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 이치로 등 프로 경력자 수상…신인왕 이미지 퇴색2003년 신인왕, 일본 프로야구 경력 10년 차의 마쓰이 유력뉴욕양키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일본프로야구 홈런왕 출신의 마쓰이 히데기. 신인왕의 가장 유력한 후보이지만 과연 그를 진정한 신인으로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 메이저리그든 아니든 신인상 앞에는 반드시 붙는 위대한 수식어가 하나 있다. 바로 ‘일생에 단 한번밖에 받을 수 없는 상’.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MVP나 사이영 상보다도 신인상을 더욱 더 값지게 보기도 한다. 일생에 단 한번밖에 받을 수가 없는 상. 그러나 그 의미가 지금은 조금씩 퇴색되고 있다. 진정한 신인이라고보기 힘든 노모, 이치로 등이 신인상을 수상했기 때문.

올해 역시 일본 프로야구에서 10년 경험을 갖고 있는 마쓰이가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다. 일본 최고의 프로야구 스타였던 마쓰이 히데키. 그는 이미 10년 동안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며 3차례 MVP까지 수상했던 베테랑 선수로 프로에 입문하는 새로운 선수는 아니다. 그러나 마쓰이는 미 메이저리그에서는 신인이다. 올해만의 일은 아니었다. 이미 1995년 LA 다저스의 노모 히데오가 일본에서 건너와 토네이도 열풍을 일으키며 내셔널리그 신인상을 수상했고, 2000년과 2001년에는 시애틀 매리너스의 사사키 가즈히로와 스즈키 이치로가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신인상을 휩쓸었다. 과연 이들에게 신인의 자격이 있을까?

“다른 나라 야구는 메이저리그가 아니다”

신인의 자격이 있다고 말하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그 간단한 이유로 ‘여기는 메이저리그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메이저리그는 말 그대로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볼 수 있는 선수들이 미국의 무대에서 뛰는 야구이고, 다른 나라 야구까지 그들이 신경 쓸 이유는 없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한국은 Korean League, 일본은 Japan League, 그 외 Mexican League 등 다른 나라들은 그들의 리그에 나라명을 쓰지만, 미국은 자국 리그를 American League라 하지 않는다. Major League라 부른다. 그리고 그들 야구의 결승전은 또한 Korean Series, Japan Series가 아닌 World Series이다. 그들은 그렇다. 또한 그렇게 생각하는 그들 사고방식이라면 신인상에 대한 이런 식의 당연한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 신인상의 근간이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이기도 했던 재키 로빈슨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1947년 브루클린(현 LA) 다저스에서 데뷔해 첫 신인상 수상자가 됐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신인상의 역사가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로빈슨 역시 메이저리그가 첫 무대는 아니다. 그는 그 전부터 리그로리그에서 선수생활을 해오다가 전쟁으로 인한 선수 부족 때문에 메이저리그에 올라올 수 있었고, 신인상을 탔다. 1951년의 윌리 메이스 등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만일 그들이 타국야구 출신 선수를 배척한다면, 그들의 역사와 뿌리 자체가 완전히 허구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이 어쩌면 타국출신을 감싸주는 MLB의 감춰진 진실일 수도 있다. 또한 무조건적으로 그런 잣대를 댄다면 신인상 후보를 정하기에 앞서 그 선수가 과거에 다른 나라에서 용병으로라도 뛴 적이 있는지, 그런 과거사까지 조사해야 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그런 식이라면 당장에 2001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투표에서 3위를 차지했던 알폰조 소리아노부터 자격이 없는 선수가 될 것이니 말이다.

진정한 신인은 결국 이 사건의 피해자

결국 결론적으로 그렇다. 규칙상으로 그들은 명백히 신인상을 탈 자격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줘도 된다. 줘서는 안된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기껏 그들에게 주고 아니 주고의 문제가 MLB 전체에 큰 오점이 될 것도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일 때문에 정작 신인상을 받아야 할 진정한 신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노모가 신인상을 타던 1995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3루수 치퍼 존스는 90년대 신흥강호 애틀랜타가 유일하게 월드시리즈 패권을 차지했던 그 해에 23살의 나이로 혜성같이 등장하며 23홈런을 때리고 86타점을 올렸지만 신인왕 투표에서 노모에게 고작 4점을 뒤져 아깝게 그 상을 놓쳤다. 2000년에는 테렌스 롱이 그랬다.

시즌이 끝나지 않은 올해는 아직 그 향배를 정확히 알 순 없겠지만 마쓰이가 가장 유력한 가운데 캔자스시티의 앙헬 베로아, 탬파베이의 로코 발델리, 클리블랜드의 조디 게룻, 그리고 텍사스의 마크 테익세이라가 또 다른 후보로 꼽히고 있다. 이 가운데 캔자스시티의 베로아가 마쓰이와 경합을 벌일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선수일 것이다. 14일(한국시간) 현재 홈런은 같고, 타율과 출루율은 엇비슷하다. 마쓰이가 확실히 앞서 있는 것은 타점(99:66)이고, 베로아가 확실히 앞선 것은 도루(15:2)이다. 그러나 말 그대로 경합일 뿐이다. 남은 시즌 중에 마쓰이가 확실히 부진하고, 베로아가 뛰어난 모습을 보여 기록 차이가 눈에 띄게 벌어지지 않는 이상 마쓰이의 수상에는 큰 이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마쓰이는 무엇보다 핀 스프라이트를 입고 있고, 입단 전부터 지금까지 미일 언론간에 끝없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반면에 베로아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미안하지만 마쓰이에 비해서는 거의 없다 싶을 정도이다. 문제는 그것이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올해도 또 한명의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노릇이다. 올해로 끝날 문제도 아니다. 내년에는 작은 마쓰이라 불리는 마쓰이 가즈오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예정이다. 이미 성적에서, 흥행에서 일본인 신드롬을 보고 또 본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그를 데려가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애너하임, 양키스, 다저스.. 수를 셀 수가 없다. 물론 한국의 이승엽이나 심정수 같은 선수들도 마찬가지이다.

규정 변경을 생각해보아야 할 때
결국 앞으로 신인상을 타길 원하는 선수라면 그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일으킬 신인 돌풍을 준비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 해에 어떤 타국리그 선수들이 빅리그 무대를 밟으려 하는지 까지도 염두에 둬야 할 일이 발생할 지도 모를 일이다. 1969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수상자이자 시애틀 감독 당시에는 사사키와 이치로로 이어지는 2명의 신인왕 수상자를 배출했던 루 피넬라 현 탬파베이 감독 또한 그들이 법적으로 신인인 것은 분명하고, 또한 그들이 좋은 선수인 것도 분명하지만 이제는 진정 야구에 첫 발을 디디는 어린 선수들을 위해 규칙 개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인은 정말 신인일 때 아름답고, 신인상은 말 그대로 평생에 딱 한번 받을 수 있어야만 그 가치가 더욱 높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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