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바 롯데 이승엽(28)이 또다른 전쟁에 휘말릴 조짐이다. 이번에는 다름 아닌 정보전이다. 올 시즌 개막전 상대인 세이부와 구대성이 있는 오릭스에서 상대팀 전력을 분석하는 원정기록원(스코어러)이 캠프로 찾아왔다는 소문이 나돌아 이승엽은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이승엽은 쓸데없이 전력을 노출하지 않도록 조심하겠다는 의도가 역력했다. 나중에 이들은 스코어러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세이부에서 나온 사람은 신사쿠 가타히라 편성부장이었고 오릭스 역시 편성부 직원의 방문이어서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났다.

하지만 이승엽은 타격 훈련 중간에도 통역 이동훈 씨에게 “스코어러들은 어디서 보고 있나”고 묻는 등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신사쿠 부장은 비록 스코어러는 아니지만 “스윙이 간결하면서도 스피드가 대단하다. 체격에 비해 홈런이 아주 많은 것은 바로 빠른 스윙 스피드 때문일 것”이라는 날카로운 평을 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전력 분석을 위한 첩보전은 그야말로 007 영화가 무색할 정도로 알려졌다. 일본어로 사키노리(先乘) 또는 스코어러(scorer)라고 불리는 전력분석 요원들은 귀신같이 상대 선수의 약점을 찾아내는 것으로 알려져 모든 선수들의 경계 대상 1호다.

선동렬, 이종범 등 일본으로 진출한 한국 선수들이 진출 첫해에 고전을 면치 못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자기 약점 노출. 지바 롯데 밸런타인 감독 역시 벌써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니혼햄 외야수 신조의 약점을 찾아내기 위해 스코어러를 급파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이승엽은 자신의 전력 노출을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전력노출 이외에도 신경 써야 할 것이 또 있다. 그것은 상대 투수들에 대한 분석. 따라서 이승엽은 비디오테이프를 통한 자습 외에 지바 롯데 스코어러가 틈틈이 시간을 내 개인교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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