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이광재-안희정-송영길 차차기

이명박 대통령이 탄생하면서 광역단체장 자리가 다시금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첫 광역단체장 출신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 이전에도 숱한 광역단체장 출신 정치인들이 대권 도전에 나섰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고건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이인제 전 경기지사, 김혁규 전 경남지사 등이 그들이다. 차기 대선에서도 김문수 경기지사와 김두관 경남지사,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대권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이광재 전 강원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송영길 인천시장은 차차기 대권 도전을 목표로 힘차게 달려나가고 있다.

 MB만 성공…고건-이인제-김혁규 실패

고건 전 시장은 2006년, 이인제 전 지사는 2002년, 본격적인 대선판이 벌어지기 전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대세론까지 형성했다. 고 전 시장은 북핵 등의 영향으로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종국엔 대선불출마를 선언하기에 이르렀고, 이 전 지사 역시 ‘노무현 바람’에 밀려 청와대 입성의 꿈을 접어야 했다.

손학규, 한나라까지 버렸지만

재야의 대표적 인사였던 손 전 경기지사의 경우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자당에 입당, 3선 의원을 거친 이후 2007년 17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명박, 박근혜 후보와 3강을 형성하다가 결국 2007년 3월 19일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그러나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정동영 후보에게 패하며 대권 도전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손 전 지사는 지난 4·27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의 텃밭이던 경기 성남 분당을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둬 여의도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15%까지 얻으며 ‘박근혜 대항마’로서 입지를 굳히는 듯 했지만,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등장과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등장으로 인해 야권 대선주자 3위에 머무르고 있다.

고건, 대세론까지 형성했지만

고건 전 서울시장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2004년 말부터 2006년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40% 안팎을 유지, 차기 대권 후보 1위를 달리며 대세론을 형성했었다. 대선 출마를 공개 선언하지도 않았음에도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당시 민심은 ‘안정감’의 고 전 서울시장에게 몰렸다. 하지만, 고 전 시장의 지지율 고공행진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유세현장에서 피습을 당하면서 주춤하더니 북핵 문제가 터진 10월부터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고 연말에 이르러서는 지지율이 반토막 났다.

정치권에서는 열린우리당이 정기국회가 끝나기 전에 붕괴되고 고건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실정치는 고 전 총리의 구상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12월 말에 출범시키기로 한 중도실용 개혁세력의 대통합을 위한 원탁회의도 무산됐다.

결국 지지율 하락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2007년 1월 16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게 됐다.

이인제, 실전에 나섰지만

1995년 첫 민선 경기지사에 당선된 이인제 전 지사는 1997년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패했다. 하지만, 경선 패배 이후에도 지지율이 30%대를 기록하자 신한국당을 탈당하고 국민신당을 창당한 후 제15대 대통령선거에 출마, 492만여 표를 얻었다. 덕분에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는 이회창 후보를 39만여 표 차이로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1998년 김대중 정권의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에 합류하고 2002년 새천년민주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에 다시 출마할 때까지만 해도 ‘이인제 대세론’이 형성됐었다. 2002년 3월 국민 경선 개시 전까지만 해도 당 대선주자 중 단연 1위를 달렸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노무현 돌풍에 밀려 경선 완주도 하지 못했다. 노무현에게 패배하고 난 뒤,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로 인해 노무현 당시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하자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했다. 그리고 5년 뒤인 2007년 5월 국민중심당을 탈당하고 민주당에 복당, 같은 해 17대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조순형, 김민석, 신국환, 장상과의 경쟁에서 승리해 민주당 후보로 제17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였으나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 직후 9%까지 꾸준히 상승하던 지지율은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출마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와의 단일화 난항 등으로 급락해 160,708표(득표율 0.7%)를 획득하는 데 그쳤다.

내년 대권 도전에 관심이 있는 현역 광역단체장은 취임한 지 이제 1년이 갓 넘었다는 게 부담이다. 과감히 시도지사직을 벗어던지고 대선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이들은 김문수 경기지사와 김두관 경남지사 등이다. 두 지사 모두 잠룡으로 분류되지만 일단은 도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문수 지사의 경우 뚜렷한 ‘박근혜 대항마’가 없는 상황에서 여권 내 최선의 카드로 꼽히고 있고, 김두관 지사 역시 ‘권력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문재인 이사장과 안철수 교수의 장점만을 받아 안을 수 있는 숨어있는 카드로 분류된다.

