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 세이브기회 불구 등판 못해 아쉬움아메리칸리그 디비전 시리즈 4차전, 노마 가르시아파라의 2루타와 매니 라미레즈의 좌전 안타로 만든 2사 1,3루. 타석엔 데이비드 오티즈가 들어섰다. 물론 동점 내지 역전까지 바라볼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찬스였지만 이번 디비전 시리즈 기간 중 스코어링 포지션에서 숱하게 찬스를 날린 보스턴 타선인지라 큰 기대를 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오티즈는 오클랜드의 주전 마무리, 키스 폴크와의 풀 카운트 접전 끝에 우측 방향의 깊숙한 2루타를 날리고 두 명의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아 드라마틱한 역전 결승점을 만들어냈다. 결국 보스턴이 오클랜드에 5대 4로 승리, 2연패 후 2연승으로 시리즈 타이를 이루어 최종 5차전에서 승부를 가리게 됐다. 한편 홈에서 2연승 후 손쉽게 AL 챔피언십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됐던 오클랜드는 두 번의 원정 경기를 모두 내줘 2001년, 양키즈에 당한 디비전 2연승 후 3연패의 악몽에 떨게 됐다.

선취점은 오클랜드가 먼저 얻었다. 2회초 무사만루에서 저메인 다이가 좌전 안타로 타점을 올린 것. 그러나 오클랜드는 계속된 무사만루의 기회를 이어갔으나 이 후 3타자가 모두 범타로 물러나 초반 대량 득점의 기회를 스스로 무산시켰다. 보스턴은 초반 위기를 1실점으로 막아내고 오클랜드의 선발, 팀 허드슨마저 옆구리 통증으로 갑작스럽게 강판되자 오히려 분위기를 잡으며 3회말, 자니 데이먼의 투런 홈런으로 역전에 성공했다.보스턴의 선발, 존 버켓의 호투에 고전하던 오클랜드는 6회초, 1사 1루에서 아담 멜휴즈의 3루타로 다시 동점을 만든 뒤 이어 나온 저메인 다이가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 런 홈런을 쳐 2점을 추가, 경기를 다시 뒤집었다. 그러나 이날 수비에서도 몸을 날리는 허슬플레이를 여러 차례 선보인 보스턴 선수들의 승리를 위한 집념은 남달랐다.

지난 2차전에서 뼈아픈 수비실책을 저지른 뒤 머리까지 짧게 깎은 보스턴의 2루수, 토드 워커는 6회말 선두 타자로 나와 오클랜드의 바뀐 투수, 리카르도 링컨을 상대로 솔로 홈런(포스트 시즌 3호)을 쳐내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고 결국 8회말, 오티즈의 2타점 결승타로 재역전 승을 거두었다. 보스턴의 3번째 투수로 나와 마지막 2이닝을 삼진 3개를 곁들이며 퍼펙트로 막아낸 스캇 윌리엄슨이 승리 투수가 됐다. 윌리엄슨은 디비전 시리즈에서 연일 호투를 보여 김병현을 대신한 포스트시즌 주전 마무리로서 활약이 예상된다. 한편 3일 휴식 후 나온 팀 허드슨이 옆구리 근육통으로 1이닝 만에 강판된 오클랜드에서는 결승타를 맞은 키스 폴크가 패전 투수가 됐다. 보스턴의 베테랑 선발 존 버켓은 노련한 투구로 5.1이닝 동안 9피안타 4실점으로 비교적 선방했다.

보스턴의 매니 라미레즈가 2개의 안타로 그간의 부진을 벗어날 조짐을 보였으며 라몬 헤르난데스의 허리 부상으로 대신 나온 오클랜드의 포수 아담 멜휴즈는 포스트시즌 데뷔전에서 3개의 안타를 때렸다. 저메인 다이도 홈런 포함 3타점으로 좋은 활약을 보였으나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한편 보스턴의 김병현은 세이브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 이날도 등판하지 못했다. 17일 있을 5차전은 장소를 다시 오클랜드 콜리세움으로 옮겨 벌어진다. 오클랜드가 베리 지토를, 보스턴이 페드로 마르티네즈를 각각 선발로 내정했다. 두 팀 모두 두 번의 연장 혈전에 이은 낮 경기로 인한 엄청난 체력을 소모한 상태. 5차전은 그야말로 정신력을 앞세운 혈전이 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