원을 보내 상대팀의 주요선수들에 대한 분석을 면밀히 했으며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3국의 대표팀 감독들은 모두 야구사에 큰 획을 그은 인물들로 구성돼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 대표팀의 김재박 감독은 현대를 ‘V3’로 이끌면서 주가를 상한선까지 올려놓은 명장. 김감독은 한국시리즈 내내 고비 때마다 벤치에서 직접 일구일구 사인을 냈고 수비 포메이션도 일일이 지시할 정도로 관리야구에 정통하다. 김 감독의 이런 관리야구는 현대를 한국시리즈 우승에 올려놓은 원동력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전문가들은 꼼꼼하면서도 치밀하게 선수의 컨디션과 상황을 분석하는 김 감독의 스타일은 단 3경기로 결판나는 아테네 올림픽 예선 겸 아시아 선수권 대회에서도 빛날 것이란 전망이다.

일본은 ‘일본야구영웅’이자 살아있는 전설인 나가시마 시게오(67)감독이 이끌고 있다. 일본에서는 ‘미스타’로 통하고 있는 나가시마 감독은 요미우리 선수 시절 수려한 외모, 화려한 플레이, 깔끔한 매너로 인기를 얻었다. 특히 그는 지도자로서도 두각을 나타내 두 차례 요미우리 사령탑을 맡아 모두 3번의 우승을 일궈낸 명장이다. 일본야구의 간판으로까지 불리는 나가시마 감독은 일본대표팀 훈련 때 일본국가를 부르면서 애국심을 강조하는 등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만큼 반드시 한국을 꺾고 우승을 하겠다는 각오를 불태우고 있다. 한국을 타깃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하려는 대만 대표팀은 한국야구에 정통한 슈시엔밍을 사령탑에 앉혔다. 타이완메이저리그(TML)에 속해 있는 카오핑 팔라의 감독인 슈시엔밍은 한국화장품에서 활동했던 적이 있는 지한파다. 슈시엔밍 감독은 서생명이란 이름으로 국내에서 더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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