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세계에는 별의별 ‘징크스’가 있다. 때론 그것이 마치 ‘종교’처럼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징크스는 어긋나면 선수들의 뇌리에서 잊혀지지만 들어맞을 경우엔 더 확실하게 각인된다. 기아 타이거즈가 아마도 그런 경우일 것이다. ‘플레이오프 징크스’가 있는 기아는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면서 지긋지긋한 징크스를 다시 경험하게 됐다. 기아는 최근 3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라오고도 한 차례도 한국시리즈를 경험하지 못했다. 2002년 플레이오프에서는 LG에 2승3패로 졌고, 지난해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선 3연패의 수모를 당했다.

올해도 2연패를 당했으니 포스트시즌 7연패 수렁에 빠진 셈이다. 기아의 전신인 해태는 한국시리즈에 9차례 진출해 100% 성공한 불패의 강팀. 반면 기아는 2001년 팀 간판을 바꾼 이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종범을 비롯해 마해영 박재홍 장성호 등 수준급 선수들이 가장 많이 포진한 팀이지만 이들을 휘어잡을 지휘봉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9일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기아 선수들은 힘을 쓰지 못했다. 기아는 이날 김진우의 호투에도 불구, 결국 연장 승부 끝에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날 선발로 나선 김진우는 2m가 넘는 커다란 물고기를 낚는 꿈을 꿨다고 한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징크스’ 앞에선 대박 꿈도 소용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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