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신인’ ‘6월의 선수’ 동시에 뽑혀 … 내셔널리그 신인왕 예약 평균 구속 155Km 상회 … 변화구 뛰어나고 제구력도 수준급지난 80년대 메이저리그는 멕시코에서 날아온 괴물투수 한명이 엄청난 화제를 모았었다. 바로 LA 다저스에서 활약하던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선수였다. 발렌수엘라는 온몸을 비꼬는 괴상한 투구폼에 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운 공으로 타자들을 요리하며 신인왕에 오르더니 끝내 다승왕까지 휩쓸며 그야말로 한 시대를 풍미했었다. 올해 미국 프로야구는 ‘윌리스 돌풍’이 불고 있다. 흑인인 돈트렐 윌리스는 메이저리그 사상 처음으로 ‘6월의 신인’과 ‘6월의 선수’로 동시에 뽑혔었다. 윌리스는 한국의 서재응을 제치고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예약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17일 치러진 올스타전에도 당당히 출전해서 21세기 초반 메이저리그를 이끌어갈 신세대 대표 투수로 떠올랐다. 왼손 투수인 윌리스는 다이내믹한 투구 폼에 155km를 넘나드는 빠른 볼, 게다가 정교한 제구력에 대담성까지 갖춰서 어느 팀에 가더라도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구위가 뛰어나다.

플로리다에서는 윌리스를 20승 투수를 만들기 위해 상대팀을 조절하는 등 많은 배려를 하고 있다. 과연 한국의 서재응 선수를 능가하는 선수로 인정을 받은 윌리스는 어떤 선수일까?지난 7월초 플로리다의 ‘떠오르는 별’ 돈트렐 윌리스(21)를 스포츠 전문 웹사이트 ‘CNN SI’가 자세히 보도했었다. 이 글은 팬의 질문에 ‘CNNSI’가 답변해 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비교적 장문의 글에다 사진까지 곁들이는 등 비중 있게 썼다. CNNSI가 신인에게 그 같이 많은 지면을 할애한 것은 매우 이채로운 일이다.‘CNNSI’는 윌리스에 대해 어쩌다 운이 좋아 한 경기쯤 잘 던진 선수가 아니라고 비교적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승수와 방어율 같은 기본적인 기록 외에 최근 투수를 평가하는 중요한 수치로 인정받고 있는 WHIP(이닝 당 안타와 볼넷을 합친 수)까지 동원하며 윌리스의 뛰어난 성적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윌리스는 이상한 투구폼이 가져올지 모르는 부상만 조심하면 팀의 제1선발 투수로 장래가 창창한 투수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사실 윌리스의 투구 폼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다이네믹하다. 마치 과거 한국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던 최동원(현KBS야구해설위원)을 보는 듯하다.

당시 최동원은 크지 않은 체구에 강속구를 뿌리기 위해 온몸을 비트는 괴상한(?) 투구 폼을 가졌었다. 투수가 자신의 체구 보다 투구 폼이 크면 몸에 무리가 와서 반드시 부상이 따르게 마련이다. CNNSI도 바로 그 점을 지적한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LA 다저스의 노모 히데로를 연상시키는 ‘토네이도 아류’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윌리스가 속해 있는 플로리다 마린스의 잭 매키온 감독은 지난 7월초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뉴욕 메츠의 서재응과 윌리스의 신인왕 다툼을 전망하며 “나라면 윌리스를 선택하겠다”고 단언했다. 우연하게도 서재응은 매키온 감독의 기분나쁜 발언 이후 3연패의 늪에 빠졌었다. 서재응은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러운 투구 폼으로 안정된 경기 운영을 하지만, 윌리스는 LA 다저스의 노모 히데오처럼 2루쪽으로 돌아서는 와인드업 동작에 하이 키킹 투구 폼 등 다이내믹하다. 서재응의 최고 구속은 148km를 넘지 않아 제구력이 흔들리면 난타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윌리스는 왼손으로 던지는 데다 평균 구속이 155km에 육박할 정도로 공이 워낙 빠르기 때문에 타자들이 코스를 알고도 못 칠 정도다. 게다가 컨트롤도 좋아서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성적을 내줄 투수로 꼽히고 있다. 변화구도 낙차 큰 커브에 체인지 업 그리고 슬라이더도 수준급이다.미국에서 태어난 윌리스는 어릴 때부터 부모가 없이 할머니 할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를 나올 때까지 마약 등 범죄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야구에만 몰두했다. 고등학교를 나와 곧바로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에 들어가 메이저리그 진출 꿈을 꿨으나 시카고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다가 육손(오른 손가락이 6개인 선수)이 알 폰세카(시카고 컵스)와 관련된 트레이드를 통해 플로리다로 와서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실제로 플로리다에서 윌리스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금까지 플로리다의 야구 경기는 마이애미 연고의 프로풋볼 팀 마이애미 돌핀스에 가려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

플로리다 사람들의 8할은 미식축구 팬이고 프로야구팬들은 별로 많지 않았었다. 지난 97년 프로리다 마린스가 93년에 창단된지 4년만에 우승을 차지했지만 그 때 뿐이었다. 팀도 팬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자 캐빈 브라운, 게리 세필드 등 우승 주역들을 팔아 버리고 경험 없는 신인들을 뽑아서 성적 부진을 자초했다. 팀 성적이 좋지 않으니 가뜩이나 야구에 관심이 없는 관중들은 더욱 야구장을 외면했다. 급기야 플로리다 마린스는 몬트리올 엑스포스와 더불어 가장 재정이 열악한 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현재 윌리스는 과거 LA에서 페르난도 발렌수엘라가 일으켰던 ‘발렌수엘라 마니아’ 못지 않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윌리스가 메이저리그에 별로 관심이 없던 플로리다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지핀 것이다. 플로리다는 올해 윌리스가 20승까지 올릴 수 있도록 상대팀과 일정을 윌리스 위주로 조정하고 있다. 플로리다는 원래 에이스였던 머 버넷이 팔꿈치 수술로 올 시즌을 뛸 수 없어 사실상 투수 로테이션이 무너진 상태였다. 그러나 윌리스가 사실상 에이스 역할을 하면서 브레드 데이, 칼 파바노, 마크 레드맨, 조시 베켓 등이 선발의 한축을 맡고 있다. 윌리스의 동료선수들도 ‘윌리스 선발=필승’이라는 공식을 만들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