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보궐선거 결과는 여야 기성 정치권에 갖는 지독한 불신과 극심한 경제난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란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이 분석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의 서울시장 선거 패배 배경은 복합적이지만, 결정적 요인은 두 가지다. 여야 정치권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와 견디기 어려운 경제난이다.

정치권은 국회에서 쇠망치 들고 싸움질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였고, 최악의 상태에 빠진 경제난 극복에 여야 모두 초당적으로 발 벗고 나서라는 주문이었다.

체감 실업률은 통계청이 발표한 3%와는 달리 무려 11.8%에 이른다. 미국의 실업률 8.8% 보다 훨씬 높다. 경제 환경이 6·25남침 이후 최악의 상태라고 아우성이다. 

20~40대의 삶이 팍팍해지자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구백”(20대 90%는 백수), “삼초땡”(30대 초 명예퇴직) “동태”(한겨울의 명퇴), “장미족”(장기간 미취업자) 등이 그것들이다.

요즘 경기침체속에 가장 고통 받는 세대는 20~40대 이다. 20대는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절반만 취업한다. 30~40대는 빚내서 집을 샀지만 빚 부담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전 국민들의 가계부채는 사상 처음 800조를 넘어 실물경제를 파탄시킬 뇌관으로 떴다.

백성은 등이 따습고 배가 불러야 지도자를 섬기게 마련이다.

지난 10월 아르헨티나의 대통령 선거에서도 경제의 결정적 역할이 입증됐다. 크리스티나 패르난데서 키르크너 대통령은 2년전 만 해도 수출 농산물 세금부과 등으로 지지율이 30% 미만으로 떨어졌었다. 하지만 연간 8%대의 경제 성장 덕택으로 지난달 재선에 성공했다.

우리나라 여야 정당들은 10·26 보선에서 직격탄을 맞고서도 정신 차리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자세로 일관한다.

한나라당은 선거 끝마무리 때 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지도부 퇴진론”, “당 해체”, “당명 변경” 등이나 토해내며 당내 세력다툼에나 빠져들었다.

뿐만 아니라 이 당은 압도적 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한·미동맹과 경제협력 증대가 걸린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조차 통과시키지 못하고 야당에 질질 끌려다닌다. 국민이 뽑아준 다수당으로서 책무 유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런가하면 민주당은 한·미FTA 비준을 폭력으로 가로막고 나섰다. 노무현 정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 조항을 “독소조항”이라며 비준을 거부한다.

민주당과 야당들은 한·미FTA 비준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을 며칠씩 점거, 국회 기능을 폭력으로 마비시켰다.

국익과 어려운 경제난을 외면하고 종북좌익 세력에 끌려다니는 반의회적이며 반대한민국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한·미FTA 비준을 폭력으로 틀어막는 민주당이나 무기력하게도 폭력 앞에 겁먹고 다수당으로서 책무를 포기하는 한나라당이나 모두 10·26 민의를 외면한 짓이다. 10·26 민의는 경제가 너무 어려우니 여야가 폭력 휘두르며 싸움질 말고 경제 살리기에 올 인(All In)하라는 절규였다.

한나라당과 야당들은 10·26 민의를 존중, 경제 살리기에 힘을 합쳐야 한다. 어려운 경제난 타개책의 일환으로 한·미FTA 비준 부터 서둘러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한·미FTA는 앞으로 10년간 33만5000명의 새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한다.

정치권은 죽어가는 경제를 살리는데 초당적으로 임해야 한다. 쇠망치를 휘두르고 회의실을 점거하는 깡패 작태를 접고 논리 정연한 의정단상 토론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 만이 정치권도, 20~40대도, 나라 경제도, 모두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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