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계-YS계 모두 쳐낸다 … 보수여권 '긴장'

‘박근혜당’ 한나라, YS 세력 축출 후 공화당-민정당 회귀 꿈꾸나
‘YS키드’ 축출설-‘공천 살생부’설 나돌아

사실상 ‘박근혜당’이 된 한나라당이 19대 총선을 앞두고 YS 세력을 숙청하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자신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끌었던 과거 민주공화당으로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여권 내에서 작성 중이라는 ‘공천 살생부’에 ‘YS 키드’들이 대거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민국 60년 헌정사를 돌이켜보면, 한나라당의 근간은 이승만의 자유당과 박정희의 민주공화당이다.

특히, 1963년부터 박 전 대통령이 이끈 민주공화당은 한나라당의 뿌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공화당은 1979년 10월 26일 박 전 대통령이 서거, 급격히 중심을 잃더니 1980년 10월 27일 공포된 제5공화국 헌법 부칙에 의해 자연 해산됐다.

공화당 세력들은 제5공화국 여당이었던 민주정의당(민정당)으로 흘러가게 된다.
이후 노태우 정권은 여소야대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통일민주당(김영삼 총재)과 신민주공화당(김종필 총재)과의 3당 합당을 단행, 민주자유당을 탄생시킨다.

김종필 총재가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을 창당하면서 뛰쳐나가 자연스럽게 민정당과 통일민주당, 이 두 세력이 공존하는 상황에 이른다.

도저히 함께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이 두 세력은 신한국당을 거쳐 14년 역사를 자랑하는 지금의 한나라당을 이끌어오고 있다.

함께할 수 없는 朴과 YS

박 전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이 일으킨 5•16 쿠데타를 ‘구국의 영단’이라고 하고, “10월 유신이 없었더라면 대한민국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아버지를 존경하는 한편 그리워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아버지가 진정으로 바랬던 것은 복지국가 건설이고 행복한 국가”라고 규정했다.
박 전 대표는 이후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등 ‘박근혜식 복지’를 선보였다.
아버지의 꿈을 이어 복지국가를 건설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아버지가 복지국가 건설을 원했다고 규정하고 아버지가 진정으로 원했을 복지국가 그림을 자기가 그려서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꿈을 이어가려는 박 전 대표의 행보에는 걸림돌이 있다.

한나라당이라는 한 울타리 안에 박 전 대통령과 불구대천의 원수이자, 영원한 숙적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후예들, 즉 ‘YS키드’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 ‘YS키드’ 중 대부분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박 전 대표에게 패배를 안겼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연초 러시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거론되는 대선 후보 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고 그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지만 구체적으로 이름을 대지는 않겠다.

그렇지만 내가 이 사람과 둘이서 만나면 ‘당신이 틀림없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얘기하곤 한다”고 말해 궁금증을 낳았다.

이후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상도동계 인사 모임인 ‘민주동지회’ 신년모임 인사말에서 “18년간 장기독재를 한 박정희가 이 나라 군사독재 정권의 원흉”이라며 “수많은 국민이 유신독재의 무자비한 탄압과 고문에 의해 비명에 죽어 갔다”고 말해 자신이 점지한 대선 후보가 박 전 대표는 아님을 명확히 했다.

이 때문에 ‘박근혜 대세론’을 형성한 박 전 대표가 자신에게 대립각을 세우는 YS와 ‘YS키드’들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한나라당 한 핵심당직자는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박 전 대표가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선 사실상 ‘박근혜당’이 된 한나라당이 진정한 박근혜당이 돼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박 전 대통령을 여전히 독재자로 규정하는 눈엣가시와도 같은 YS계열을 축출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의 ‘경제교사’로 불리는 이한구 의원이 지난 9일 대구에서 지역 언론과 간담회에서 “박 전 대표가 대선에서 떨어지면 대구•경북지역도 상당기간 어려워질 것이다.
 
대구•경북의 발전을 위해 대선에서 박 전 대표가 꼭 이겨야 한다”며 “따라서 내년 총선 공천 기준으로 제일 중요한 것은 박 전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기여할 사람인지 아닌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발언한 것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친박’을 공천 잣대로 내밀면서 박 전 대표와 각을 세우는 이들에 대한 숙청을 예고한 것이기 때문이다.

‘살생부’설 나돌아

4선의 김무성•안상수•이윤성•이재오•정의화 의원, 3선의 고흥길•심재철•안경률•이병석•최병국 의원.
친이계 중진 의원들로 ‘YS키드’로 분류되면서 친박계로부터 숙청 1순위로 거론되는 의원들이다.

