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프로야구 중간점검 ‘용병 무용론’왜 나오나기량 제대로 발휘 못하면서 전체용병 16명중 5명 이미 퇴출디아즈·바워스 외 남은 용병들도 예전모습 찾아보기 힘들어프로야구 8개 구단이 올 시즌 용병농사 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다. 이들이 한결같이 부르는 노래는 ‘아 옛날이여’. 지난해까지만 해도 팀 전력을 좌지우지할 만큼 막강한 실력을 발휘하던 용병선수들의 모습은 간데 없고 올 시즌 이들대부분이 팀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지난해까지 맹활약하던 우즈, 게리 레스, 빅터 콜(이상 전 두산), 데이비스(전 한화) 등이 떠난 자리가 크게 느껴지고 엘비라, 브리또(이상 삼성), 리오스, 키퍼(이상 기아) 등도 지난해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든 형편이다.

결국 지난해 방어율왕에 올랐던 엘비라는 지난달 28일 부진한 투구를 거듭하다 퇴출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각 팀별로 45∼48게임을 치른 3일 현재 전체 16명의 용병 가운데 이미 퇴출된 용병선수는 5명에 이른다. 롯데가 시즌 시작도 전에 로드리게스와 모리, 두 명의 용병을 모두 퇴출시킨데 이어 한화 에스트라다, LG 쿡슨, 삼성 엘비라 등도 지난달 퇴출의 멍에를 쓰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나마 남아 있는 용병선수들도 예년 모습은 찾아보기 힘든 상태. 언제 누가 또 짐을 싸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SK 타자 디아즈(0.320)와 현대 투수 바워스(6승1패) 정도만이 그나마 안정적인 모습이지만 디아즈는 지난달 27일 왼쪽 복사뼈에 금이 가는, 전치 2주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고 시즌 초반 5연승의 기세를 올리던 바워스도 이후 4경기에서 1승1패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가 다소 주춤한 상태다.

이에 따라 투타 각 부문 리더보드는 토종 선수들의 이름으로 거의 도배가 돼 있는 상태. SK 디아즈(타율 7위, 홈런 5위, 장타율 6위)와 현대 바워스(다승 4위, 방어율 6위) 외에 각 부문별 10위권 내에 이름이 오른 선수는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야 할 정도다. 투수부문에서는 기아 리오스와 한화 피코타가 각각 방어율 10위(3.76)와 구원 6위(12세이브포인트)에 올랐고 타자부문에서도 홈런 공동 5위에 올라 있는 현대 프랭클린과 두산 쿨바, 도루부분문 LG 마르티네스(8위)가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특히 프랭클린과 쿨바는 3일 현재 각각 0.221와 0.215의 타율로 간신히 2할에 턱걸이를 하고 있지만 삼진은 각각 57개와 46개로 나란히 1, 2위를 기록하고 있어 팀에 걱정을 더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올 시즌 용병선수 가운데 각 부문 타이틀 홀더는커녕 부문별 10걸 안에 이들의 이름이 한명도 오르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아 옛날이여∼”99년과 2000년에도 외국인선수 타이틀홀더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99년에는 로마이어(한화), 샌더스(해태), 스미스(삼성), 호세(롯데)가 이승엽(삼성)에 이어 홈런 5걸까지 꽉꽉 채웠고, 데이비스(한화)와 호세가 각각 도루와 타점부문에서 2위에 올랐다.2000년 역시 ‘최고용병’ 우즈(두산)가 홈런과 타점 2위를 차지했고, 삼성 프랑코가 타점 3위, 현대 퀸란이 한국시리즈 MVP를 따내는 등 용병타자들의 기세가 등등했다. 2001년에는 우즈가 타점왕, 호세가 장타율과 출루율 부문 1위에 올랐고 SK 에르난데스가 탈삼진왕에 오르는 등 4개 부문에서 타이틀홀더를 내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지난해에는 특히 용병투수들이 힘을 냈다. 기아의 키퍼가 19승(9패)으로 다승왕에 올랐고 엘비라는 퇴출된 삼성 리베라의 대체선수로 중반 이후 리그에 참여하고도 13승6패에 방어율 2.50의 좋은 성적으로 삼성이 한국시리즈에서 첫 우승하는데 큰 힘을 보탰다. 기아의 리오스도 마무리에서 중반 이후 선발로 전환, 14승5패13세이브를 기록하며 키퍼와 함께 기아의 막강 투톱을 형성했다.

하지만 이들은 올 시즌 하나같이 심각한 ‘2년차 징크스’를 겪고 있다. 올 시즌 6경기에서 1승1패, 방어율 7.06을 기록한 엘비라는 결국 퇴출됐고 지난해 다승왕 키퍼 역시 3일 현재 10경기 등판에 3승3패, 4.31의 방어율로 평범한 투수로 전락했다. 리오스도 11경기, 4승6패, 방어율 3.76으로 방어율 부문(10위)에만 간신히 명함을 내밀고 있는 상태다. 그동안 우등생 대열에 올랐던 삼성 브리또의 부진은 의외. 올해로 국내 프로야구 4년차인 브리또는 지난 3년간 평균 0.312의 고타율에 홈런도 평균 20개가 넘었다. 게다가 유격수로서의 그의 수비 또한 최고 용병 대열에서 빼놓을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브리또는 올 시즌 들어 이 선수가 과연 브리또 맞나 싶을 만큼 좀처럼 깊은 슬럼프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3일 현재 성적은 타율 0.222에 6홈런으로 타순도 시즌 초반 4번에서 8번까지 밀렸다. 1주일 넘게 1위를 질주중인 SK도 에이스로 영입한 스미스의 들쭉날쭉 투구로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3일 현재 10경기 등판에 1완봉승 포함 3승4패, 방어율 4.27을 기록중이다. 새얼굴에 기대 건다올 시즌 가장 먼저 용병을 퇴출시켰던 롯데는 최근 영입한 페레즈와 이시온 때문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페레즈와 이시온, 두 선수 각각 7경기와 5경기 밖에 뛰지 않은 초반이지만 투입되기가 무섭게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것. 멕시코리그에서 호세와 함께 뛰던 페레즈는 30타수12안타로 0.400을 기록하고 있고 이시온은 18타수6안타, 0.333의 타율로 빠른 적응력을 보이고 있다. 투수 에스트라다를 퇴출하고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새 용병 로베르토 메히아를 영입한 한화는 메이저리그와 대만리그를 두루 경험한 메히아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3일 현재 5경기 출장에 20타수4안타 0.200을 기록중이다. 엘비라를 고향으로 돌려보낸 삼성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우완 투수 루이스 데 로스 산토스를 영입했다. 빼어난 신체조건(188cm 95kg)에서 나오는 강속구가 일품인 산토스는 지난해 트리플A에서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9승2패(방어율 2.42)를 기록했으며 7월에는 짧은 빅리그 경험(3경기 선발에 3패, 4.47)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LG 또한 쿡슨의 퇴출 이후 멕시코리그에서 타자 중심으로 용병 물색에 한창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조만간 대체 용병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