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부인이 무척 예쁘다고 들었다. 나도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말한 지바 롯데 마린스의 바비 밸런타인 감독은 이승엽(28·지바 롯데)에게 부인 이송정씨와 가고시마 캠프의 선로열호텔에 함께 묵어도 좋다고 공식적으로 허락해 일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일본에서는 선수가 부인과 함께 캠프에 투숙하는 것을 금기시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배려가 아닐 수 없다. 그는 가고시마 캠프에 앞서 “휴식 전날에는 부인과 외박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호텔에서 같이 묵을 수 있다고 말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일본언론에서도 그의 이런 발언에 대해 놀라는 분위기다.그러나 밸런타인 감독은 승엽에게 너무 편향적인 것 아니냐는 시선을 경계해 “다른 선수들도 본인이 원한다면 이승엽처럼 부인과 지낼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승엽은 감독의 이 같은 배려로 이국생활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게 됐지만 당초 오는 25일쯤 우라야쓰 시내에 있는 집을 정리하기 위해 일본에 올 예정인 부인 이송정씨는 현재 캠프를 방문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승엽이 밸런타인 감독의 스프링캠프 ‘부부 동행’배려를 정중하게 사양했기 때문. 대부분의 일본 스포츠신문들은 이날 ‘밸런타인 감독, 이승엽 부인 동행 허락’이라는 제목으로 밸런타인 감독의 발언을 비중있게 다뤘다. 일본 스포츠전문지 스포츠닛폰, 산케이스포츠는 10일 ‘이승엽이 부인 이송정씨를 캠프 숙소에 데려와 함께 있어도 좋다’는 바비 밸런타인 감독의 발언을 전하면서‘이송정씨가 캠프 휴식일인 16일께 가고시마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모델 출신으로 미모가 뛰어난 이송정씨가 캠프를 방문하면 선수단 사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밸런타인 감독의 코멘트도 곁들였다.

일부 신문은 이송정씨의 캠프 방문을 16일쯤으로 정하고 부부의 만남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이승엽은 10일 “가족을 캠프에 동행해도 좋다는 밸런타인 감독의 배려를 고맙게 생각하고 있지만 오히려 운동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국과 일본은 캠프에 가족을 동반하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다. 운동에 지장을 주고 캠프 분위기가 흐트러진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메이저리그에서는 가족의 캠프 동행이 일반적이다. 이 같은 문화 차이를 잘 알고있는 밸런타인 감독이‘가족 동행’을 허용했으니 일본 언론이 비중있게 다루는 것은 당연. 하지만 이승엽은 한·미 양국의 문화 차이에서 빚어진 해프닝 정도로 여기고 있다. 이승엽은 “아내가 16일 캠프를 방문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남편이 운동하는 곳에 아내가 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지금은 일본야구에 적응하는 것이 급선무다. 설령 집사람이 오고 싶어해도 서로 할일이 있는 만큼 가고시마를 방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대리인 김기주씨는 “이송정씨는 20∼25일 사이에 지바 인근 우라야쓰시의 집으로 곧장 들어갈 계획이라고 어제(9일) 일본 언론을 상대로 분명하게 말했다”고 전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 일부가 추측으로 작성됐다. 일본 언론이 이승엽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사실과 다른 엉터리 보도를 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강한 톤으로 반박했다. 모델 출신이자 대학생인 이송정씨는 이승엽의 일본 진출과 더불어 꾸준하게 현지 언론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일부 스포츠신문들은 당사자들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이송정씨가 일본 연예계에 데뷔하면 크게 성공할 것이라는 보도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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