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전 프로농구선수 박재현(34)이 항암치료를 하는 등 병마와 싸우고 있지만, 농구팬들과의 약속을 지켜냈다. 지난 1일 열린 프로농구(KBL) 올스타전에서 동료들의 따뜻한 정이 모아진 사랑의 격려금을 전달받은 박재현은 눈물을 글썽이며 “건강을 되찾아 반드시 코트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마침내 지킨 것이다. 이번에는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서 코트에 서게 됐다. 올해 새로 탄생할 남자농구 실업팀의 감독으로 제3의 농구인생을 시작하게 된 것. 프로농구 원년 현대에서 선수생활을 하며 챔피언 반지까지 낀 박재현은 은퇴 후 농구 관련 사업을 하다 지난해 1월 수원여고 코치를 맡아 지도자로서 제2의 농구인생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4개월만에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아 수술조차 소용이 없는 상황이어서 약물치료에만 의존해 왔다. 또 그동안 마땅한 수입조차 없어 치료비와 생활비를 마련키 위해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충당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그런데 2주에 한번씩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박재현은 최근 들어 병세가 호전됐다. 줄었던 몸무게도 다시 늘어 건강이 회복되고 있는 것. 그는 19일 “최근 여의도 순복음교회 윤덕신 전도사로부터 ‘농구팀을 지도할 뜻이 있느냐’는 제의를 받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며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호전되는 추세가 계속 유지된다면 4월 중순쯤 항암치료를 안 받아도 된다고 들었다”며 “날씨가 따뜻해지는 5월부터 체육관에 나가 선수들을 직접 지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재현이 지도하게 될 팀은 올해 새로 창단되는 실업팀이다. 중·고·대학 시절 여러가지 이유로 농구를 그만둔 선수들을 다시 모아 농구대잔치 2부리그와 전국체전 출전을 목표로 팀을 구성했다. 체육선교회 농구단(가칭)은 다음달 대한농구협회에 실업팀으로 등록을 마치고 정식 팀으로 창단할 예정이다. 박재현은 “이런 기회가 주어져 너무 기쁘다. 열심히 해서 어렵게 살아온 선수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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