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색깔없는 축구가 코엘류호 몰락 자초선수들 해외진출, 선수차출 문제, 정신력 해이 등 복합요인 작용 전문가들은 대표팀이 2002년 월드컵 4강의 꿈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수 아래팀들인 베트남,오만에 무기력하게 패한 대표팀. 나태해진 정신력 보강이 시급한 상태.베트남에 1:0 패배, 오만에 3:1 패배. 한국축구의 월드컵 4강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44년만에 베트남에 충격의 패배를 당한 데 이어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다 오만에 역전패까지 당해 한국축구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그동안 월드컵 4강 신화에 안주했던 대표팀을 비판하며 지금부터라도 새롭게 판을 짜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대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축구, 그 문제점을 진단했다.

코엘류호가 베트남에 이어 오만에도 무릎을 꿇었다.

대표팀은 10월 22일 새벽(한국시간)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열린 2004아시안컵 2차예선 E조 2라운드 2차전에서 무기력한 플레이 끝에 홈팀 오만에 1-3으로 역전패했다. 이에 한국은 예선 전적 3승2패가 돼 오만(4승1패)에 이어 조 2위로 밀렸다.조 2위까지 주어지는 아시안컵 본선 진출은 무난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표팀이 당한 충격의 2연패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취임 10여개월 동안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에 대한 책임론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

코엘류호 색깔이 없다? 대대적인 수술 불가피

거스 히딩크(현 네덜란드 아인트 호벤 감독)월드컵 4강 신화의 바통을 이어 받은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 당초 4강의 신화를 어어갈 것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그는 올 상반기에 콜롬비아 등 강팀과 가진 친선 A매치에서 1승1무3패의 초라한 성적을 거둔데 이어 이번 아시안 컵 2차 조별예선에서 올림픽 대표팀이 출전한 약체 베트남에 44년만에 패배라는 충격을 던져줬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강한체력을 바탕으로 한 압박축구를 구사해 4강 신화를 이뤘던 히딩크 전감독에 비해 코엘류감독이 자신만의 색깔을 내지 못하고 표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압박축구라는 분명한 팀 컬러와 함께 갈수록 나아지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던 히딩크와 달리 코엘류 감독은 자신만의 색깔있는 축구를 보여주지 못했다.

취임초의 부진은 외국인 감독이 국내 축구에 적응하는 기간이라는 옹호가 많았지만, 아시안 컵에서 보여준 결과는 시간만 낭비한 게 아니냐는 비난까지 거세게 일고 있는 것. 특히 황선홍, 홍명보 등 주전들의 은퇴이후 세대교체를 해야하는 시점에서 약체팀에 당한 잇단 패배는 코엘류 감독이 국내선수들에 대한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코엘류 감독은 세대교체를 위해 조재진 등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을 대거 대표팀에 기용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렇다할 플레이를 선보이지 못하고 개인적인 플레이로 일관해 팀 조직력에도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축구계의 한 인사는 “코엘류 감독의 용병술과 리더십, 추진력에 대해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세대교체를 위해 젊은 선수를 중용하고 여러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표팀의 전력 극대화, 나아가 승리와 연결되지 못한다면 감독의 지도력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엘류 감독은 그 동안 한국축구의 가장 큰 문제점이자 고질적인 병폐였던 골 결정력 부족도 다시 짚어 봐야 한다”면서 “한 순간에 골 결정력이 좋아질 수는 없지만, 코엘류 감독이 취임한 이래 대표팀은 약체 팀과의 경기에서 넣은 골을 제외하고는 1골을 넣기가 힘든 지경으로 전혀 좋아질 기색이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태해진 정신력, 언제까지 4강의 꿈에 젖어 있을 것인가?

그러나 한국축구의 위기를 코엘류 감독에게만 전가할 수 는 없는 상황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는 지난해 월드컵 4강의 꿈에서 여전히 깨어나지 못한 축구계 전체의 책임으로 보는 시각이다.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대표팀 구성이나 훈련 계획 과정에서 프로팀들의 눈치를 보거나 절차상의 어려움을 핑계로 감독의 뜻을 받쳐주지 않는 축구협회도 책임이 있다”면서 “월드컵이후 실력있는 선수들의 잇따른 해외 진출과 K-리그 활성화를 위해 프로선수의 대표팀 차출이 까다로워진 국내 환경도 갈길 바쁜 코엘류 감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수들의 정신적인 해이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44년만에 충격의 패배를 당한 베트남과의 경기에서는 상대를 너무 우습게 봤다는 것. 성인대표팀이 아닌 올림픽 대표팀이 출전한 베트남은 실력차를 떠나 강팀과의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에 비해 한국선수들은 슛의 무차별 난사, 팀 플레이보다는 개인 플레이로 일관하는 모습, 베트남 공격진을 우습게 본 느슨한 수비 등 상대를 얕잡아 보는 모습이 분명해 보였다.월드컵 당시 시종일관 상대를 압박하는 다이내믹한 플레이로 전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결국 월드컵에 출전해 강호들을 물리치며 썼던 ‘공은 둥글다’라는 말을 베트남에 보여주고 만 꼴. 축구계 한 인사는 “월드컵의 성과 중 하나는 강한 팀을 만나도 충분히 해 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라며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약체 팀을 만나도 방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대표팀의 정신적인 해이를 지적했다.

또 다른 축구계 인사는 “국내파 위주인 대표선수들은 해외파가 가세하는 아시안컵 본선에서는 자신들이 배제될 것이란 생각으로 뛴 탓에 정신력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코엘류 감독과 선수들 간의 호흡 문제를 지적했다.결국 이번 아시안 컵 조별예선의 결과가 코엘류 감독에게 더 큰 시련을 안겨줄지 아니면 쓰디쓴 보약으로 될지는 앞으로 있게 될 대표팀의 평가전과 내년 아시안 컵 본선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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