김문수, 박근혜 대항마 꿈꿔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박근혜로는 안 된다”, “수도권에서 표 확장성이 있는 후보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면서 김문수 지사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발맞춰 내년 초 사퇴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 지사 ‘등판론’은 안철수 태풍이 몰아치던 9월 초순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여권 내에서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김 지사 측은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이후 ‘김문수 대안론’을 타고 자연스럽게 당으로 복귀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안풍’ 이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를 느낀 수도권 의원들로부터 지속적인 러브콜을 받고 있다. 김문수 조기등판론이 거론되는 이유는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전 특임장관이 ‘박근혜 대항마’가 되기에는 2% 부족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김 지사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을 중심으로 한 보수 진영에서도 영입 제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이사장과 보수 진영이 준비 중인 ‘제3의 보수신당’의 간판 대선주자로 김 지사가 나서 달라는 것이다. 김 지사가 어떤 선택을 통해 대권 도전에 나설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두관,
문재인이 뿌린 씨앗 거둔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문재인 대망론과 안철수 태풍으로 인해 차기 대권판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지만 여전히 잠룡으로 통한다.

김 지사는 “도정에 전념한다는 생각밖에 안 갖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김 지사의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5월 “김두관 지사 같은 훌륭한 분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좋은 (대선) 후보가 나오고 그런 지도자가 국민에게 선택을 받는 것”이라며 “김 지사야말로 아주 유력한 잠룡으로, 나라를 맡겨볼 만한 인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열린 행안위 국감에서 김정권 한나라당 의원이 김 지사의 최근 대선 관련 행보를 집중적으로 따져 묻기도 했고, 일부 언론에서 김 지사 캠프 구성을 대서특필한 것도 이와 맞물려 있다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가 “내년 대선이 박근혜 전 대표와 김두관 경남지사 간 양자 대결구도로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도 김 지사 대권 도전설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고 박사는 “내년 대선에서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을 대표해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야권 통합의 대표로는 김두관 경남지사가 가장 유력하다”며 “김두관 지사가 내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대권을 놓고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김 지사를 야권통합 유력주자로 꼽는 이유에 대해선 “현재 야권에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두관 경남지사를 주목하고 있지만 문 이사장은 다소 권력의지가 없어 보이고, 김 지사에게는 남다른 권력의지가 엿보인다”며 “선거공학적으로도 두 사람의 조건은 거의 비슷하다. 따라서 권력의지가 있는 김 지사가 야권통합의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오세훈, 이광재, 안희정
차차기 대권 도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에게 ‘오세훈의 저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참패를 안겨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 과정에서 대선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차차기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서울을 야권에 내주긴 했지만 ‘복지 포퓰리즘’에 대한 반대 기치를 내걸어 보수층의 결집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오 전 시장으로서는 나름 의미 있는 도박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나라당 내 기반이 취약한 입장에서 이제 그는 보수의 가치를 지켜 낸 ‘보수의 아이콘’으로 각인되는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은 박근혜라는 큰 산을 피했지만 6년 뒤엔 수많은 경쟁자들과의 일전을 치러야 한다.
대표적인 경쟁자가 ‘우광재 좌희정’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도 차차기를 향해 뛰고 있다. 이 전 지사는 지난 3월 “지난해 6월 강원도지사 출마 때 ‘내가 대통령 후보가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약속했다”며 “훨씬 더 강인해져 (대선 후보로) 올라서겠다”고 차차기 출마를 공식화했다. 또한, 이 전 지사는 지난 5월에는 “희정아, 난 2017년 대선에 너와 나뿐만 아니라 김두관·송영길·김부겸·임종석 모두 나서는 모습을 꿈꾼다. 우리 안 지사가 도지사 생활 잘 해서 2017년 대통령 선거에 꼭 나왔으면 좋겠다”고 안 지사에게 제안했고, 안 지사는 “그래, 같이 한 번 해보자!”고 응답했다.

한편, [리얼미터]가 조사한 10월 3째 주 차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정기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1.1%를 기록해 2위를 차지했고, 김두관 지사가 5.5%로 3위에 올랐다. 안희정 지사(4.9%)가 4위, 이광재 전 지사(3.5%)는 5위였다. 송영길 시장은 2.3%로 나타났다. 1위는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12.2%)이었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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