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단타보다 중장기 투자에 집중

인간의 삶은 순간순간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매 순간 그리고 매일 매일이 선택인 것이다. 그 선택은 점심식사 메뉴를 고르듯 가벼운 것일 수도 있지만 대학입시나 취업 혹은 배우자 선택처럼 앞으로의 인생을 좌우하는 엄청난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인생은 무언가를 선택하지 않으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숨 쉬는 것 빼놓고는 모두 다 선택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인생은 선택 그 자체라고 할 수도 있다.

삶이 끝나려는 순간, 지나온 인생을 돌아보았을 때 흡족한 마음이 든다면 그는 훌륭한 선택을 해온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아온 것이다.

그런데 선택이라는 행동을 궁극적으로 결정짓고 방향을 확정하는 동력은 바로 그 사람의 가치관이다. 이 가치관을 일컬어 세계관이라고 한다. 선현들이 정신수양에 몰두하고 훌륭한 소양을 쌓기 위해 정진한 것은 바로 이 세계관을 보다 드높은 상태로 고양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 정리하자면, 선택은 바로 세계관의 반영이고 그 선택에 의해 인생이 결정되므로 곧 세계관이 그 사람의 인생인 것이다.

투자의 세계에도 각 투자주체들의 세계관이 반영된다. 동일한 재료를 보고도 각자 평가와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선택 또한 다르게 되는 것이다. 종목토론 게시판에 들어가 보면 동일한 종목을 놓고도 완전히 다른 생각과 주장으로 갑론을박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게시판의 이런 열띤 토론은 사실 이성에 근거하여 도출된 결론을 가지고 서로 맞서는 것이기에 일말의 타당성과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오히려 그 열기가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더욱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시장참여자나 투자자는 그 치열한 토론과 연구 끝에 시장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또는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유추해서 매매에 돌입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어떠한 논리적 오류도 없고 억지도 없다.

그런데 바로 이 대목에서 모순된 일이 왕왕 벌어지는데 시장은 시장참여자나 투자자의 예측과는 사뭇 다른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예측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일수록 시장의 움직임은 그것과 사뭇 어긋나게 된다. 그 이유는 시장이란 곳이 우리의 상식과 달리 본질적으로 지극히 비이성적이고 불합리한 곳이기 때문이다.

각각의 시장참여자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일지 모르겠지만 각 참여자들이 시장이라는 거대한 용광로에 뛰어든 순간, 이성과 합리는 탐욕과 공포에 휘둘리는 비이성과 불합리로 재빨리 대치된다. 뚜렷한 근거도 없이 이리저리 쏠리고 몰려다니며 출렁거리게 된다. 거대 규모 증권사의 애널리스트가 되었든 재야의 고수가 되었든 근거가 명확하고 타당성도 충분한 예측을 내놓지만 그 예측은 번번이 어긋난다. 장기적으로 지수는 그 예측대로 합리적인 움직임을 되찾아 가겠지만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대개 그 예측은 빗나간다. 그것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나 재야고수가 무능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그들이 지극히 합리적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 불합리한 주가의 움직임을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논리적으로 그리고 실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이 모순은 바로 주식투자라는 행위에 내포된 본질적 숙명인 것이다.

이기웅 메리츠종금증권 수원지점 지점장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