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직권상정 이뤄질까

여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두고 난항을 겪고 있다. 한미 FTA 핵심 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둘러싸고 절충을 모색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대치가 격화되고 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은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을 사흘째 점거하며 회의를 저지했고 한나라당에서는 추가 협의 후 성과가 없을 경우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공식 요청할 방침이다. 여당 지도부는 직권상정을 추진하지 않고 대화를 통한 해결을 원하고 있지만 갈등이 점차 고조되고 있어 직권상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회는 경찰력이 투입되고 출입이 제한되는 등 연일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태고, 지난 3일로 예정됐던 본회의가 전격 취소되면서 향후 극적인 타결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둘러싼 여야 대치 격화
3일 본회의 취소…10일 처리되나

전운 감도는 국회

한미 FTA 비준안 상정 여부를 놓고 여야 간 대치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일 국회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박희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고, 민주당은 이날 오전부터 의원총회를 열어 비준안 처리 대책을 논의했다. 사흘째 이어지는 야당 의원들의 국회 본청 외통위 전체회의장 점거는 계속됐고 3일로 예정된 본회의는 취소됐다.

이날 국회 주변은 14개 중대 1500여명 규모의 경찰버스와 의경들로 둘러싸여 있었고, 아침 한 때 출입이 제한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박희태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비준안을 직권상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박 의장은 한나라당의 직권상정 요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내가 알아서 하는 것이다. 법에 요청하게 돼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상정돼 있으니까 이제 토론하고 표결을 해야지”라고 말했다.

한편, 남경필 외통위 위원장은 “전체회의를 열지 않겠다”며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의원 등의 회의장 점거 해제를 요구했다.

남 위원장은 외통위 위원장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본회의가 끝나도 오늘 안에는 외통위를 열지 않겠다는 것을 국민들께 약속한다”며 “물리적 충돌이 없는 한미 FTA 비준동의안의 국회 통과를 원하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여야 간 대화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야당 의원들을 향해 “빨리 회의장을 열고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며 “이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민주당과 민노당은 점거와 물리적 충돌을 유발하는 정당”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어제(2일) 외통위를 산회하면서 오늘 본회의까지 비준안을 처리하지 않겠다면 점거를 풀고 나오기로 했는데, 그 약속은 휴지조각이 됐다”며 “약속과 합의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공존하기 위해 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기습상정, 몸싸움… 계속되는 대치

여야 간 진통은 며칠째 계속됐다. 민주당과 민노당 등 야당 의원들이 전체회의장의 입구를 막아 회의를 열지 못했고 남 위원장과 언쟁을 벌이며 일부 몸싸움도 발생했다.

이에 남 위원장은 지난달 31일에 이어 두 번째로 질서유지권 발동했으며 외교통상부에 대한 예산안 심의는 전체회의실이 아닌 소회의실에서 진행됐다.

특히 이날 남 위원장이 예산안 심의를 마친 후 한미 FTA 비준안을 기습상정하면서 국회의 긴장감은 절정을 이뤘다. 남 위원장의 기습상정에 야당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했고, 계속된 대치 끝에 오후 6시시가 넘어서 산회를 선포했다.

또한 이날 여야 지도부는 전화로 조율을 시도하고 양당 원내대표 회담을 가졌지만 성과 없이 끝났다. 황우여 한나라당,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1시간 여에 걸친 회담을 가졌으나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 ISD 논의와 관련한 약속을 받아와야 한다”고 주장했고, 황 원내대표는 “여야가 기존 합의한 ‘ISD 절충안’을 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김 원내대표는 본회의 안건으로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일반 법안만 처리하자고 주장했지만 황 원내대표는 한미 FTA 비준안처리 상황에 따라 결정하자는 뜻을 밝혔다.

황 원내대표는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몸싸움하는 즉시 외신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질 것이며 미국 의회의 처리 모습과 비교될 것”이라며 “야당은 여당이 수용할 수 있는 요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외통위를 파행으로 끌고 가면 모든 대화노력이 중단되고, 이번 정기국회는 날아갈 것”이라며 “아직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을 만날 때까지 시간이 남아 있으니 그때까지 합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한편,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민주당이 야5당과 공조로 저지에 나선 것을 두고 “마치 내년 총선을 바라보고 2004년의 탄핵상황과 같은 연출을 함으로써 한미 FTA 문제를 총선용으로 악용하려는 민주당의 저의는 올바르지 못하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에 맞서 ‘한미 FTA 저지 대국민 홍보전’을 펼치며 ‘국민투표’까지 제안하고 나섰다. 손 대표는 “한미 FTA를 충분히 검토해서 다음 총선의 의제로 국민의 심판을 받아 결정하자고 제안한다”며 “홍보전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새 절충안 합의될까

당초 황 원내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한미 FTA 처리와 관련해 협상을 벌인 바 있다.
두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한미 FTA 비준처리의 핵심 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와 관련한 절충안에 합의했다. 절충안은 한미 두 나라가 FTA 협정 발효 후 3개월 안에 ISD 유지 여부에 대한 협의를 시작하는 것과 이명박 대통령이 이를 이번 G20회의에서 미 오바마 대통령에게 요청한다는 내용이다.

이 절충안 마련으로 합의 처리 가능성이 조금은 열리는 듯 보였지만 민주당이 절충안 수용을 거부했고 결국 하루 만에 파기됐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새 타협안은 ISD 재협상의 시점을 앞당긴다는 내용이며, 민주당은 이러한 내용의 절충안을 지난 3일 한나라당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향후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는 10일 본회의에서 직권상정을 할 것으로 예상하거나 일각에서는 오는 12월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규리 기자> oymoo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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