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권행보 ‘신호탄’

10·26 재보궐선거가 끝나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권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의 서울시장 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론이 불거진 가운데 정책행보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일 고용·복지 관련 세미나를 열어 자신이 구상해왔던 정책을 선보였고, 이를 시작으로 보육, 교육, 전셋값 등을 다룬 세미나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10·26 보선 패배 이후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일고 있지만 박 전 대표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나오던 ‘박근혜 역할론’에 일부 친박계 의원들도 가세하는 분위기다. 향후 박 전 대표는 대학생 대상 특강, 지방 일정 등을 소화하면서 국민과의 접촉면을 넓혀 선거 패배로 인한 ‘민심 달래기’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식 복지 2탄’ 발표
‘조기등판론’ 넘어 정면돌파 승부수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필요”

박 전 대표는 ‘박근혜식 복지 2탄’을 선보이며 대권행보를 재촉하고 있다. 지난해 선보인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구상의 각론에 해당되는 고용복지 정책을 제시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사회보장기본법 개정 공청회에서 복지 구상을 밝힌 지 10여 개월 만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국민 중심의 한국형 고용복지 모형 구축’을 주제로 한 정책세미나를 개최하고 고용·복지 분야에 대한 정책 전환을 강조했다. 고용·복지는 박 전 대표가 강조해왔던 화두인 ‘국민의 행복’의 연장선에 있는 핵심 정책이다. 

박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거시지표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이 중요한 때”라며 “복지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고용과의 연계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시스템 연계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핵심 연결고리가 바로 고용복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근로 능력이 없는 국민의 생활은 정부가 책임지고 일하고자 하는 국민들은 실질적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빈곤에 빠지는 일이 없어야 하고 근로 능력이 있는 빈곤계층은 자활로 이끄는 게 탈빈곤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는 고용·복지 시스템의 5가지 원칙으로 근로능력 없는 국민 생활에 대한 정부의 책임, 일하고자 하는 국민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빈곤 방지, 복지와 고용정책의 연계 강화, 공급자 편의 아닌 수요자 맞춤형 고용 복지제도 등을 제시했다.

이날 세미나는 박희태 국회의장,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해 국회의원만 50여명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뤄 박 전 대표의 한나라당 내 위상이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세미나는 현재 한나라당 내에서 지도부 책임론과 인적 쇄신 등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정책행보로 국민 신뢰를 회복하려는 박 전 대표의 의도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서울시장 선거 패배에서 드러난 20~40대 민심을 겨냥해 비정규직 취업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이들을 겨냥한 행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대외활동 본격화

박 전 대표는 2007년 대선을 1년여 앞둔 2006년 11월 2일 한 특강에서 북한·정치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면서 사실상 대권 행보에 나선 바 있다.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대선행보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분석은 이 같은 사실 때문이다. 

아울러 박 전 대표는 당분간 정책에 집중하며 그동안 소홀했던 일정을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정기국회를 통해 준비해온 정책을 발표하며 대권행보를 이어나갈 계획이었지만 오 전 시장의 사퇴로 인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치르게 돼 선거 지원에 나선 바 있다.

이달부터는 지방에서 당 소속 의원들의 출판기념회에 잇따라 참석하고 정치일정 때문에 소홀했던 지역대학 특강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경선 당시 설립된 친박 단체인 ‘포럼부산비전’의 창립 5주년 행사도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포럼부산비전의 김태용 사무처장은 “여태까지 박근혜 전 대표가 꾸준히 참석해왔다”며 “친박 모임 등은 총선 이후 더욱 활발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 박 전 대표는 11월 안으로 사무실을 개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친박 의원들과 정책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캠프 구성 작업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박 전 대표의 대권행보는 올해 말에서 내년 4월 전으로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으나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패배로 차기 대권주자의 역할에 대한 여론이 거세져 시기가 앞당겨진 것으로 관측된다.

박 전 대표는 미니홈피, 트위터에 이어 최근 ‘수첩공주’라는 대화명으로 페이스북도 개설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이용해 20~40대 젊은이들과 소통에 나서며 자신의 정치 보폭을 넓혀갈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박 전 대표는 고용문제를 비롯해 향후 보육, 교육, 전셋값 등과 관련해 그동안 준비한 정책을 순차적으로 발표하며 대권행보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조기등판론’ 힘받나

현재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서울시장 선거 패배 이후 박 전 대표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도권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박 전 대표가 당 전면에 나서 조기에 총선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박근혜 조기등판론’이 제기된 것이다.  

당초 보선 패배 후 수도권 소장파를 중심으로 제기됐지만 최근 일부 친박계 의원도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친박계 중진인 허태열 의원은 지난 3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박 전 대표가 당연히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정기 국회는 홍준표 대표 체제로 치르고, 총선 정국으로 넘어가면 새로운 인물의 수혈, 새로운 정책에 대해 다음 대비를 하는 지도자들이 나서서 얘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친박 성향의 권영세 의원도 이날 “새 체제는 박 전 대표를 포함해 전면적으로 나서는 게 필요하다”며 “박 전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해 당을 이끄는 모습을 통해 확고하게 검증된 유일한 대선주자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정책세미나가 끝난 뒤 “이번을 계기로 정치 전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몇 년 전부터 관심을 갖고 꼭 실현하려던 문제”라고 답변했다. 그는 “모든 것을 그렇게 정치공학적으로 얘기하게 되면 국민들이 참 피곤해진다”며 “국민을 위해 정치가 존재하는 게 아닌 것 같다”고 자신의 입장을 드러냈다.

친박계 한 의원은 ‘조기등판론’과 관련, “지금도 충분히 나서고 있지 않은가. 고용·복지 정책세미나에서 상당히 뼈있는 말씀을 하셨다. 의원들의 출판기념회에도 적극 참석하고 계신다. 이런 행보야 말로 전면에 나선 것이라고 생각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정책행보는 박 전 대표가 그동안 꾸준히, 일관성 있게 준비해왔던 것이고 넓게 보면 대선을 향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당내 쇄신 방안을 놓고 충돌이 커질 경우 박 전 대표의 ‘조기등판론’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규리 기자> oymoo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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