김무성 전 원내대표는 문민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사정비서관과 내무차관을 지내 YS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안상수 전 대표를 비롯한 나머지 4선 의원들은 모두 YS정권 시절이었던 1996년 15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의원들이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이 민중당 출신인 이재오 의원과 김문수 경기지사까지 공천한 것은 파격적이었다.
이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 탄생의 주역으로 ‘왕의 남자’로 불리었고, 김 지사는 여권 내 가장 강력한 ‘박근혜 대항마’로 꼽히고 있다.

안경률 의원과 최병국 의원은 이재오 의원의 최측근 인사이며, 고흥길 의원과 심재철 의원은 친이계 핵심으로 분류된다. 이병석 의원은 문민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역임, 사실상 정계 입문 계기가 됐다.

‘YS키드’, 反박 선두주자

박 진 의원도 이 의원의 뒤를 이어 김 전 대통령의 정무비서관과 공보비서관직을 수행, 정계에 입문했다. 박 의원은 반기문 현 유엔(UN) 사무총장을 당시 외교안보수석비서관에 직접 천거하는 등 반 총장과 매우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이 반기문 사무총장을 ‘박근혜 대항마’로 세우려고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지난 8월 초순에는 서울역에서 진행된 강우규 의사 동상제막식에 반 총장을 참석시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하려고 YS와 가까운 현 정부 유력 인사가 움직였다. 친박 쪽에서도 유엔 사무총장 경력에 충청도가 고향인 주자가 나선다면 만만찮은 상대가 될 수밖에 없어 걱정이 컸지만 반 총장의 연임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YS는 ‘반기문 카드’를 접었지만 꾸준히 박 전 대표의 대항마를 물색할 것이라는 전언이 흘러나온다.
YS 시절 청와대 정책기획, 사회복지수석 출신의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도 ‘YS키드’로 꼽힌다.

박 이사장은 최근 신당 창당 계획을 밝혀 정국이슈의 중심에 서 있다.
박 이사장은 지난 1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4월 총선 예비후보등록일인 12월 13일 이전에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손학규 민주당 대표, 이석연 변호사 등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으며,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장기표 녹색사회민주당 대표 등의 인사들과 물밑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딜레마

홍준표 대표는 대표적인 ‘YS키드’이다. 본인이 직접 ‘YS키드’라고 말하고 다닌다.

홍 대표는 지난 7월 대표 취임 직후 YS를 예방한 자리에서 넙죽 큰절을 하면서 호칭도 ‘각하’라고 했다. 홍 대표는 “아버지, 어머니 빼고 16년간 큰 절을 한 사람은 각하밖에 없다”며 “15대 총선 때 당선된 우리들은 다 ‘YS키즈’”라고 말했었다.

그랬던 홍 대표가 현재는 박 전 대표의 편(?)에 서 있다.
홍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 과정부터 “‘박근혜 대세론’은 ‘昌대세론’이 아닌 ‘MB대세론’에 가깝다”면서 박 전 대표에 힘을 싣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참패로 ‘책임론’이 부상, 대표자리 보전의 위협을 느꼈지만 친박계의 암묵적인 도움으로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에 화답하듯 홍 대표는 지난 1일에는 “서울시장은 졌지만 지방의 기초자치단체장 8곳을 우리가 완승한 것은 박근혜 전 대표의 선거지원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한껏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에 홍 대표는 ‘자리 보전’을, 박 전 대표는 ‘후방 실력 발휘’라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친이계 한 의원은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박 전 대표가 홍 대표 체제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뒤에서 모든 것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모양새”라면서 “이렇게 된다면 공천 역시 박 전 대표의 입맛대로 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홍 대표가 자신의 동지였던 ‘YS키즈’를 직접 쳐내야하는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지난 1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주최로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복지정책 세미나에 참석한 홍준표 대표가 박희태 국회의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친박, “괴담일 뿐”

친박계는 ‘YS키드’ 축출설과 관련해 사실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공천 이야기 자체를 지금 이 시점에서 한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반문하면서 “그런 말들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시쳇말로 괴담”이라고 일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친박계 의원은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18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박 학살은 분명히 있었다”면서 “그렇다고 우리가 그에 대한 보복을 한다는 생각을 하는 자체가 우습다.
우리만이 공천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고 학살공천, 이런 것은 지양돼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YS의 차남으로 경남 거제에서 총선 출마 중인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도 우려를 표했다.
김 부소장은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공천을 앞두고 흘러나오는 이런저런 이야기들 중 하나일 뿐”이라면서 “그 이야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현재로써는 당력을 집중해야할 때이지 분열을 야기하는 그런 이야기는 현 시점에서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내에서 19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15대와 17대 총선이 모범적인 공천의 전형으로 회자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15대 총선은 1996년 김영삼 대통령이 진두지휘했고, 17대 총선은 ‘YS키드’인 김문수 경기지사가 공심위원장이었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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